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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용 영상이 화제될 줄은"···졸업작품에 2300시간 쏟아부은 미대생

입력 2024.04.19. 06:03 댓글 0개
2340시간 동안 고려시대 불화 그린 김성문 작가
졸업 작품 그려내는 과정 유튜브 쇼츠에 올려 화제
포기하고 싶었던 적은 "단 한 순간도 없다"
"'현대 불교 미술' 하면 떠오르는 작가 되고 싶어"
[서울=뉴시스] '2340시간 미대생'으로 화제가 된 김성문 작가 (사진= 김성문 작가 제공 ) 2024.4.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지윤 리포터 = "그냥 내가 열심히 살고 노력한 걸 인정해 주신 것 같다"

최근 '2300시간 미대생’으로 온라인 상에서 화제의 인물이 된 불교미술 전공자가 있다. 주인공인 김성문(24) 작가는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본인에게 쏟아진 관심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사실 화제가 되면서 기분이 좋았던 건 그림에 관한 칭찬보다 1년 동안의 내 노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 작가는 최근 유튜브 쇼츠에 졸업 작품을 완성해 가는 과정을 올려 현재까지 600만회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다. 많은 사람으로부터 '불교 미술의 미래'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스님부터 불교 신자, 문화재청까지 그의 졸업 작품에 관심을 보였을 정도였다.

졸업 작품으로 그려낸 그림은 고려시대의 불화인 '미륵하생경변상도'. 미륵보살이 하생 후 56억 7000만 년 뒤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전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 크기는 세로 230㎝에 가로 140㎝로, 성인 남성의 키를 훌쩍 넘는 대규모의 작품이다. 그는 실제로 작업할 당시 사다리를 오르고 내리며 그림을 완성해 갔다고 전했다.

많고 많은 불화 중에서도 그가 졸업 작품으로 고려시대의 미륵하생경변상도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 작가는 "처음이자 마지막인 졸업 작품이니 가장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내고 싶었다"며 '고려시대 불화가 가진 극강의 화려함'을 이유로 들었다.

그의 말처럼 고려시대는 불교가 흥행했던 시기로 왕실에서 주문한 불화가 많다. 거대 자본이 투입된 만큼 화려한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데, 개중에는 금을 이용해 선을 그은 부분도 있을 정도다. 성문 작가 역시 졸업 작품에 금선을 긋는 작업을 했다.

이와 관련해 김 작가는 "금선을 그을 때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며 "가장 얇은 붓으로 농도를 조절해 가면서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복잡한 문양에 금선 작업을 할 때 작품을 거의 완성해 가는 기분이 들어 뿌듯하고 즐거웠다고 고백했다.

또한 큰 관심을 받으며 기억에 남는 반응들이 있었다고 했다. "댓글 중에 내 영상을 본 누군가가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댓글을 단 적이 있는데, 내 노력이 누군가에게 삶을 더 열심히 살 수 있는 동기가 됐다는 사실이 너무 감동이었다"고 전했다.

현재 조선시대의 '구품도'를 그리고 있다던 그는 앞으로 "현대 불교 미술 하면 떠오르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대답했다.

덧붙여 이번 졸업 작품에 관심을 준 모든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서울=뉴시스] 김성문 작가가 졸업 작품인 '미륵하생경변상도'를 그리고 있는 모습 (사진= 김성문 작가 제공 ) 2024.4.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다음은 김 작가와의 일문일답.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이번 2월 동국대학교 불교미술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불교 미술 작가로 활동을 시작한 김성문 작가라고 한다."

-졸업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유튜브에 올릴 생각을 어쩌다 하게 됐나.

"원래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친구들한테 작업 과정을 보여주곤 했는데, 개설해 뒀던 유튜브에 1년 동안 찍어둔 영상을 모아서 올리면 어떨까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올려봤는데 많은 관심을 받았다."

-고려시대의 ‘미륵하생경변상도’를 택한 이유가 있나.

"우선 고려시대를 택한 이유는 조선시대보다 불화가 화려해서다. 불교가 흥행했던 시기라 왕실에서 주문했던 그림, 상당한 자본이 들어간 그림이 많았다. 화려하고 예뻐서 고려시대로 졸업 작품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중에서도 눈길이 간 게 미륵하생경변상도였다."

-졸업 작품이 큰 화제를 모았다. 본인도 이렇게 큰 관심을 받을 줄 알았나.

