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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유통人] "'불닭 신화' 주역, ESG·해외경영 박차"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입력 2023.03.18. 19:30 댓글 0개기사내용 요약
경영 복귀 이후 ESG경영 강조…현장 경영 강화도
밀양공장 앞세워 미·중 해외사업 확대 방안 추진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2020년 10월 경영에 복귀한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올들어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해외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그는 경영 복귀 후 ESG위원장을 맡아 직원과 협력사의 동반 성장을 주도했다. 수출 주력 시장인 미국·중국 등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며 해외 시장 진출에 공을 들였다.
삼양식품의 체질 개선도 본격화했다. 저수익 사업으로 꼽히던 호면당 광화문점을 폐점해 외식 사업을 정리했고, 밀양 신공장을 전면에 내세우며 본업인 라면 사업에 집중하는 토대도 만들었다.
김 부회장의 성과는 실적으로 나타났다. 삼양식품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9090억원의 매출과 90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대비 41.59%, 38.27% 뛰었다.
지난해부터 농심·오뚜기 등 라면 경쟁사들이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은 것과 달리 삼양식품은 역대 최대 수출액을 매년 경신하며 승승장구하는 모습이다.◆'경영 복귀' 이후 ESG 경영 강조…현장경영 강화도
'불닭볶음면 신화'의 주역으로 꼽히는 김 부회장이 삼양식품 글로벌 경영 전반에 나서기까지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
고 전중윤 삼양식품 창업주의 맏며느리이자 전인장 삼양식품 전 회장의 아내로 1994년 결혼해 주부로 생활해오던 김 부회장은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삼양식품이 유동성 위기를 겪자 직접 경영자로 변신했다.
전통의 삼양라면 판매 성장세를 이어가며 2011년부터 한동안 '나가사끼 짬뽕'으로 하얀국물 라면 돌풍을 일으켰고, 최근까지 불닭볶음면의 전세계적인 흥행으로 회사의 고속 성장을 견인한 대표 여성 오너 기업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횡령 혐의로 기소된 김 부회장은 2020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고 경영에서 물러났다가 같은 해 법무부로부터 취업 승인을 받아 삼양식품 총괄사장 직함을 되찾았고 이듬해 부회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김 부회장은 일각의 비판 여론을 의식한 소극적 행보보다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김 부회장은 ESG위원장을 맡아 직원과 협력사의 동반 성장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부회장은 ESG위원장으로 임직원의 복지 증진을 위해 조성한 ESG 복지기금, ESG경영을 위한 노사 공동선언, 소비자중심경영(CCM) 선포 등을 이끌었고 현장 경영을 더욱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김 부회장 아이디어로 탄생한 '불닭시리즈'…글로벌 시장서 K라면 돌풍
이제 삼양식품을 대표하는 글로벌 인기 K라면 '불닭시리즈'는 김 부회장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제품이다.
2011년 김 부회장은 우연히 방문한 명동 소재 음식점에서 젊은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스트레스가 풀린다"며 매운맛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고, 더 매운 맛을 느낄 수 있는 라면 개발에 착수했다.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매운맛을 찾는다는 목표 아래 김 부회장은 마케팅 부서와 연구소 직원들과 함께 전국 유명 불닭, 불곱창 맛집들을 일제히 탐방했다. 개발에만 약 1년이 소요됐고 매운소스 2t과 닭 1200마리가 투입됐다.
2012년 4월 첫 선을 보인 불닭볶음면은 출시 초기 월 7억~8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중독성 강한 매운맛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3달 만에 월 매출은 2배로 증가했다. 출시 1년에는 월 3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이후 해외 유명 유튜버들의 바이럴 마케팅이 본격화되며 불닭볶음면은 삼양식품의 수출 일등공신으로 자리잡았다. 해외 매출 중 80% 이상이 불닭브랜드에서 발생할 정도다.
◆2400억투입 수출 전초기지 '밀양공장' 앞세워 해외 사업 강화
경남 밀양공장 가동은 김 부회장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하는 계기가 됐다. 총 2400억원이 투입된 밀양공장은 연면적 7만303㎡에 지상 5층, 지하 1층 규모를 갖췄다.
연간 최대 6억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는데다 부산항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수출 제품 생산을 전담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밀양공장 준공으로 생산 능력을 대폭 확대한 삼양식품은 매년 증가하는 해외 수요에 빠르게 대응했다. 2016년 26% 수준이었던 삼양식품의 수출 비중은 2019년 50%, 2021년 60%를 넘어서며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미국과 중국법인을 가동하며 수출 물량을 대폭 늘렸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55.7%에 달하는 해외성장률이 국내 성장률 20.02%를 압도하면서 회사 전체 매출 상승세를 이끌었다.
김 부회장은 해외사업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조직 개편을 실시하기도 했다. 기존 6개 본부 85개 팀을 8개 본부 86개 팀으로 확대했고 글로벌 사업을 담당하는 해외지역별 영업마케팅본부, 해외물류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중장기 전략으로는 ▲핵심사업 강화 ▲글로벌 공급망 최적화 ▲브랜드 가치 증대 ▲사업의 수직적·수평적 확장 ▲미래식품사업 진출 ▲지속가능한 성장 ▲운영체계의 혁신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올 들어서는 34억1200만원을 출자해 인도네시아에 판매 법인을 설립했다. 인도네시아는 중국 다음으로 전세계 두 번째 라면 소비국으로 분류되는 만큼 수출 시장 확대를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전쟁·지진 피해 지역에 라면 20만개 후원…다양한 ESG 활동 주목
최근 로마 교황청을 방문한 김 부회장은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과 자선소장 콘라드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을 만나 전쟁과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우크라이나, 튀르키예, 시리아 국민들을 돕기 위해 20만개의 라면을 후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후원품은 삼양라면 등 유럽·중동 지역에 수출되는 할랄 인증을 받은 제품들로 구성되며, 교황청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피해 지역 곳곳에 전달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연말 이공계 분야 인재 육성과 지역 인재 발굴을 위해 장학금 8000만원과 6000만원 상당의 제품을 기부했으며 협력사 거래 대금을 조기에 지급하는 등 다양한 ESG 활동을 펼치고 있다.
주주 환원 정책도 강화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8월 첫 중간 배당을 실시했으며, 연간 배당금으로 1400원을 책정했다. 이는 2021년 배당 1000원 대비 40% 늘어난 수준이다.
실적 상승에 따른 과실을 주주에게 나눠주며 주주 친화 경영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다. 김 부회장은 주주들에게 회사의 이익을 더 자주 분배함으로써 안정적, 장기적 투자환경을 제공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삼양식품은 오는 29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부동산 투자, 건설, 임대, 관리, 중개, 개발, 분양 및 판매사업과 관광사업을 새로운 사업목적으로 추가한다.
관광 사업을 새로운 사업 목적에 추가한 것은 대관령 삼양목장 활성화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삼양목장에 100억원을 투입하는 등 '삼양목장 살리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공감언론 뉴시스 oj1001@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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