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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려받기 싫어요" 자식도 손사래···멀쩡한 회사 닫을판[늙어가는 중소기업②]

입력 2024.05.26. 06:01 댓글 0개
자녀가 원하지 않아서 가업승계 못해
여전히 높은 상속세도 부담으로 작용
[서울=뉴시스]중소기업중앙회는 13일 중기중앙회 KBIZ홀에서 '제22대 국회에 바란다'는 주제로 중소기업 입법과제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30년 이상 제조업체를 운영한 A씨는 요즘 폐업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그는 "아들에게 사업체를 승계하고 싶은데 장남은 미국에서 공부하고 그곳에서 회사에 다니고 있어 관심이 없다"며 "딸에게 물려주고 싶지만, 현재 가정주부이고 사업에 전혀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고령에 접어든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마땅한 후계자를 찾지 못해 현역 생활을 강제 연장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26일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의 '2022년 가업승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녀에게 승계할 계획이 없거나 결정하지 못했다는 경영자 중 33.3%는 '자녀가 원하지 않기 때문'을 이유로 들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보통 전통제조업 분야의 2세대들은 승계에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가업을 잇길 원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경기도 광주에 소재한 한 제조업체는 경영자와 후계자 간 경영철학 차이 등으로 인한 갈등 때문에 가업승계가 어려운 상황이다. 대기업을 다녔던 아들이 아버지의 중소기업으로 들어와서 근무하다보니 이견이 생기고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는 것이다. 김봉수 한국가업승계협회장은 "빈손으로 시작해 어렵게 회사를 일군 창업 1세대들과 부족함 없이 자란 2세대들은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각종 규제로 기업을 경영하기 어려운 환경 속 자녀에게 무거운 책무를 맡기고 싶지 않아 가업승계 계획이 없다는 경영자들도 23.1%에 달했다. 김 회장은 "창업주 입장에서 자식들은 마냥 어리고 연약하게 보인다"며 "자식들도 기업을 물려받았다가 본인 때문에 망할까 봐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피붙이에게 힘든 일을 시키고 싶지 않은 부모의 마음도 크지만, 높은 상속세 등 각종 규제는 가업승계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설문에 응한 경영자 76.3%는 가업승계 시 애로사항으로 '막대한 조세 부담'을 지목했다.

지난 12월에 한국무역협회가 국내 수출기업 CEO 799명 대상 진행한 조사에서도 '조세 부담(74.3%)'이 큰 애로사항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2022년 7월 원활한 가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한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가업상속공제,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연부연납특례, 최대주주할증평가 면제 등이 마련됐지만, 제한적으로 활용되거나 부담 완화에는 영향을 끼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기준 국세통계포털이 공개한 최근 5년 가업상속공제 활용 건수는 총 391건(2019년 75건·2020년 89건·2021년 97건·2022년 130건)으로 연 평균 94.2건에 그친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지금까지는 친족 간 승계에 대해서만 세금혜택을 주려고 했다면, 이제는 다양한 형태의 기업승계가 가능하도록 근거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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