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윗선 손 안 대고 공모 의혹 눈 감고···전남청 솜방망이 징계 논란

입력 2024.05.30. 16:57 수정 2024.05.30. 18:27 댓글 0개
도박 증거물 훔쳐 빚 갚은 경위
관리 허술 명백한 책임소재에도
관계자만 처벌 상급자는 무탈
100여차례 수당 부당수령 아내
공모정황 의심 남편 감찰 안 해

빚에 시달리던 현직 경찰이 증거물 보관실에 보관 중인 현금을 지속적으로 빼돌린 사건을 둘러싸고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고 있다.

사건 수사 과정에서 증거물 보관실 비밀번호를 누구나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단순하게 설정하고 공유하는 등 증거물을 허술하게 관리해 온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상급 관리자들은 처벌을 면했기 때문이다.

30일 전남경찰청에 따르면 전남청 감사계는 지난 28일 완도경찰서 수사과 소속 A 경위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고 중징계인 파면 처분을 내렸다.

A 경위는 2022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증거물 보관실에 보관된 현금 4천350만원을 빼돌려 자신의 빚을 갚는 데 사용했다.

A 경위가 빼돌린 현금은 도박 사건에서 압수한 현금으로, A 경위가 이를 손쉽게 빼돌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허술한 증거물 관리가 한몫했다.

통상 도박 사건에서 압수한 현금은 증거물 보관실에 보관하는데, 네 자리 숫자로 된 출입문 비밀번호는 키패드에서 한 줄로 배열된 '2580'이었다.

증거물 보관실의 비밀번호는 규정상 관리책임자 외에 노출되면 안 되지만, A 경위를 비롯해 직원 간에 공유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1년간 A 경위가 테이프로 밀봉된 증거물 봉투에서 현금을 빼낸 뒤 두께를 맞추기 위해 종이를 채운 다음 다시 밀봉한 사실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 했다.

특히 지난해 8월 말부터는 완도서 증거물 보관실을 확장하는 공사를 진행하면서 접근이 쉬운 형사팀 숙직실에 있는 임시보관함에 압수한 현금을 보관했는데, 증거물을 임시보관함 위에 올려놓는 등 방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전남청은 당시 A 경위의 직상 감독자인 B 경감(형사팀장)과 증거물 보관실 관리 업무를 맡던 수사지원팀 소속 C 순경을 같은 날 징계위에 회부해 불문경고를 의결했다.

그러나 이들의 직속상관인 수사과장이나 관서장인 경찰서장은 증거물 보관실 공사를 하는 동안 증거물 관리책임자 외 누군가 손대지 않을 명확한 장소를 지정하는 마땅히 해야 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음에도 징계위에 넘겨지지 않았다.

A 경위가 맡았던 도박 사건이 검찰에 장기간 송치되고 있지 않자 이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A 경위의 비위를 최초 적발한 B 경감과 A 경위의 범행기간 중인 지난해 초 입직한 C 순경에게는 책임을 물었지만, 정작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처벌을 면한 것이다.

같은 날 열린 또 다른 징계위에서 감봉처분을 받은 전남청 D 경감에 대한 징계도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D 경감은 2022년 2월부터 1년여간 목포경찰서에서 근무하던 남편 E 경위에게 공무원 인사기록 시스템 'e-사람'에 자신의 초과근무수당을 입력해달라고 하는 수법으로 100여 차례에 걸쳐 초과근무수당 370만여원을 부당하게 수령했다.

하지만 전남청은 공모 정황이 의심되는 남편 E 경위에 대해서는 감찰 조사를 펼치지도 않았다.

이에 대해 전남청 감사계 관계자는 "감찰 조사 대상을 비롯해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모른다"며 "수사감찰에서 징계를 상신한 것에 대해 징계위를 열기만 했을 뿐이다"고 밝혔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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