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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조원 투자" 손정의 'AI 야심'···라인 사태 빅픽처였나

입력 2024.05.21. 06:01 댓글 0개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AI에 88조원 투자 계획
日정부, 소프트뱅크 슈퍼컴 개발에 3701억원 지원
글로벌 AI 패권 경쟁…글로벌 데이터 창고 '라인' 눈독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네이버가 일본 소프트뱅크와 절반씩 지분을 나눠 가지고 있는 글로벌 메신저 '라인'의 경영권을 일본 총무성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 요구에 따라 일본 기업에 내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네이버는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소프트뱅크와 협의하겠다고 했고, 정부는 네이버의 입장을 최대한 존중해 필요 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13일 서울 시내 한 라인프렌즈 매장 모습. 2024.05.13.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2030년까지 인공일반지능(AGI)의 연산 능력은 모든 인류 지식을 합한 것보다 10배 이상 강력할 것이다."

"(AI는) 수정 구슬에 미래를 묻듯 과제를 해결해 줄 것이다. 일본은 가장 한복판에서 빛나는 수정 구슬을 만들어야 한다."

지난해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AI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최근 소프트뱅크가 네이버로부터 라인야후의 지분을 확보하려는 것도 그 이면에 손정의 회장의 AI 사업에 대한 야심이 숨어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일본 정부가 라인 야후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빌미로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행정지도를 내린 것도 이례적인 조치여서, 소프트뱅크의 라인야후 지배력 강화를 위한 지원 사격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른다.

일본이 자체 소버린 AI(주권 AI) 생태계를 빠르게 구축하기 위해선 라인이 보유한 양질의 데이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AI 산업을 선도하겠다는 일본과 소프트뱅크의 큰 그림으로 해석됐다.

실제로 소프트뱅크는 AI 반도체-슈퍼컴퓨터-데이터-플랫폼 등 자체 AI 생태계 전반을 구축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지난 12일 "손정의 회장의 'AI 혁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위해 손정의 회장이 최대 10조 엔(88조원)을 투자한다는 소식이다. 손 회장의 핵심 구상 중 하나는 AI 전용 반도체의 개발이다. 미국 엔비디아처럼 공장없는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체제를 통해 내년 봄 시제품을 선보이고 가을에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쿄=AP/뉴시스]사진은 야후 재팬과 라인의 통합 전 로고. 라인야후는 지난 10월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만든 합작사 Z홀딩스의 자회사인 야후재팬과 라인이 합병해 출범했다. 2023.11.28.

더불어 소프트뱅크가 90% 가량의 지분을 보유한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에 새 조직을 만드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Arm은 반도체 개발에 필요한 회로 설계도를 이미 엔비디아 등에 제공하고 있는데 10% 지분을 엔비디아가 소프트뱅크 그룹에서 인수했다.

손 회장은 AI 전용 반도체 개발을 Arm의 자금과 소프트뱅크 그룹의 지원금으로 충당하고 양산체제가 확립된 뒤에는 해당 사업 부문을 Arm에서 분리해 그룹 산하에 두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AI 전용 반도체의 제조는 대만 TSMC 등에 맡길 계획이다.

일본 정부도 이런 소프트뱅크의 AI 사업 구상을 뒷받침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10일 소프트뱅크의 AI 슈퍼컴퓨터 개발을 위해 421억엔(약 3701억원)을 보조금으로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일본 정부의 발표는 소프트뱅크, 라인야후가 네이버에 위탁하고 있는 기술적 협업 관계를 정리하겠다고 밝힌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왔다. 이런 정황에 비춰볼 때 일본 정부가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압박하고 있다는 시각이 팽배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를 부인하며 "위탁 관리가 적절하게 기능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라인은 일본 국민의 80% 가량이 사용하는 국민 플랫폼이다. 메신저는 물론, 정부·지자체의 공적 업무와 대국민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이번 라인 사태는 일본 정부가 라인을 자국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일본 내에서도 '라인'에 대한 네이버의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여론이 불거지고 있다. 아마리 아키라 자민당 경제안전보장추진본부장은 지난달 18일 일본 총무성에 "플랫폼 사업자는 사기업인 동시에 공공재"라며 "근본적 대책이 나올 것을 기대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도쿄=AP/뉴시스]사진은 2019년 11월 소프트뱅크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손정의 회장이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설하는 모습. 2023.10.04.

특히 라인 플랫폼에는 양질의 데이터가 축적돼 있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은 월 이용자 수가 1억9600만명(작년 12월 말 기준)에 달하며, 일본 9600만명, 태국 5500만명, 대만 2200만명, 인도네시아 600만명 등 아시아 지역에선 한국의 카카오톡 같은 간판 메신저다.

AI 패권 경쟁 시대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양질의 데이터는 AI 서비스의 품질을 결정한다. 그런데 일본은 라인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자국만의 플랫폼이 없다. 일본 정부와 소프트뱅크가 라인을 탐내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라인야후는 소프트뱅크와 네이버가 절반씩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하지만 최근 라인의 아버지라 불리는 신중호 CPO가 이사회에서 물러남으로써 라인야후 이사회는 모두 일본 측 인사로 꾸려지게 됐다.

이전부터 네이버와 라인야후의 기술적 협력 관계는 균열 조짐이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의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하기보다는 오픈AI나 구글과의 협력을 추진했다. 지난해 6월에는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손정의 회장과 사업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있었다. 또 구글 클라우드의 생성형 AI 플랫폼인 '버텍스 AI'를 활용해 AI 검색 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도현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네이버는 자사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라인야후에 접목하는 데 현실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 지분매각을 포함한 여러 대안을 중장기적 비즈니스 관점에서 검토해왔던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네이버는 소프트뱅크와 지분 협상을 진행 중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일본 총무성 행정지도) 보고서 제출 이행시기(7월1일)까지 소프트뱅크 측과 (지분 조정 관련)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했다"면서 "소프트뱅크와의 지분 조정 협의가 계속 이어지는 만큼 그 결과는 예측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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