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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30년 숙원' 노동법원 설치···드디어 이뤄지나

입력 2024.05.19. 17:00 댓글 0개
尹, 14일 민생토론회서 노동법원 설치 지시
노태우 정부부터 논의…국회서도 계속 발의
찬성 측 "전문성과 신속성 위해 설치 시급"
반대 측 "비용적·법적 문제 있어 시기상조"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고맙습니다. 함께 보듬는 따뜻한 노동현장' 주제로 열린 스물다섯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5.14.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권신혁 기자 = 30여년간 논의가 끊이지 않았던 노동법원 설치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노동법원 설치를 지시하면서다. 노동계의 오랜 숙원이 드디어 풀릴 수 있을지 기대감이 모이고 있다.

1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부는 법무부 등 관계부처 및 사법부와 노동법원 설치 협의에 조만간 착수할 예정이다.

이는 윤 대통령이 지난 14일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임기 내 노동법원 설치를 지시한 데 대한 후속조치다.

윤 대통령은 당시 "현행법상 형사에서도 민사적인 피해가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체불임금 등 노동자들의 피해 이슈가 종합적으로 다뤄질 수 있는 노동법원 설치를 적극 검토할 단계가 됐다고 본다"며 "고용부와 법무부가 사법부와 협의를 해서 임기 중에 노동법원 설치에 관한 법안을 낼 수 있도록 준비해달라"고 말했다.

노동법원 설치 논의는 노태우 정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89년 한국노총이 지방노동법원과 고등노동법원을 입법청원하면서 물꼬를 텄으며 당시 정부는 노동법원 설립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에 노동법원 설치 안건이 상정됐다. 지난 정부인 문재인 정부에서도 법원행정처와 법원노조가 단체협약을 통해 노동법원 설치 추진을 약속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지난 대선 공약으로 노동법원 설치를 내걸기도 했다.

국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제18대부터 21대까지 빠짐없이 국회에서 법안이 발의됐다. 다만 본격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국회 임기가 만료돼 폐기됐다. 지난해 4월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이 노동법원을 설치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으나 정식으로 논의되지는 못했다. 오는 29일 21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면 자동 폐기된다.

◆노동계 "신속성·전문성 위해 노동법원 필요해"

이 같이 노동법원 설치에 대한 요구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노동법원의 전문성과 신속성 때문이다.

우선 노동계와 노동 학계에서는 노동사건이 근로자의 생존권과 지위 보호, '노동3권'의 보장 등 특수성으로 인해 일반 사건과 달리 특별한 고려와 절차로 해결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노동분쟁을 전문으로 하는 훈련된 판사가 직접 사건을 맡아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법원 내에는 노동 전담 재판부가 따로 지정돼 노동분쟁 관련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다만 해당 재판부의 판사들도 2~3년에 한 번씩 자리를 옮기는 '순환 보직' 형태로 이뤄지고, 오로지 노동분쟁 관련 사건만 맡는 것이 아니어서 전문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또 대부분의 판사들이 노동현장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절차가 간소화돼 신속성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도 찬성 이유 중 하나다. 현재 우리나라의 노동쟁송절차는 행정적 구제기관인 노동위원회와 사법적 구제기관인 법원으로 이원화 돼 있는데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행정법원, 고등법원, 대법원의 순서로 사실상 '5심제'의 형태를 띄고 있어 구제에 시간이 걸린다는 문제도 있다.

또 이 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도 사용자가 이행을 하지 않는다면 근로자들은 강제집행을 위해 다시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민사 3심이 추가돼, 총 '8심'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어 절차가 중복되고 구제가 지연될 수 있다.

현직 판사들도 노동법원 설치에 찬성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종훈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2019년 발간한 '노동쟁송절차의 개선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전국에 재직 중인 318명의 판사들을 상대로 설문 조사 진행한 결과 73.6%가 노동법원 신설이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또 필요성에 동의한 판사들 중 82.5%가 '노동위원회와 법원으로 이원화되어 있는 현행 노동쟁송절차를 노동법원으로 통일해 신속하고 효율적인 분쟁해결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 해외에서도 노동분쟁을 해결하는 데 노동법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3심까지 노동법원이 노동사건을 전담한다. 직업법관과 노사대표인 비직업법관이 함께 참심제 형태로 재판부를 구성한다. 특히 노사 양측 명예법관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합의부의 구성, 사무분담, 명예법관 배치, 재판참여 순서 등 법원 운영에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프랑스는 원칙적으로 노사대표인 비직업법관만으로 재판부가 구성되는 특징이 있다. 공통점은 노사를 대표하는 참심관이 판결 과정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들이지난해 9월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불법파견에 대한 대법원의 조속한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09.20. xconfind@newsis.com

◆'최대 1조' 비용 문제 걸림돌…운영방안에도 이견 있을 수 있어

문제는 비용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최강욱 전 의원이 발의한 노동법원 설치 법안과 관련해 비용을 분석했다. 그 결과 5개 고등법원과 8개 지방노동법원 등 13개의 노동법원을 설치했을 때 2025년부터 5년 간 비용이 최소 118억원에서 최대 1조1380억까지 든다는 예측이 나왔다.

아울러 노동법원이 실제로 노동사건의 구제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현행 제도 하에서는 노동위원회를 통해 빠르게 구제를 받을 수 있고, 노동위에서 분쟁이 해결된다면 굳이 법원을 통해 판결을 받지 않아도 된다. 변호사가 아닌 공인노무사를 통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사건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노동법원이 설치되면 변호사 선임 등 상대적으로 구제 절차가 까다로워질 수 있다.

아직 구체적인 법안이 마련된 것은 아니지만, 노동계 참여 여부는 노사 간 이견이 첨예한 지점이라 이를 두고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최 전 의원 발의안에서는 노동조합, 사용자단체 등이 지방노동법원의 허가를 받으면 1심에 한해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즉 노사가 판결에 관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는 "민사소송법 제87조에서 재판상 행위를 할 수 있는 대리인 외에는 변호사가 아니면 소송대리인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노조 등에 대한 소송대리권 인정이 부적절하다고 봤다.

또 "참심제 도입 문제, 기존 노동위와의 관계 설정 문제 등 많은 쟁점이 있음에도 이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가 부족해 시기상조"라며 반대의견을 내기도 했다.

한편 노동계는 윤 대통령이 노동법원 설치를 지시한 것과 관련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노총은 14일 논평을 통해 "노동약자 지원과 시스템 구축 등에 대한 메시지가 나온 것에 대해 환영한다"며 "노동법원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어 "노동사건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노사대표가 재판에 참여하는 참심형 노동법원이 바람직하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고용부는 노동법원 설치와 관련한 논의 준비에 본격적인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다만 실제로 설치 여부가 결정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현행 제도 하에서 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종필 고용부 대변인은 "법무부, 사법부와 얘기를 잘 해서 지금부터 만들어가야 되는 단계"라며 "설치가 몇 달 안에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때까지 손 놓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임금체불을 줄이기 위해 근로감독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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