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시민기자영상] 아름다운 시인의 고향 강진

입력 2022.08.19. 16:00 수정 2022.08.19. 16:08 댓글 0개
강진 거리 곳곳에서 시와 그림 볼 수 있어
강진시내-건물벽-시화-누이의마음아나를보아라



남도 답사 1번지, 강진은 김현구와 영랑 김윤식 시인의 고향이다. 시에 어울리는 그림과 함께 건물 벽에서 두 시인의 시를 볼 수 있다. 강진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듯한 이유가 강진만 바다를 끼고 있어서 뿐만 아니라 두 시인의 감성 넘치는 시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원한 바람이 살랑이는 남쪽 마을 강진에는 문화예술이 넘친다. 따로 시간 내어 문화예술작품을 보러 전시관을 찾지 않아도 강진 시민은 모두 문화예술인이다. 누구를 붙잡고 물어도 시 하나쯤은 줄줄 왼다.

김현구시인생가

1904년 강진군 강진읍 서성리에서 태어난 김현구(金炫耉) 시인은 라는 문학 모임을 결성하고 동인지를 발간했다. 1930년대에 영랑 김윤식 등과 함께 시문학 동인으로 활동했다. 에 '임이여 강물이 몹시도 퍼렇습니다', '물에 뜬 갈매기', '거룩한 봄과 슬픈 봄', '적멸' 등 4편을 동시에 발표하며 문단에 등단했다. 이후에도 '풀 우에 누워', 내 마음 사는 곳', '길' '산비달기 같은' 등을 발표했다. 시인은 작품을 매우 아껴 썼다. 시의 경향은 강한 서정성을 바탕으로 자연과 인생에서 느낀 감정을 부드러운 가락에 담고 있다. 호는 현구(玄鳩)이다.

강진을 대표하는 또 다른 시인 김윤식은 강진군 강진읍 남성리에서 1903년 1월 16일 태어났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영랑이란 이름은 아호로 에 작품을 발표하면서부터 사용했다. 한학을 배우고 상경하여 휘문의숙에 입학했다. 3.1운동 때에는 강진에서 거사하려다 경찰에 체포되어 대구 형무소에서 6개월간 옥고를 겪었다. 1930년 박용철, 정지용 등과 함께 동인으로 참여해 '동백잎에 빛나는 마음', '언덕에 바로 누워', '쓸쓸한 뫼 앞에', '제야(除夜)' 등 서정시를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시를 썼다.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등의 서정시를 계속 발표하고, 1935년에 첫 번째 시집인 '영랑시집(永郞詩集)'을 발표했다. 김영랑의 시 세계는 세 단계로 구분할 수 있는데,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이 드러난 시와 인생에 대한 깊은 회의와 '죽음'의 의식이 나타나 있는 시, 일제 치하 새 나라 건설의 의욕으로 충만한 시가 있다.

김영랑시인생가

두 시인의 생가는 강진군 강진읍에 있어서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다. 시인 김현구 생가는 강진군 강진읍 현구길 8-1에 있으며, 강진군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해 관리 보존하고 있다. 김영랑 시인의 생가는 강진군 강진읍 영랑생가길 15에 있고, 국가지정문화재 중요민속자료로 관리 보존하고 있다. 김영랑 시인은 이 생가에서 1903년 태어나 1948년 가족과 함께 서울로 이주하기 전까지 45년간 살았다. 김영랑 시인 생가를 찾는 시민의 발길은 1년 내내 이어진다. 생가를 찾는 시민을 위해 관광버스도 주차할 수 있을 만큼 크고 넓은 주차장이 인근에 있다.

강진시내-건물벽-시화-모란이피기까지는_님이여몹시도퍼렀습니다

생가에는 시인의 대표 시 중 하나인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새긴 시비가 모란꽃이 핀 화단에서 있다. 영랑은 시에서 봄의 절정이면서 삶의 모든 보람과 목적인 모란이 피기까지 기다리며, 모란이 떨어져도 '찬란한 슬픔의 봄'을 기다리겠다는 시어로 절망을 절망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희망을 노래한다. 장독대 옆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라는 시비는 추석에 할 일을 걱정하는 시인에 비해, 세상 걱정 잊어버리고 장독대 위 단풍드는 감나무를 쳐다보고 '오매 단풍 들겄네'라고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맑고 천진한 감성을 지닌 누이 모습을 대조한 시다.

5월에 피는 모란꽃은 피기 시작해 2~3일 후엔 지기 때문에 꽃을 보려면 시기를 잘 맞춰야 한다. 빨리지는 모란꽃 특성을 고려해 시인 생가 위쪽에는 '사계절 모란 향기 머금은 세계모란공원'이 있다. '세계모란공원'에는 세계 각국의 수백 송이 모란꽃이 자라고 있어서 언제든 피어있는 모란꽃을 볼 수 있다.

생가 앞에는 '시문학파문학관'이 있다. 문학관에는 1930년대 '시문학파'로 활동했던 영랑 김윤식, 용아 박용철, 정지용, 수주 변영로, 이하윤, 김현구, 위당 정인보, 허보, 신석정 등 우리나라 현대 시의 출발을 이끌어 왔던 시인들의 역사와 자료를 볼 수 있다. 김선기 문학관장은 "시문학파에 의해서 순수시가 발원됐다"면서, "2010년 3월 5일에 개관한 문학관은 특정 문인이 아닌 유파 전체를 한자리에 아우르는 곳으로 영랑을 비롯한 아홉 시인의 육필 유품, 저서, 1920~50년대 문예지 창간호 30여 종 등을 전시 중이며, 2007년에 대한민국 최우수 문학관으로 선정됐었다"라고 말했다. 정규석 시민기자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