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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금리 인상에 커지는 가계부채 부담···韓 경제 뇌관 되나
입력 2022.09.29. 06:00 댓글 0개기사내용 요약
피치·S&P 등 국제 신평사 잇따라 '부채' 우려
美 3연속 자이언트 스텝에 韓 금융시장 충격
달러 강세에 한은총재 금리 인상 시사하기도
추경호 "물가·경기 조화 고민…방정식 잘 풀어야"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이른바 '킹달러'로 불리는 달러 초강세 현상으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원화 가치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래야 물가도 잡고 환율도 안정시킬 수 있다.
반대로 금리가 올라가면 그간 빚을 내 주택 자금을 마련해왔던 가계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 결국 소비자들의 지갑은 닫히게 되고 경제 성장률은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전 세계를 흔드는 '환율전쟁' 속 균형을 잡기 위한 정부와 한은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전날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내년 우리나라의 성장률을 1.9%로 전망했다. 이는 정부의 전망치(2.5%)와 비교해 0.6%포인트(p) 낮다.
국가신용등급 조정과 관련된 하방 요인으로는 국가채무 비율 상승, 가계부채 상환 문제로 인한 금융 부문 리스크 확대,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꼽았다.
특히, 가계부채와 관련해서는 80% 정도가 변동금리인 만큼 금리 인상으로 가계 상황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된 국제 신평사의 우려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 협의단은 지난 26일 진행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글로벌 금리 인상 가속화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와 가계부채 부담 증가에 대해 질의한 바 있다.
당시 추 부총리는 "낮은 연체율, 높은 고신용차주 대출 비중, 금융기관 건전성 등 고려시 구조적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를 일관되게 추진하면서 취약계층의 상환 부담 완화를 병행하겠다"고 답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3연속 '자이언트스텝'(금리 0.75%p 인상)을 단행하면서 가계부채 관리에 대한 국제 신평사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2.5%)는 미국(3~3.25%)보다 낮은 상태다. 이러한 금리 역전 현상이 지속되면 우리나라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게 되고 금융시장 불확실성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전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40원을 넘어서면서 연고점을 경신하기도 했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식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같은 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45% 하락한 2169.29로 마감했다. 2200선 아래에서 장을 닫은 건 2년 2개월 만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코스피지수는 56%가량 하락했고, 단순히 지수만 추종한 투자자라면 반토막 이상 손해를 봤다.
이에 가까운 시기에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더군다나 최근 물가 상승률도 5~6%대의 높은 수준이 이어지고 있는데, 통화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은 한은의 주요 임무 가운데 하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2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기준금리 0.25%p 인상의 전제 조건이 많이 바뀌었다"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반면 정부의 입장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기준금리 인상은 가계부채뿐 아니라 성장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추 부총리는 지난 25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물가를 잡고 환율을 안정시키려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경기와 대출자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문제도 있다"라며 "이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가느냐에 심각한 고민 지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세계 최고 수준이고, 부채 증가 속도는 OECD의 6배에 달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금리 인상 속도나 수준 등은 중앙은행의 고유 권한이고, 환율이나 내외 금리차, 가계부채, 경기 등 복합적 변수 속에서 복잡한 방정식을 잘 풀어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원달러 환율과 물가 상승률이 과도하게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저소득층에 대한 안전장치는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대부분 주택담보대출인데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규제가 강하게 들어가 있어서 은행 부실화 우려는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금리를 올려 환율이 올라가는 속도를 제어해야 하는데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환율 널뛰기가 심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통화 스와프를 맺어야 하고, 이를 통해 테일리스크(확률은 낮지만 일어나면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위험요인) 관리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본적으로 금리 인상을 통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국제 금융시장 환경 변화 등에 대응해야 한다"며 "다만 여기서 발생하는 부담들을 완화해주기 위한 정부의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ussa@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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