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거센 필치 ´물줄기´에 담긴 역사 아픔과 민중 의지

입력 2023.11.22. 22:12 수정 2023.11.23. 14:38 댓글 0개
[내년 1월21일까지 도립미술관 기획전 '송필용: 물의 서사'전]
1980년 5월 광주항쟁 체험 이후
굴곡진 현대사 물·폭포로 형상화
시기별 주제 따라 3개 섹션 구성
직관적 점과 선 조화… 신작 주목
송필용 작 '새벽-붉게 물든 정화수', 1987, 캔버스에 유채, 130.3x194cm

굴곡진 우리 현대사는 민중의 처절한 소리를 짓밟고 파묻었다. 그럼에도 굴복하지 않은 이들의 목소리는 끝끝내 승리를 거뒀다. 지역을 대표하는 작가 송필용도 그 가운데 있었다. 역사적 아픔과 민중이 보여준 굳은 의지, 그 속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이 받은 상처와 고통을 들여다보고 물줄기로 형상화해 화폭에 끊임 없이 담아온 이다. 그런 그의 작품을 초기작부터 근작까지를 총 망라해 살펴보고 그의 화업을 이해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도립미술관의 기획전 '송필용: 물의 서사'가 그것. 지난 21일 오픈, 내년 1월 21일까지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2022 국립현대미술관이 주관한 공립미술관 추천작가-전문가 매칭 지원 사업 연계 전시로 지역 문화 발전을 위한 자리다. 송 작가는 40여년간 우리 역사를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이를 기반으로 역사의 거대한 흐름을 '물'로 형상화해 왔다.

그는 고흥 출생으로 전남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홍익대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다. 1989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20여차례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국립연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전시는 1980년대 질곡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작가의 초기 대표작부터 신작까지 그의 화업을 총 망라한 작품과 드로잉 등 총 100여 점으로 구성된다.

송필용 작 '심연의 흐름', 2023, 캔버스에 유채, 194x130.3cm

전남대 4학년에 재학 중이던 그는 1980년 5월 광주 이후 역사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시작, 민중의 목소리를 특유의 묵직하고 사실적인 회화로 담아내기 시작했다. 이후 담양에서 땅의 역사를 응축해 표현할 수 있는 조형 요소를 탐구하기 시작해 역사의 흔적을 흐르는 물과 폭포로 형상화하는데 집중했다. 그의 과거 작업이 이 땅의 역사를 주목했다면 신작은 개인의 역사와 삶의 가치를 들여다본다.

특히 이번 전시는 물의 새로운 주제 변화를 보여준다. 3개의 섹션은 시기별 주제 변화에 따라 나눠졌다. 첫 번째 '땅의 역사'는 역사 의식을 기반으로 1980년대 혼란스러운 정국부터 세월호 참사에 이르기까지 우리 아픈 역사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업을 보여준다. 이 작품들은 역사의 아픔을 함축적으로 드러내면서도 희망적 메시지를 전한다.

송필용 작 '역사의 흐름', 2021, 캔버스에 유채, 194x130.3cm

두 번째 '역사의 흐름'은 우리의 굴곡진 근현대사가 고통과 상처를 안고 있더라도 거대한 흐름은 바뀔 수 없다는 메시지를 세찬 물줄기로 표현한 작업들로 이뤄진다. 김수영의 시 '폭포'에서 영감을 받은 작가가 힘찬 필치로 그려낸 폭포는 세찬 물줄기를 통해 불의에 굴복하지 않는 고매한 정신을 느끼게 한다.

세 번째 '심연의 흐름, 치유의 통로'는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소개되는 그의 신작들로 채워진다. 이전 작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직관적 점과 선의 조화가 새롭다. 규칙 없이 새겨진 선과 점으로 완성된 물줄기는 개인의 상처를 치유한다.

이지호 도립미술관장은 "송필용의 흐르는 물줄기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상처를 치유하고 씻어내는 통로가 되길 바란다"며 "그의 작품 세계 전반을 살펴볼 수 있는 이번 전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인 작가와의 대화는 내달 중으로 열릴 예정이다. 작가와 작품, 작품 세계, 화업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나눌 수 있는 시간이다. 자세한 내용은 도립미술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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