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위안부 피해자, 한 인간으로 바라보다

입력 2023.01.24. 12:30 수정 2023.01.24. 13:23 댓글 0개
'여섯 개의 눈' 2월26일까지 갤러리 포도나무
안세홍·야지마 츠카사 참여 '눈길'
투사 틀 아닌 한 사람으로 앵글에
할머니들 일상 마주하는 경험
내달 작가와의 대화·콜로키움도
야지마 츠카사가 찍은 박서운 할머니

지난해 연말, 또 한 명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이옥선 할머니가 향년 95세로 별세한 것. 이로써 정부에 등록된 피해자 240명 중 생존자는 10명 뿐이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약 94세. 자신의 존엄성 회복을 위해 한평생 싸워온 이들이 생전에 일본 정부의 사과와 배상을 받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의 문제 해결 의지가 보이지 않기 때문.

이런 가운데 인간 개인의 존엄을 훼손한 역사를 잊지 않고 이를 후세에 전달하기 위한 전시가 광주에서 펼쳐지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안세홍, 야지마 츠카사 사진전 '여섯 개의 눈-위안부 할머니의 일상'이 2월26일까지 양림동 갤러리 포도나무에서 열린다.

안세홍과 야지마 츠카사는 동아시아 근대사에서 은폐됐던 위안부할머니의 존재를 찾아 오랫동안 사진으로 담아냈다.

이번 전시는 한때 위안부였던 존재에 대한 기록이다. 사진 속 주인공은 삶의 공간을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놓여있다. 관객들은 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기 위해 삶 속으로 초대받은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안세홍이 찍은 이수단 할머니

사진 속 이들은 종군위안부로 끌려갔다 살아남은 생존자라거나 위안부 문제로 싸우는 투사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다. 우리가 생각하는 틀 안에 이들을 가두지 않고 인격과 존엄을 지닌 한 개인으로 이들은 존재한다.

위안부 문제가 국가 간 이해나 소모적 논쟁,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고 있는 가운데 많은 이들이 놓치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특히 갤러리 포도나무가 속한 가연지소는 사진 속 일상의 배경을 연상시키는 가옥이다. 전시된 사진들은 할머니들의 일상처럼 이 공간에 스며들고, 관객들에게 보다 할머니들의 일상을 마주하는 경험을 전한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작품에 대한 직관적 이해와 공감대 형성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전시는 연계 행사를 통해 관객과 두 예술가, 또 관객과 연구자가 함께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이를 통해 보다 많은 이들이 작품에 대한 배경지식과 정보 등을 확인하고 오늘날의 위안부 쟁점을 다양한 층위에서 바라보고 우리 시대의 책임은 무엇인지 생각하도록 한다.

2월3일 오후 3시에는 전남대 인문대 1호관 313호에서 콜로키엄이 열린다. '예술 속의 위안부'를 주제로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자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가 강연을 펼친다. 이어 정현주 독립연구자의 사회 아래 이나영 이사장과 참여자들의 자유로운 토론이 이어진다.

다음날인 4일 오후 5시에는 양림동 가연지소에서 이번 전시의 참여작가인 안세홍과 야지마 츠카사와의 대화가 열린다. 관객들이 전시를 보며 갖게 된 의문을 함께 풀어갈 수 있는 시간으로 기대된다.

이번 전시 기획에 참여한 정현주 독립연구자는 "우리 시대의 책임을 예술 및 다양한 층위의 관점에서 질문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며 "이후에도 이와 유사한 기획들이 지역의 미술행사에 자리 잡도록 이번 행사가 긍정적 사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시 참여작가 안세홍은 장애인, 일본군 성노예, 인권 등 다큐멘터리 사진 작업을 한다. 1996년부터는 한국의 일본군 성노예 피해 여성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필리핀, 중국 등 아시아에서 현지 피해 여성 140여명을 기록하고 있다. 야지마 츠카사는 일본 제국주의 참상을 파헤치는 일에 청년기를 바쳤다. 일본 아사히신문 등 여러 언론매체에서 사진가로 활동한바 있으며 현재 경기도 광주의 나눔의 집에서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을 기획관리하고 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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