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광주비엔날레 박서보 예술상´에 갑론을박

입력 2023.04.11. 14:06 수정 2023.04.11. 14:57 댓글 0개
예술인·시민 모임
"창립 취지와 무관…명예욕 위한 것"
재단·박서보 작가
"후배 예술가 순수 응원 위해 제정"
지난 6일 제14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식에서 광주비엔날레 박서보 예술상을 시상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재단 대표이사, 수상자 엄정순 작가, 박서보 화백, 강기정 광주시장. 양광삼기자ygs02@mdilbo.com/2023.04.06

광주비엔날레가 이번 행사부터 시작을 알린 '광주비엔날레 박서보 예술상'에 대해 예술인들과 시민들이 '폐지 촉구'에 나섰다. 이들은 광주정신으로부터 태동한 광주비엔날레 창립 취지에 박서보(사진) 작가가 그간 보인 행보가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11일 민족미술인협회광주지회를 비롯한 예술인과 시민사회로 구성된 광주비엔날레 박서보예술상 폐지를 위한 시민모임(가칭, 이하 예술인과 시민모임)은 북구 용봉동 광주비엔날레관 앞에서 광주비엔날레 박서보 예술상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부터 시작을 알린 광주비엔날레 박서보 예술상은 박서보 작가가 기부한 100만달러(약 10억원)를 재원으로 행사마다 참여작가를 대상으로 수상자를 선정하고 수상자에 상금 10만달러(약 1억3천만원)를 시상한다.

이들은 "광주비엔날레는 1980년 5·18정신을 문화적 가치로 승화하고 그것을 전 세계와 공유하는 축제의 장이다"며 "올해 갑자기 등장한 '박서보 예술상'은 이러한 광주비엔날레의 창립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사건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창립 정신과 무관할 뿐만 아니라 역사의식과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100만달러라는 돈으로 20년 동안 쌓아온 광주비엔날레의 국제적 위상을 매판하는 행위이며 광주시민을 배반하고 광주정신과 광주비엔날레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박서보예술상은 즉각 폐지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날 광주비엔날레 재단은 입장문을 통해 '박서보 예술상' 개인의 명예욕을 위한 것이 아닌 예술가들을 응원하기 위한 상임을 강조했다.

재단은 "광주비엔날레는 대한민국 미술 진흥과 민족 문화 창달에 이바지하고 국제적 문화교류를 확장시키는 것"이라며 "우리 재단은 박서보 화백의 기부가 이와 같은 목적과 부합해 예술상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예술상은 순수하게 후배 예술가들을 응원하기 위해 제정된 상"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하며 "향후에도 다른 기관 등에서 미술계 발전을 위한 후원 의사를 밝힌다면 그에 걸맞은 다양한 시상이나 작가 지원이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6일 열린 개막식에서도 이같은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자신들을 서울 작가들이라 밝힌 이들은 '광주정신 먹칠하는 박서보 예술상 철폐하라'는 내용이 국문과 영문으로 담긴 현수막을 들고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이들은 "박서보는 1970년대 유신정권과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외면하며 개인의 출세를 위해 살아온 철저한 심미적 모더니즘 미술가였다"며 "박서보 예술상은 광주비엔날레의 국제적 위상을 훼손하는 것이며 박서보 개인의 명예욕을 위한 매판 행위"라고 강력하게 폐지를 촉구한 바 있다.

이에 박서보 작가는 개인 SNS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남기기도 했다.

1950년대 반 국전 선언을 언급하며 시대를 외면하지 않았다는 주장과 함께 그는 "더 많은 작가가 나서서 후원하고 그의 이름을 빌려 또 상을 만드는 것이 비엔날레를 키워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며 "제2, 제3의 상이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게 발전적이다"고 말했다.

한편 그동안 광주비엔날레는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광주비엔날레 출품작을 대상으로 수상제를 운영해왔다. 지난 2010년부터는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인권·민주도시의 의미를 담을 수 있도록 광주비엔날레 눈(Noon) 예술상을 새로이 제정, 2016년까지 수상자를 발표한 바 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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