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봐야 할 것이 넘쳐나는 시대의 콘텐츠 트렌드

입력 2022.11.23. 15:28 수정 2022.11.24. 14:30 댓글 0개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왜 요즘 세대는 영화나 영상을 빨리 감기로 재생하면서 보는가?"

지난해 일본에서 한 칼럼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이나다 도요시는 이 질문을 갖고 취재해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의 출현이 시사하는 무서운 미래'라는 칼럼을 세상에 내놓았다.

명쾌한 지적이라는 반응도 있었지만 '왜 시청 방식을 강요하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모두 마음 한편에 품고 있던 불편함이 이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후 그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와 각계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덧붙여 원고를 집필한 책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은 출간 즉시 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빨리 감기'라는 작은 현상을 다룬 기사가 왜 이렇게 큰 반향을 불러왔을까. 빨리 감기가 작은 현상처럼 보일지라도 그 속에는 거대한 사회적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빨리 감기' 현상 속에는 있는 3가지 배경을 말한다. 첫째, 봐야 할 작품이 너무 많아졌다. 둘째 '시간 가성비'를 추구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셋째, 영상 제작 및 연출 자체가 쉽고 친절해졌다.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OTT의 탄생, 경기 침체로 인한 효율성 추구, 실패에 대한 두려움, 남들과 차별화되고 싶다는 개성의 족쇄, SNS로 24시간 공감을 강요당하는 분위기 등이 있었다.

저자는 이 현상이 효율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치트키를 찾을 수밖에 없는 현실과 실패하면 안 된다는 압박 속에서 Z세대의 행동 양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도 보여준다.

이 모든 거대한 사회적 변화들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 빨리 감기(배속), 건너뛰기(스킵), 패스트무비(몰아보기) 현상이었다.

본래 영화는 '영화관'이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제작자가 만든 대로 시청하는 수동적인 콘텐츠였다. 하지만 텔레비전과 OTT를 통해 자유롭게 영화를 건너뛰면서 보거나, 빨리 감기로 보는 일이 일상화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영상을 직접 편집하여 10분 내외의 짧은 영화로 만든 콘텐츠를 즐기기도 하고, 인터넷 사이트의 해설을 수시로 참고하면서 영화를 보기도 한다.

왜 이런 변화가 나타났을까? 이 책의 저자 이나다 도요시는 그 이면에 콘텐츠의 공급 과잉, 시간 가성비 지상주의, 친절해지는 대사가 있다고 지적하며 '빨리 감기'라는 현상 이면에 숨은 거대한 변화들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특히 20대 이하의 젊은 세대일수록 이런 현상을 '보통'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그렇기에 '빨리 감기'로 대표되는 '콘텐츠 소비 문화'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우리 사회와 콘텐츠 시장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영상 콘텐츠 시장이 나아가야 할 길과 우리 사회의 전반적 트렌드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알고 싶은 독자라면 누구나 이 책으로 놀라운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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