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눙 '이허와 저저의 밤' 출간
이웃 할머니의 말에서 들뢰즈까지
폭넓은 탐색 흥미로운 이야기 담겨
틈새에 눈을 대고 세상 살피는 글들

작가에게 삶과 글, 이야기는 한축이다.
지난 일상의 궤적을 훑어간 무등일보 신춘문예 출신 박기눙 작가의 산문집 '이허와 저저의 밤'(푸른사상刊)에는 삶과 세상사에 관한 진지한 사유가 담겼다.
그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시대의 풍경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살아가야 할까를 화두로 꺼냈다. 저자는 한밤에 나눈 이허(裏許)와 저저(這這)와의 내밀한 이야기에서 그 답을 찾는 듯하다. 삶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고, 이야기는 어떻게 삶을 만드는가. 이러한 질문 속에서 글쓰기라는 정제된 삶의 기념비를 만들기 위해 세상을 어떤 눈길로 바라봐야 하는가에 대한 통찰을 작가 특유의 세밀하고도 감각적인 표현으로 그려낸다.
지나가듯 던지는 할머니의 한마디 말에 삶을 관통하는 철학이 섞여들곤 한다. 앞서 살아온 인생에서 우러난 이야기들에는 삶의 지혜와 남다른 가르침이 담겼으며 세상을 보는 안목이 보이기 때문이다. 박기눙 작가에게는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작고 큰 모든 일이 이야기의 소재다.
이웃 할머니의 말에서 떠올린 마르케스의 마술적 언어부터 들뢰즈 철학, 프루스트의 예술론 등 지적 탐색의 시간을 가지며, 문학과 예술을 탐독한다. 음악을 감상하며 느끼는 채움의 시간, 소설로 배우는 이국의 역사 등 종횡무진하는 작가의 폭넓은 탐색은 진정한 대화와 소통이 필요한 시대에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로 변해 우리에게 온다.
작가는 연주자들이 악기를 조율하는 모습을 떠올려보라고 한다. 처음에는 불협화음처럼 들릴지라도 화음을 맞추고 연주가 시작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 어우러지고 조화를 이룬다.
불완전하고도 혼잡한 이 세상 속에서 인생살이에 대한 고민, 예술과 문학의 존재, 사회 문제 등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박기눙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조율하는 연주자들처럼 이 세상을 조화롭게 만드는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이 책은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다. 또한 삶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다. 삶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고, 이야기는 어떻게 삶을 만드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다시 글쓰기라는 정제된 삶의 기념비를 만들어가기 위해 세상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는 "글을 짓는 일은 틈새에 눈을 대고 세상을 살피는 일"이라고 말한다. 틈새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틈새는 견고한 기성관념과 고착된 관습과 제도에 대한 일탈과 전복을 통해서 생긴 균열이다. 작가는 스스로 글쓰기를 통해서 틈새를 만들어가는 사람이며, 그 틈새를 보는 눈을 제대로 가질 때만 세계에 대한 인식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백무산 시인은 "들뢰즈 철학에서 프루스트의 예술론까지 종횡무진 넘나드는 작가의 지적 노마드가 경이롭다"며 "작가의 가슴 속에 이제 막 쓰여지기를 기다리는 작품이 어떻게 태동하는가를 엿보는 재미도 덤으로 주어진다"고 평했다.

박기눙 작가는 경기도 여주에서 나서 서울에서 자랐고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했다. 지난 2013년 무등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천국으로 가는 계단'이 당선,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단편소설집 '타임피싱', 장편소설 '시간의 춤'을 각각 펴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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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광주23, 경기 침체 속 약진 '눈길' 아트광주23이 새로운 콜렉터들을 불러모으며 성황리에 마무리했다.아트광주23이 광주 시민의 첫 방문과 첫 작품구입이 크게 증가하는 등 새로운 콜렉터들을 대거 불러모으며 경기침체, 미술시장 부진이란 상황 속에서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25일 아트광주23 사무국에 따르면 지난 21~24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트광주23이 나흘 동안 3만4천48명이 방문하며 폐막했다.이번 방문객 수는 역대 최다치다. 지난해 3만2천530명, 2021년 2만8천530명, 2019년 2만6천여명이었던 것에 비해 방문객이 늘어난 수치다. 출구 설문조사결과 아트광주에 처음 방문했다는 관람객이 크게 증가했음이 확인되며 비단 미술계만의 행사가 아닌 시민들이 즐기는 미술문화축제로 발돋움한 것으로 보인다.행사 마지막 날 경우 입장을 기다리는 인파로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는 진풍경이 벌어졌으며 일찍이 작품을 완판한 갤러리들도 눈에 띄었다.올해 작품 판매액은 24억7천만원(추산). 경기가 침체돼 미술시장이 전체적으로 침체됐던 지난해 22억3천만원에 비해 2억4천만원이 늘었다. 올해 역시 경기 침체로 인해 굵직한 아트페어들이 전체적으로 성적이 부진한 가운데 이같은 성과는 약진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아트광주는 소품을 중심으로 첫 작품 구입이 크게 증가하며 새로운 콜렉터들을 불러들여 또다른 의미를 갖는다.이에 더해 지역 미술시장을 활성화시킬 지역 갤러리 증가, 지역 작가들의 전국·해외 시장으로의 발판을 만들어줄 타 지역 아트페어 특별부스와 해외갤러리 부스의 교류전 협약 등은 아트광주가 건강한 미술생태계를 조성하는데 역할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김요성 광주광역시 문화체육실장은 "갤러리 중심의 운영방식 변화, 교류와 협력에 중점을 둔 특별전, 해외갤러리들과의 지속적인 교류, 홍보와 편의성 재고를 통한 일반 시민들의 참여 증가로 아트광주23의 성공적인 폐막과 동시에 지역 아트페어를 선도하는 새로운 기준점이 생성되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며 "향후 아트광주라는 브랜드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확립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으로 이번 행사를 평가한다"고 말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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