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꿈꾸던 그림과 흡사한 공원, 기분 좋은 발걸음

입력 2021.06.10. 18:36 수정 2021.06.10. 18:36 댓글 0개
공간탐구자와 걷는 도시건축 산책
<18> 광주공원
1995년께 광주공원 전경. 대지분석을 위해 이어붙인 사진으로 주요 건물명과 교통체계를 표현한 것이다. 당시에는 광주천 좌우에 주차장이 있어 홍수만 나면 하천을 떠다니는 자동차를 구경할 수 있었다. 구동체육관 위치에 빛고을시민문화관이 들어섰고, 상가가 즐비한 공원의 좌측은 공원에 편입됐다.

◆광주공원에 대한 기억

광주공원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대학 3학년, 설계부지로 시민회관을 선택하면서부터이다. 이후 광주공원에 대한 집착은 석사 졸업때까지 이어졌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은 어이없지만, 그때는 나름 진지했다.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IMF가 터졌고 이듬해 늦가을 저녁 친구들과 술기운에 광주공원에 올랐다. 그리고 노숙인의 거처에서 어찌어찌 술자리가 만들어졌다. 그들에게 광주공원은 마지막 피난처 같은 공간이었다. 광주공원을 다른 눈으로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이들이 광주공원을 접근하기 어려운 공간으로 만들지 않았었나 하는 생각에 서글픔이 느껴진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공원 초입부에 세워진 김군상과 광주공원의 연혁을 소개하는 안내판 모습과 광주공원의 랜드마크로 리모델링을 거친 시민회관. 새로 조성되 기념공간의 상징성을 강화하는 충혼탑과 광주공원 거북이 전설 속 5층 석탑.

◆20년만의 광주공원 방문기

공원에 진입하면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2마리의 해태상이다. 1호 도시공원을 알리는 표지석도 변함 없다. 표지석 아래 쪽에 김군의 동상이, 맞은편에는 5·18사적비가 새로 설치됐다다. 계단 중간중간에 '일제 식민통치 잔재물인 광주신사 계단입니다'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임팩트있는 말 한마디와 몇 개의 조형물이 역사에 둔감해진 나를 숙연하게 한다.

계단을 오르면 시민회관 앞에 다다른다. 철거와 보존의 논의 끝에 다행히 시민 참여를 통해 리모델링이 됐다. 외형은 유지하고 새로운 생명력을 주입했다. 청년 창업 공간으로, 시민과 함께 하는 소통의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공원이 변화하고 있다.

시민문화관과 아트스페이스 모습이다. 건물 형태를 보면 광주공원, 기존 건물과의 관계에 대해 고민한 것을 느낄 수 있다. 아트스페이스 경우(두번째 사진) 시민회관과 나란히 위치해 적벽돌은 강력한 대조를, 유리블럭과 수평선은 연속성을 갖는다. 시민문화관 경우 높은 기단부와 캔틸레버로 공원과 어깨를 맞대고 도도하게 고개를 들고 서 있는 모습이다.

주차장을 가로 질러 어린이놀이터로 향한다. 놀이터라고 하지만 예전부터 덩그런 공터뿐이다. 주변 경사면의 건물들이 철거되고 공원이 확장됐다. 확장된 경사면에 희경루 중건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광주공원의 또 다른 얼굴이 탄생하고 있다.

한 번 더 계단을 오르면 충혼탑을 만날 수 있다. 2015년 새로 조성된 충혼탑은 유려한 곡선과 경사면이 역동감을 준다. 주변도 넓게 정비됐다. 새것이 좋긴 좋다.

코로나 때문일까? 공원이 한산하다. 문득 금남로 모 지하철역이 노인들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부상했다는 기사가 떠오른다. 그래도 한적한 벤치에 누워 잠을 청하는 분이 있다. 그 옆에 빈 술 병이 보인다. 과거의 기억이 잠시 스친다.

