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DSR 우회꼼수"···50년 주담대 변칙 대출 적발

입력 2023.11.30. 12:00 댓글 0개
금감원, 은행권 가계대출 현장점검 결과 공개
심사도 없이 부서장 전결로 50년 주담대 출시
'대출한도 증대 효과' 영업수단으로 삼으라 지시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이번 달 들어 5대 은행 가계대출이 8천억 원 늘며, 가계 빚 증가세가 꺾이질 않고 있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14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81조 6216억 원으로, 8월 말(680조8120억원)보다 8096억원 늘었다. 사진은 18일 오전 서울 시내 은행의 대출장구 모습. 2023.09.18.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은행권 가계대출 규모가 사상 최대로 불어난 가운데 은행들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와 같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허점을 영업수단으로 삼아 대출 확대에 적극 나섰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30일 이준수 은행·중소서민금융 부원장 주재로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이같은 내용의 은행권 가계대출 현장점검 결과를 공개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8월 가계대출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고 그 원인으로 50년 만기 주담대 등이 지목되자 16개 은행을 대상으로 가계대출 규제 준수 여부와 여신심사의 적정성 등에 대한 점검에 나선 바 있다.

당시 금융당국은 다수 은행들이 50년 만기 주담대로 DSR 규제를 우회하고 있다고 의심했는데 점검 결과 은행들은 실제 DSR 규제를 피해 대출을 확대하는데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장 만기 확대는 DSR 한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변경 사항인데도 대부분 은행이 50년 만기 주담대 출시 과정에서 상품위원회 등 관련 위원회 심사 없이 부서장 전결로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은행에서는 리스크 부서가 50년 만기 주담대에 금리 리스크 확대 등의 우려를 표명했음에도 무시되고 영업부서 의견대로 만기 확대가 진행됐다.

DSR은 연소득에서 대출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현행 차주별 DSR 규제는 매년 갚아야할 대출 원리금이 연소득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50년 만기 주담대 등으로 대출 기간을 늘리면 매년 갚는 원리금 상환액이 줄어들어 DSR 규제 하에서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은행으로서는 고객에게 더 많은 대출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다수 은행들은 주담대 최장 만기를 50년으로 늘린 목적을 '영업경쟁력 제고'로 명시하거나 '대출한도 증대 효과'를 영업 수단으로 사용토록 영업점에 안내하기도 했다. 이는 50년 만기 주담대가 DSR 우회·회피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은행들이 명백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의미라고 금감원은 지적했다.

또 일부 은행은 신용대출을 생활안정자금용 주담대로 대환할 경우 적용만기 차이로 인해 DSR 한도가 확대된다는 점을 영업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신용대출은 DSR 산출시 5~10년의 상대적으로 짧은 만기가 적용되는 반면 주담대는 최장 40년까지 적용이 가능해 DSR 한도가 약 2.2배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이를 이용해 일부 은행은 영업점에 타행 신용대출을 당행의 주담대로 전환할 때 DSR 개선 효과를 고객들에게 적극 안내토록 하기도 했다.

일부 특수·지방은행에서 우수고객이나 공무원 등에 대한 우량 가계대출 취급시 DSR 70%를 초과하는 고(高) DSR로 취급할 것을 독려한 사례도 확인됐다.

특수·지방은행은 고DSR 대출이 많은 농·어업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비(非)주담대 취급이 많다는 특성을 고려해 신규취급액에서 고DSR 대출이 하지하는 비중에 대해 시중은행보다 낮은 수준의 규제를 받고 있다.

또 일부 은행들은 일선 영업점이 가계대출 확대에 적극 나설 수 밖에 없는 구조로 핵심성과지표(KPI)를 설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승진이나 성과급 책정에 반영되는 KPI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행정지도를 통해 서민금융을 제외한 가계대출 취급 관련 항목은 영업점 KPI에 포함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나 다수 은행들이 가계대출 증가율이나 시장점유율 등 직·간접적으로 가계대출 확대와 성과가 비례하는 지표를 KPI에 포함시키고 일부 은행은 그 결과를 인사보상과 연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일부 은행에서 신잔액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 도입 후 4년이 경과한 지금까지도 신잔액상품으로 대환하는 경우 DSR 등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사례가 확인되기도 했다.

금감원은 "가계대출 현장점검 결과 발견된 은행권 대출심사 및 영업행태상 문제점을 개선토록 지도하고 향후 제도개선에 참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phites@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