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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관둔다"···'전공의 공백 석달' 요동치는 의료계

입력 2024.05.26. 07:01 댓글 0개
경영난에 교수 병원 옮겨…전문의 영입전
고난도수술 전문의 사직·해외로 눈 돌려
전공의도 해외 관심…젊은 전문의도 사직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지난 16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4.05.16. ks@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으로 의료 공백이 석 달 이상 이어지면서 국내 의료 시장에 교수 이직, 전문의 영입 경쟁, 전공의·전문의 해외 진출 등으로 빅뱅이 일어날 조짐이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 의대 교수(전문의)들이 병원의 경영난으로 자리를 하나둘씩 옮기거나 의료 공백 장기화에 따른 물리적·체력적 한계로 병원을 떠나가고 있다.

최근 전공의 수련병원이지만 상급종합병원은 아닌 A종합병원의 B 교수는 "병원의 경영이 악화돼 사직하고 규모가 좀 더 작은 2차병원(종합병원)으로 가기로 했다"면서 "동료 의사들과 송별회도 했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대해 병원을 떠난 후 과도한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중심의 기형적인 인력 구조를 유지해온 대학병원들은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대학병원들은 고질적인 저수가 체계(원가의 70~80% 수준)에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전문의 대신 전공의의 최저임금 수준(시간당 1만2000원)의 값싼 노동력에 의존해왔다. 최근 석달 간 입원·수술 등이 대폭 줄어든 가운데 전체 의료 수익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인건비는 고정적으로 지출되면서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다.

전공의 공백 속에서 버텨오던 대학병원들이 최근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구인 공고에 나섰지만 배출되는 신규 전문의가 없어 '전문의 영입'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 종힙병원은 전문의들을 대거 확보하기 위해 다른 대학병원의 특정 진료과 의사를 통째로 빼내려는 시도를 했었다고 한다.

고난이도 수술로 꼽히는 미세 접합 수술 전문의들도 하나 둘 그만 두거나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세 접합 수술은 1mm 이하의 절단 부위 미세 혈관과 신경, 인대 등을 미세 현미경을 통해 정교하게 복원하는 것으로, 많은 훈련이 필요하고 장시간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의사의 끈기와 사명감이 필수다.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 A 교수는 최근 페이스북에 "미세 접합 수술을 하시는 성형외과 선배 두 분이 그만두기로 했다"면서 "존중도, 대우도, 보호도 받지 못하는 현실이 이젠 지긋지긋하다고 하셨다"는 글을 올렸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 21일 서울시내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이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4.04.21. jhope@newsis.com

그러면서 "또 다른 두 분은 독일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다고 한다"면서 "경력 20년 베테랑에 실력은 검증됐고 이런 분야 인력은 세계 어디서나 부족하다. 통역 등을 모두 제공받고 급여는 한국의 10배 수준이다. 이렇게 필수의료는 죽어가는 것"이라고 썼다.

의료 공백이 석 달 넘게 이어지면서 피로도가 극에 달한 전문의들의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지방의 한 상급종합병원 응급의학과 B 교수는 "지방과 수도권을 막론하고 이탈하는 전문의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남은 동료들에게 부담을 지우기 미안해 참고 버텨오던 의료진들이 '이젠 살아야겠다'고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년이 2년 정도 남았는데 은퇴 시기를 앞당길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특히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의 경우 원로 교수 뿐 아니라 젊은 전문의(전임의·조교수·부교수)들도 사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 C 교수는 "전공의들이 떠난 상황에서 빈 자리를 메워오던 필수의료 주니어 스태프(전문의)들도 과도한 업무량으로 인한 건강상 또는 가정상 이유로 사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의 미래인 전공의들도 미국, 일본, 영국 등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테네시주, 플로리다주, 버지니아주 등이 주정부 차원에서 외국 의대 졸업생의 미국 진출 걸림돌로 지적돼온 미국 의사 면허 시험(USMLE) 면제에 나서는 등 외국 의대 출신 의사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어 주목 받고 있다.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 D 교수는 "MZ세대 전공의들은 미국 의료 시장이 호의적으로 변하기 시작한 사실을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빠르게 공유하고 있다"면서 "이제까지 조용히 알음알음 해외로 나가던 것과는 양상이 다르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 의대생단체 투비닥터 조사 결과를 보면 의대증원 발표 이전 해외 진출을 고려 중인 의대생은 1.9%에 그쳤지만 발표 후 41.3%로 증가했다. 해외 진출을 고려 중인 국가로는 미국(67.1%)이 가장 많았다. 해외 진출을 고려하는 이유로는 ▲한국 의료 환경에 대한 부정적 인식(79%) ▲처우 개선에 대한 기대(13.1%) ▲ 적절한 보상(4.1%) 등이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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