충장로58번길에서 본 광주공원(사진 왼쪽). 광주교의 원형 게이트가 강하게 어필된다. 공원의 정면성이 가장 강하게 부각되는 접근로이다. 광주교 원형 게이트와 차도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충장로 46번길. 광주극장과 충장로 5가 근대건축물, 테마 골목길과 연결된다. 문화·축제 프로그램 연계를 통해 상생 방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발걸음을 옮겨 석탑을 향한다. 거북이가 도망가지 못하게 목을 누르고 있다는 전설을 가진 구 성거사지 5층석탑이다. 석탑을 지나니 과거에 바위가 드러나 앙상했던 비탈면은 녹음이 우거졌고 등산로도 조성됐다. 내가 생각했던 공원과 흡사한 그림이다. 기분 좋은 발걸음이다.

◆문화허브로서 광주공원

5층석탑을 지나 동산로를 따라 내려오면 빛고을 아트스페이스(이하 아트스페이스)와 빛고을 시민문화관(이하 시민문화관), 건설 중인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플랫폼(이하 플랫폼)을 만나게 된다.

아트스페이스는 과거 전남체육회관을 리모델링 한 것이다. 故 김수근 건축가의 1981년 작품이다. 둥근 기둥 위에 올려진 수평선이 강조된 사각형의 매스는 경사지에 얹혀져 건물에 안정감을 준다. 아기자기한 진입계단과 도로변의 작게 분절된 매스는 인간적 스케일을 느껴지게 한다.

그 옆에 시민문화관이 위치한다. 부지의 형상 때문인지 모호한 정면성을 가진다. 광주천을 향해 있던 정면이 가로변으로 이어져, 한숨 쉬고 아트스페이스의 상부 매스 가로선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이렇게 공원을 등지고 선 두 건물이 공원의 측면을 막아버렸다. 건물사이로 공원이 살짝 보이기는 하지만 시민회관이나 광주공원과 소통하며 공생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3개의 건물 조성이 완료되면 광주공원의 경관변화는 물론, 강력한 지역의 문화 허브로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 기대를 갖게 된다.

◆원도심과 광주공원, 몇 가지 아쉬움

이제 발길은 광주천으로 향한다. 광주천을 지나면 도보 5분거리 내에는 NC웨이브, 광주극장, 충장로4·5가가 위치한다. 광주공원은 생각보다 원도심에 가깝다. 충장로 58번길 NC웨이브의 모퉁이에서 광주교까지는 200m밖에 안된다. 그런데 왜 200m나 된다고 생각이 되는걸까? 나만 그럴까?

플랫폼과 희경루 신축, 공원 시설 정비 등 많은 부분에서 광주공원의 변화가 기대된다. 그래도 몇 가지 개인적 아쉬움이 남는다. 중앙의 계단 중심 동선 외에 다양한 접근로의 확보, 보행성과 이야기 강화, 광주교를 매개로 기존 가로와의 연속성을 강화할 수 있는 장치와 바닥 마감 보완(광주천에 놓인 광주교는 주변의 다리 중 규모가 큰 보행전용교이다. 상당히 넓은 원형의 상판과 원형의 게이트가 인상적이다. 그런데 이러한 형상과 특성이 오히려 기존 가로와의 단절을 가져오지 않나 생각한다. 광주천으로 내려가는 통로도 보이지 않는다), 가족단위의 휴게공간(잠시 자리깔고 앉을 수 있는 공간)의 확보 등이다. 또한 신규 건축물의 완공에 따른 공원 경관의 변화와 효율적 동선확보를 위한 주변 동선체계를 포함한 외부공간에 대한 조정이 필요할 것이다. 모두 어려운 문제들이다. 최선의 답을 찾기 위해 서로의 머리를 맞댈 때이다.

강만호 건축사사무소 테라 대표

강만호 건축사는

대학원 진학 이후 다양한 연구활동에 참여했다. 최근 노후도심 활성화, 근대건축물 활용방안, 도시재생 경관계획 등의 사업에 참여하면서 장소와 환경, 길과 사람, 연계를 통한 걷기 좋은 도시, 맥락을 존중하는 건축에 대한 관심을 키워가고 있다.

세상에 올바른 건축은 없으며 그 결과가 어떠하든 사용자가 만족하고 사는데 적당하면 좋은 건축이라고 생각하고 작업에 임하고 있다. 그런데 그 적당히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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