"전혀 몰랐다. 졸업 전시회를 열 때는 ‘이 정도면 그래도 사람들이 잘했다고 해 주겠지’ 이 정도의 생각만 하고 있었다. 유튜브를 시작한 것도 내가 졸업한 이후 영상 편집과 그림 작업을 함께 진행하면서 그걸 기록하고,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게 하려고 그런 거다. 그래서 화제가 되기 전에는 졸업 작품 말고 그동안 그렸던 그림 영상들이 짤막하게 올라가 있다. 그러다가 졸업 작품 영상도 한번 올려본 거다. 난 아예 그 영상이 뜰 줄 몰랐다."

-외부인들도 작품을 보러 전시에 많이 왔나.

"그렇다. 같이 졸업 전시에 작품을 낸 동기의 지인, 가족, 친구분들이 많이 보러 와 주셨다. 게다가 동국대학교 졸업 전시가 오픈 갤러리다 보니까 지나가는 분들도 많이 알아봐 주시고 그랬다. 이번 전시회 때는 동국대학교 이사장 스님도 오셨다."

-본인의 졸업 작품에 많은 사람이 열광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1년 동안 죽었다 생각하고 그림만 그리는 애를 처음 봐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한다. 많은 댓글이 ‘끈기가 대단하다’ ‘정말 광기다’ 이렇게 말하는 걸 보면 내가 열심히 살고 노력한 걸 인정해 주신 것 같다. 그리고 사실 이번에 화제가 되면서 기분이

좋았던 건 의외로 그림에 관한 칭찬보다 1년 동안의 내 노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었다."

-작업 기간이 정확히 어떻게 되나.

"22년도 말에 그림을 고르고 23년 1월에 작업을 시작했다. 완성은 10월이니까 약 10개월, 시간으로는 2340시간이 걸렸다."

-2340시간은 긴 시간이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던 적은 없나.

"난 내 그림에 애정이 강한 사람이기 때문에 단 한 순간도 그림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오히려 완벽하게 완성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서 완벽하지 못할 때 스트레스를 받은 적은 있다. 그런데 육체적으로는 좀 힘들었다. 사다리를 타고 그려야 해서 다리도 아팠고 가끔 몸살이 왔다."

-이번에 관심을 받게 되면서 악플도 있었을 것 같다.

"'트레이싱(종이를 겹쳐 따라 그리는 것)한 거 아니냐' '같이 그린 동료가 있으면서 거짓말한다'는 악플이 많았다. 그리고 내가 맨 윗부분을 그리려 사다리를 이용한 것에 '그림을 돌리면 되면 되는데 바보냐'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그림이 커서 돌릴 때 천장에 닿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심지어 돌리려면 주변 동기들이 그림과 도구를 모두 치워줘야 한다. 그건 배려가 아니다."

-현대적 해석을 가미했다고 들었다.

"그렇다. 옛날 그림의 얼굴을 보면 눈의 위치가 안 맞거나 인체 비례학적으로 어긋난 부분이 있을 때가 많다. 나는 인체를 오래 그렸던 사람이라 그런 건 다 고치는 편이다. 그리고 옛날 그림을 보면 얼굴 묘사가 미화 없이 있는 그대로 묘사되는 것도 특징인데 나는 현대의 시각에서 '예쁜 얼굴'로 미화를 시켜서 그렸다."

-가장 그리기 어려웠던 부분이 있나.

"가운데 있는 미륵보살님의 문양이 정말 많고 복잡하다. 난 그 문양들을 진짜 잘 그려내고 싶었다. '이거 붓으로 그린 거 맞나, 그래픽 아니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완벽하게 해내려다 보니 힘들었다. 그리고 금선을 그을 때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해서 좀 힘들었던 것 같다. 금선은 가장 얇은 선으로 농도를 조절해 가면서 그려야 하기 때문이다."

-졸업 작품이 본인에게 큰 의미인 것 같다.

"난 이번 졸업 작품을 그리면서 그림이 정말 적성에 맞다는 걸 느꼈다. 원래도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지만 이번 1년 동안 즐기면서 그림을 그리는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나도 참 어지간히 그림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졸업 작품을 그리면서 앞으로도 이번 1년 동안 살았던 것처럼 살아야 재밌는 인생을 개척할 수 있겠다고 깨닫게 됐다. 이번 그림 작업이 내 인생의 방향을 제시해 준 것 같다."

-지금 그리고 있는 그림이 있나.

"조선시대 불화인 구품도를 그리고 있다. 졸업 작품보다 더 예쁘고 화려한 그림을 열심히 스케치하는 중이다."

-다른 종교 그림을 그려본 적 있나.

"아직은 없다. 하지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스테인드글라스에 성화랑 융합된 불화를 그려보고 싶다."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나.

"'현대 불교 미술' 하면 떠오르는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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