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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칫돈' 흐름 보니...은행에 두 달 새 45조 몰려

입력 2022.12.06. 14:35 댓글 0개

기사내용 요약

9~10월 은행권 수신 43조9000억↑

9~10월 비은행권 수신 24조6000억↓

9~10월 은행 정기예금 88조7000억↑

비은행권 자금조달 여건 악화

조달비용 늘어…대출금리 상승 우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15일 오전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에 정기예금 금리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저축은행과 지방은행 등에 이어 시중은행의 예금금리도 5%를 넘어섰다. 은행권에 따르면 이날 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은 1년 만기 기준 최고 연 5.01% 금리를 제공한다.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도 이날 기준 연 5.1%의 금리가 적용된다. 2022.11.15.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최근 두 달 새 저축은행, 자산운용사, 증권사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을 중심으로 자금이 24조원 가량 빠져나가는 등 비은행권 자금 유출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은행은 44조 가량의 자금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의 예금금리 인상 자제 당부에도 불구하고 은행권 예금금리가 큰 폭 오르자, 비은행권에서 유출된 자금이 은행권 정기예금 등으로 유입되는 등 비은행에서 은행으로의 '역(逆)머니무브'가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6일 한국은행이 시산한 금융권 자금 흐름 추계에 따르면 9~10월 두 달 간 금융권 수신 증가 규모가 은행권은 43조9000억원 증가한 반면, 비은행권은 24조6000억원 순유출 된 것으로 나타났다.

9월의 경우 은행권 수신 규모가 35조6000억 늘어난 반면 비은행권은 45조4000억 감소했다. 10월은 은행권이 8조3000억원 증가했고, 비은행권은 20조8000억원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 9월과 10월 비은행권 수신 증가율도 각각 6.1%, 3.8%로 은행권(각각 8.3%, 7.7%)를 큰 폭 하회했다.

지난해의 경우 은행권 수신이 월평균 16조4000억 증가한 반면, 비은행권은 월평균 27조8000억 늘어나는 등 비은행권으로 시중 자금이 몰린 바 있다.

한은은 9월 중순 이후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유출된 금융권 자금이 은행권 정기예금 등으로 상당폭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은행권 정기예금은 9월 32조5000억, 10월 56조2000억 증가하는 등 두 달 간 88조7000억원이 늘었다. 1~10월 기준으로도 187억5000억원 증가했다. 정기예금은 규제비율(LCR)을 높이기 위한 은행의 자금유치 노력, 수신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와 기업의 자금 유입 등으로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반면 9월 하순 들어 은행권이 예적금 금리를 단기간에 큰 폭 인상하면서 은행·비은행간 수신금리 격차가 줄어들며 일부 업권에서 수신이 감소로 전환하는 등 비은행권의 수신경쟁력이 낮아지고 있다.

또 증시부진 등으로 고객예탁금 감소세도 지속하고 있고,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비율을 맞추기 위해 머니마켓펀드(MMF)에서 자금을 회수하면서 9월 한 달 동안 10조9000억원 줄어 드는 등 자산운용사 수신도 12조4000억 감소했다.

당국의 예금금리 인상 자제 주문에도 불구하고 은행간 수신경쟁이 심화되면서 지난달 말 기준 시중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가 4.49%까지 올라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역머니무브'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시중 뭉칫돈이 은행으로만 몰리면서 증권사 등 비은행권의 자금조달 여건을 악화시킬 수 있어 우려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역머니무브는 중소형 증권사, 중소형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유동성 조달 애로를 심화시키고 은행과 비은행간 유동성 상황을 차별화 시킬 수 있다"며 "증권사의 경우 투자상품에서 자금이 유출돼 채권 투자 여력이 축소되고 일부 상호저축, 신협기구의 경우 큰 폭의 수신금리 인상이 없을 경우 자금유출이 확대되면서 대출여력이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은행간 수신 경쟁이 심화되면서 대출금리 추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은행으로 유입된 자금은 대출 자산으로 운용되거나 국고채 등 우량 채권 투자에 집중되면서 회사채 등 신용채권 발행이 어려워 질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간, 은행과 비은행간 수신 경쟁이 심화되면서 조달비용이 늘어나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고 수신금리 인상으로 신용채권 발행이 어려워 질 경우 회사채 신용스프레드가 더 확대될 수 있다"며 "9월 중순이후 증권사, 자산운용사 자금유출이 확대되고 있는데 연말을 앞두고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보험사의 자금유출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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