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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증원 멈춰야 복귀할 것···정부 안변하면 강대강 뿐"[전공의 사직 100일④]

입력 2024.05.30. 05:01 댓글 0개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 인터뷰
"정부, 의대증원 추진 멈추고 복귀 유도를"
"국민, 증원·필수의료 정책 같이 고민하길"
[성남=뉴시스] 정병혁 기자 =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가 29일 서울 성남시 분당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5.30.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정부의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대해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기 시작한 지 100일이 넘었지만 복귀한 전공의는 미미한 수준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수련병원 211곳의 출근율은 8.0%(레지던트 1만501명 중 839명만 출근)에 그쳤다. 대다수 전공의가 소속된 주요 수련병원 100곳의 출근율을 보면 6.8%(9991명 중 675명)에 불과하다.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는 지난 29일 경기 분당의 한 커피숍에서 뉴시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정부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 한다"면서 "기존 정책을 그대로 추진하면서 전공의 복귀도 바라고 있으니 전공의들이 돌아갈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공의 없이 전문의 중심 병원을 구축해 정부가 추진해온 의료 개혁을 그대로 추진하던가, 기존 정책 추진을 멈추고 일단 전공의들을 돌아오게 해 의대 증원을 원점 재논의하던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서 "지금처럼 2가지 다 추구하면 강대강 대치 국면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음은 정 전 전공의와의 일문일답.

-사직 후 어떻게 지냈나요?

"전공의 생활 당시 당직으로 집에 들어가지 못하면 다섯 살짜리 외동딸이 '보고 싶다'면서 많이 울어 상당히 마음이 아팠는데요. 요즘에는 여유가 조금 생겨서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물론 수련의 뜻을 갖고 병원에 들어갔는데 중단한 것은 너무 힘들죠. 아직 수련에 대한 미련이 남아 해외 논문 등도 보면서 수련 중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사태가 빨리 마무리돼 못다 한 수련을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는 각각 어떤 점이 문제라고 생각하시나요?

"의대 정원을 갑자기 2000명 늘리면 교육의 질 저하는 누가 책임지나요? 의학 교육은 실습이 생명인데 늘어난 인원의 실습 교육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도 의문입니다. 또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중 가치기반 지불제도를 한 예로 들어 설명드리겠습니다. 이 제도는 환자의 치료 결과가 좋으면 의료진에게 보상을 해주겠다는 것입니다. ‘의사들이 환자를 더욱 열심히 치료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치료 가능성이 낮은 중환자 치료 분과가 위축되고 많은 환자들이 연명의료중단 동의서(DNR)를 작성해야 될지도 모릅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이런 의료 개혁이 질 좋은 치료를 적은 부담으로 받을 수 있는지, 건강보험료 부담이 적은지 한 번만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잘못된 정책에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생각하며 전공의들이 면허정지 등을 각오하고 개별 사직서를 내고 병원 밖으로 나온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성남=뉴시스] 정병혁 기자 =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가 29일 서울 성남시 분당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5.30. jhope@newsis.com

-교육부가 30일 입시 요강을 발표하고 향후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올텐데요. 전공의 복귀에 영향을 미칠까요?

"물론 관심있는 친구들도 있겠지만, 정부에서 공표하는 숫자가 크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의대 증원 숫자에 동요되거나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의료계와 정부 간 2020년 9·4 의정합의가 지켜지지 않은 의미 없는 숫자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정부와 의료계가 협의를 거친 의미 있는 숫자가 나와야 전공의들이 복귀하고 병원이 정상화되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도 경제적으로 힘들긴 하지만 정부가 현재의 의료 정책을 계속 추진한다면 더 이상 수련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의료계가 공감하는 필수의료 대책이 나온 후 의대 증원이 추진됐다면 이번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까요?

"최소한 정부에서 낮은 수가와 의료소송 부담에 대한 실질적인 개선책과 권역별 대형병원 설립 등 보다 현실적인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의대 정원 확대 등을 얘기했다면 진정성 있게 다가왔을 것 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처음부터 일방적으로 근거 없는 2000명만 제시해 파국으로 치닿게 됐고 결국 국민들께 피해만 끼치게 됐습니다. 정책은 자존심 싸움이 아닙니다. 2000이라는 숫자에 매몰되기 보다 원점에서 다시 출발해 하루빨리 의료가 정상화 돼 국민들이 불편이 겪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정부의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으로 병원이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아 다른 병원 취업이 불가능한 상태인데요. 사직서가 수리돼야 한다고 보시나요?

"개별적으로 사직 의사를 표현했기 때문에 수리는 소속 병원이나 복지부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최대한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주길 기대합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에서 전공의 복귀 조건으로 제시한 7대 요구안 중 이것만은 정부가 꼭 들어줬으면 하는 것들이 있으시다면요.

"대전협에서 7대 요구안 중 첫번째로 제시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및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가 우선적인 요구 사안입니다. 단순히 정책의 폐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 정책 수립 과정에서 다양한 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해줬으면 하는 바람이기도 합니다. 지금이라도 의료 정책 수립 과정에서 대한의사협회와과 대전협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줬으면 합니다."

[성남=뉴시스] 정병혁 기자 =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가 29일 서울 성남시 분당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5.30. jhope@newsis.com

-설령 전공의들이 복귀한다 해도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전공의들의 복귀는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 예로 내과 전공의들이 돌아가지 않겠다고 확고한 어조로 말하더라구요. 가령 심폐소생술(CPR) 환자가 발생하면 다른 과 환자라 할지라도 내과 전공의가 먼저 뛰어가서 1차적으로 응급 처치해야 합니다. 내과 전공의들은 그만큼 중요한데, 이 분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남은 의료진의 업무가 과중되기 때문에 내년 내과 지원자도 급격히 줄 겁니다. 최소한 3~4년간 지원자가 크게 줄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부에서 필수의료를 살리려는 의지가 있다면 많이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번 사태로 진료를 받지 못해 피해를 보는 환자들도 많은데요.

"저는 의사이면서 환자의 가족이고, 환자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아는 의사가 되고 싶었던 만큼 불편을 겪고 계실 환자 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장인 어른이 췌장암이셔서 한 달에 한 번 대학병원에 항암 치료를 받으러 다니시거든요. 하루빨리 의료가 정상화돼 치료를 잘 받을 수 있을까 불안해 하지 않으셔도 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꼭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의사이기 전에 국민의 한 명으로서 세계적인 수준인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이 잘못된 정책으로 무너지지 않길 바랍니다. 또 최근 전공의들이 인터뷰한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국민들께서 '한국을 떠나라'는 비난 보다는 진지하게 대한민국 의료에 대해 같이 고민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가깝게는 부모님, 언젠가 우리 모두 환자가 될 수 있는데, 의대 증원이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는 우리가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느냐와 밀접한 관련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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