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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자락 비밀의정원 '백운동원림'···다산도 반한 비경

입력 2023.03.18. 08:00 댓글 0개
백운동 원림. 박주연 기자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강진·영암=뉴시스] 박주연 기자 = "임신년(1812) 가을, 다산에서 백운동으로 놀러 갔다가 하룻밤을 자고 돌아왔다. 남은 미련이 오래 지나도 가시지 않기에 승려 의순(초의선사)을 시켜 '백운도'를 그리게 하고 이를 이어 12승사의 시를 지어 주었다. 끝에 '다산도'를 붙여서 우열을 보인다."(다산 정약용 '백운첩 발문)

'백운동 원림'은 담양 소쇄원, 완도 보길도 세연정과 함께 호남의 3대 별서원림으로 꼽힌다. 조선중기 선비들의 은거 문화를 알려주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다산 정약용을 비롯해 많은 선비들이 풍류 가득한 시를 남긴 곳이기도 하다.

초의선사 백운동도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10일 비밀의 정원 '백운동 원림'에 다녀왔다. 수려한 암봉이 가득한 월출산 자락 옥판봉이 바라보이는 차밭을 걷다보면 동백숲이 펼쳐진다. 초록 대나무숲과 빨간 동백이 어우러져 아름답다.

다산은 이 동백숲에 대해 "언덕을 끼고 심은 동백나무가 / 이제는 길 가득 그늘 만드네 / 가지마다 꽃 보숭이 맺혀 있으니 / 세한(歲寒)의 마음을 남겨둔 걸세"라고 노래했다. 동백숲을 걷다보면 어느새 '백운동'이라는 글이 새겨진 바위가 나타난다. 백운동 원림이다.

백운동 원림의 동백. 박주연 기자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꽃과 나무, 월출산 비경 어우러진 강진 백운동 원림

원림은 집터에 딸린 숲이다. 조선 선비들이 본채와 떨어진 경치 좋은 곳에 별장을 짓고 가꾼 정원이다. 과거급제에 실패한 조선중기 처사 이담로(聃老, 1627~1701)는 인근 성전면 금당리에 살며 이곳을 가꿨다. 바위에 '백운동(白雲洞)'이라 글씨도 남겼다. '월출산에서 흘러 내린 물이 다시 안개가 돼 구름으로 올라가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자연과 인공이 적절히 배합된 배치와 짜임새 있는 구성이 멋스럽다. 꽃과 나무가 어우러지는 계곡에 눈이 머물다가 봉우리로 시선을 옮기며 경치를 감상하는 것 만으로도 최고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담장 안쪽 내원에는 경사면을 따라 본채, 사랑채, 마당이 위에서 아래로 높이를 달리해 자리 잡았다.

백운동 원림. 박주연 기자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담로는 옥판봉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그냥 떠나보내기 아쉬워 아홉 굽이 유상곡수를 만들고 정자를 앉혔다. 마당으로 계곡물을 끌어들인 수로와 작은 사각형 연못이 독특하다.

담장 아래 구멍으로 들어온 물이 아홉 굽이 돌아 계곡으로 다시 흘러갈 수 있도록 한 구조다. 다산이 백운동12경 중 5경으로 꼽은 곡수유상(曲水流觴)이다. 이 물에 술잔을 띄워 여흥을 즐겼다.

백운동 원림 대나무숲. 박주연 기자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다산은 1812년 이곳을 다녀간 뒤 아름다운 경치에 반해 제자 초의선사에게 '백운동도' 를 그리게 하고 백운동 원림의 12승경을 노래한 시문을 남겼다. 현재의 건물은 이를 근거로 지어 호남의 유서깊은 전통별서의 모습을 재현한 것이다.

월출산 도갑사. (자료사진) 임영주 기자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550년 보물 품은 월출산 도갑사

월출산 도갑사는 신라 말기 도선국사(道詵國師)가 창건했다. 도갑사 일주문을 지나 100m 가량 들어가면 국보인 해탈문이 나온다. 조선 성종 4년 (1473년)에 지어진 오래된 건물로 건축양식이 독특하다. 해탈문 좌우 앞쪽 칸에 금강역사상이 다음 칸에는 보물인 문수동자와 보현동자상이 모셔져 있다.

경내에는 대웅전과 석조 5층석탑 수미왕사비가 있고 절 100m 위 미륵전에는 보물인 석조여래좌상이 있다. 조선 세조 3년(1473년) 신미, 수미 두 왕사가 중창했던 곳으로 기록되고 있는데, 총 규모가 966간에 소속된 암자가 12개나 됐으며 상주한 승려 수가 730명에 달했던 적이 있다.

임진왜란과 6.25전쟁을 겪으면서 많은 건물이 불타버렸다. 지금도 대웅전 뒤 천여 평의 빈터에는 주춧돌이 선명하게 군데군데 박혀 있고, 앞뜰에는 5m에 달하는 스님들이 마실 물을 담아 두는 석조의 크기가 도갑사의 옛 사세와 승려 수를 짐작하게 한다.

한국트로트가요센터 체험하는 관광객들. 박주연 기자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영암에 자리잡은 국내 최초 한국트로트가요센터

월출산 산자락 반대편 자리한 영암 월출산 기찬랜드에는 천황봉에서 시작된 물길이 모이는 계곡형 천연 자연풀장을 갖춘 '기찬랜드'가 있다. 여름이면 수많은 피서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이곳에 국내 최초로 한국 트로트 가요센터가 건립됐다. 국내 대중음악의 대표적 장르인 트로트 음악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1층은 대중가요의 역사와 전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한국 트로트 역사관, 2층은 영암의 대표가수 하춘화의 60년 가수 활동을 보여주는 전시실로 구성돼 있으며 200석 규모의 공연장 시설을 갖추고 있다. 월출산의 비경을 배경으로 유명 트로트 가수들의 핸드프린팅을 살펴볼 수도 있다.

한국트로트가요센터 핸드프린팅. 박주연 기자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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