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격랑의 알뜰폰 ③] 진정한 이동통신 대안이 되려면

입력 2024.04.22. 06:01 댓글 0개
1000만 가입자 눈앞에…이용자 보호 등 신뢰성 제고 요구 커져
정보보호 취약점 노출…정부 신분확인 시스템 점검하고 개선 요구
자체 요금제 설계 방안 추진…도매대가 협상도 사업자 스스로 하도록

[서울=뉴시스]심지혜 기자 = 정부가 1000만 가입자 달성을 앞두고 있는 알뜰폰이 이동통신 시장에서 어엿한 ‘플레이어’로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제반 마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장기적 성장을 위해서는 단순히 중소 사업자들의 영역으로 두고 보호를 우선하는 게 아닌 통신시장 경쟁의 주체로서 대비해야 한다는 시각이 점점 커지고 있어서다. 가령, 그간 부실했던 이용자 보호 조치를 엄격한 기준으로 강화하고 있다. 알뜰폰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등 질적 성장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 덩치 커진 알뜰폰…이용자 보호 등 신뢰성 강화 필요성 커져

그동안 정부의 알뜰폰 정책은 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시장 보호 정책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고객 정보 관리 취약 등의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고 관련한 사고도 잇따랐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무조건적인 육성이 아닌 질적 성장 강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신분증 스캐너 도입을 의무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신분증 스캐너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회선을 개통시 필요한 신분증의 위변조 여부를 확인하는 기기다. 이뿐 아니라 신분증 복사본 등으로 개통하지 못하도록 하는 역할도 한다. 스캐너를 이용하면 해당 정보가 바로 전산에 입력되고, 관련 정보는 유통점에 남지 않는다.

알뜰폰은 손쉬운 개통 절차로 '대포폰' '금융 사기범죄'의 온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가 알뜰폰의 신분확인 시스템 보안 집중 점검에 나선 것도 이러한 지적 때문이다. 최근 일부 알뜰폰 업체의 시스템 부실로 불법 명의도용 범죄 사고가 발생했다. 타인 명의로 개통된 휴대폰은 금융자산을 탈취하는 범죄로 이어졌다.

정부는 조만간 알뜰폰 신뢰성 강화 종합 계획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알뜰폰의 장기적 성장을 위해서는 이제 단순 보호 육성 정책을 넘어 신뢰성을 높이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은 힘들지 몰라도 이미지가 무너지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라고 전했다.

◆ 이통사 의존적 구조로 요금제 천편일률적…서비스 혁신 뒷받침돼야

과기정통부는 알뜰폰이 자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개별 요금 설계가 가능한 ‘풀MVNO’ 진입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현재 알뜰폰은 요금제 설계조차 이통사에게 의존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차별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통사 망을 임대해서 서비스를 하는데, 요금제는 이통사의 요금제를 기반으로 낸다. 알뜰폰 요금제들이 거의 천편일률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 이통사처럼 풀MVNO가 만든 요금제를 다른 알뜰폰 사업자에게 판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풀MVNO가 이통사와 동등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상호접속체계에 편입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상호접속제도는 각 통신사 가입자 간 연결을 위해 상대의 망에 접속하 대가를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알뜰폰은 이통사로부터 음성, 데이터, 문자 등을 도매로 구매한다. 상호접속이 가능해지면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설비투자에 적극적인 알뜰폰 사업자에게 혜택이 갈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도매대가에 의존하는 현재의 알뜰폰에 그치는 게 아닌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이통3사와 경쟁이 가능한 사업자로 키워 나간다는 목표다.

다만 풀MNVO가 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중소 사업자가 도전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이에 현재로써는 세종텔레콤 정도만 풀MNVO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 알뜰폰 스스로 설 때…도매대가 협상 대신하던 정부, 한 발 물러서

과기정통부는 도매대가 협상 방식에도 변화를 줄 예정이다. 정부에 기대는 게 아닌 스스로 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내년 2분기부터 대가 산정 규제 체계를 사후규제로 전환한다. 그동안에는 정부가 나서 협상을 주도했는데, 이제부터는 사업자들이 주체적으로 협상을 해야 한다.

도매의무제공사업자(이통사)는 알뜰폰과 맺은 협상 내용을 과기정통부에 신고해야 한다. 협상 과정이 불합리했거나, 대가가 부당하게 높아졌다고 판단되는 경우 과기정통부는 15일 이내에 신고를 반려하고 시정조치를 내릴 예정이다.

다만 알뜰폰이 급격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먼저 도매대가 인하 및 대량 데이터 미리 구매 시 할인폭을 확대하는 등의 방안을 추진한다. 도매대가 산정 방식을 바꾸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알뜰폰 주력 서비스인 LTE의 경우 설비투자에 대한 감가상각이 대부분 끝나 이통3사 입장에서도 인하할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을 기준으로 LTE 도매대가 요율은 46.9%다. 이는 2022년 기준으로 지난해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추가 인하가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알뜰폰의 주력 요금제인 11GB(11GB+일2GB) 구간 도매대가율은 50%로 2019년부터 바뀌지 않았다.

또 개별 협상을 해야 하는 알뜰폰이 유리한 구조가 될 수 있도록 산정 방식을 개선하는 것도 논의하고 있다.

현재 도매대가는 소매 단가에서 마케팅 등 회피가능비용을 차감하는 '리테일마이너스' 방식이다. 알뜰폰 업계에선 리테일마이너스로는 도매대가가 높게 책정돼 코스트플러스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하지만 방식이 법에 규정돼 있어 사업자간 논의 수준을 넘어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

코스트플러스 방식은 통신망 원가에 최소한의 적정 이윤만 더하는 구조다. 감가상각 상황이 적용돼 원가가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알뜰폰 업계 주장이다. 이렇게 된다면 알뜰폰은 기존보다 더 싸게 요금제를 낼 수 있다. 이뿐 아니라 풀MVNO가 되기 위해 설비투자비를 보전할 수 있는 방법으로도 여겨진다.

알뜰폰 업계도 경쟁력 강화 필요성을 인지하고 지속적으로 변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소비자 보호 방안을 강화하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어려울 수 있다는 데 공감했다.

알뜰폰협회 관계자는 "가입 시스템의 보안 강화를 위해 정부와 계속 협의하는 중"이라며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지 않으려면 저렴한 요금제를 다양하게 출시하는 등 자체적으로도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ming@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