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아침시평] 조국혁신당에 대한 커다란 기대와 작은 우려

입력 2024.04.14. 13:35 수정 2024.04.14. 20:54 댓글 0개

이번 총선에서 가장 큰 사건은 조국혁신당의 깜짝 등장과 의외의 성공이다. 여당의 참패와 야당의 압승도 조국혁신당의 돌풍을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조국혁신당은 비례대표 선거에서 24.25%의 표를 얻어 제22대 국회에서 12석을 차지하게 됐다. 단독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규모는 아니지만, 애초에 법안을 단독 발의할 수 있는 10석을 목표로 시작한 정당으로서 는 만족할 만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대표의 운명과 결부된 이 당의 운명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조국혁신당에 한 가지 기대를 품게 됐다.

지난 2월 13일 조국 대표는 자신의 고향 부산에서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선언 장소는 1979년 부마항쟁을 기념하는 민주공원이었다. 다음날 조 대표는 광주를 방문해 518민주묘지를 참배했고, 목포로 이동해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을 방문했다. 3월 3일 공식 창당한 조국혁신당은 광주의 푸른 하늘빛을 당의 상징색으로 정했다. 조 대표는 명시적으로 당의 출발이 '5월광주'라고 밝혔다. 조국혁신당은 3월 28일 부산에서 이번 총선의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조 대표는 부산이 우리나라의 정치적 민주화를 이끈 곳이라며 장소 선택에 의미를 부여했다.이어 3월 31일 경남 거제에 있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해 자신이 "청소년 시절부터 김영삼 전 대통령이 부산과 경남에서 군부독재 정권과 가장 용맹하게 싸우시던 모습을 보고 자란 김영삼 키즈"라면서 그의 모습을 "우리 당"이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조국혁신당은 부산에서 22.47%의 표를 얻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얻은 20.84%를 합치면 국민의미래의 득표율(45.93%)을 거의 육박하는 수준이다. 경남에서는 그보다 적은 표를 얻었지만, 대구·경북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20% 이상의 고른 지지를 받았다. 물론 조국혁신당에 가장 뜨겁게 반응한 곳은 호남이다. 광주에서는 무려 47.72%, 전남과 전북에서도 각각 43.97%와 45.53%의 표를 얻어 지역 1당이 되었다. 이런 성공은 어디까지나 민주당과의 협력 전략 덕분이다. 경쟁 전략을 채택할 때도 이런 지지가 유지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나는 조국 대표가 한때 야도(野都)였던 부산과 경남의 기억을 되살려 1987년 대선 이후, 그리고 1990년 3당 합당으로 인해 결정적으로 갈라진 우리나라의 민주화운동 세력과 그 지지자들을 다시 묶는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당사에 걸릴 수 없는 김영삼의 사진과 국민의힘 당사에 걸릴 수 없는 김대중의 사진을, 독재에 단호히 맞선 1987년 이전의 두 사람 모습이라면 조국혁신당은 당사에 걸 수 있지 않을까?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이 차마 할 수 없었던 일을 조국 대표는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하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87년 헌법과 냉전적 '자유민주주의'에 가두려는 보수 세력에 맞서 국민의 더 자유로운 삶을 보장하는 제7공화국을 여는 데 앞장설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우려하는 지점은 이 당이 강조하는 속도에 있다. 조국 대표는 반복해서 '더 빠르게'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 다수결로 4년에 한 번씩 대표자를 뽑는 지역구 선거와 달리, 여야의 합의가 필요한 4년간의 여의도 정치는 참으로 지루한 과정이다. 게다가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의 입법주도권과 대통령의 거부권이 거듭 충돌하면서 국민의 인내심도 한계에 도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더 빠르게' 행동하겠다는 조국혁신당의 구호에 적지 않은 유권자들이 시원함을 느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감속 장치이다. 독재가 문제의 빠른 해결을 약속하는 리스크 감수 체제라면, 민주주의는 문제의 안전한 해결을 약속하는 리스크 분산 체제이다. 조국혁신당이 그저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약속을 했다고 생각하지

는 않는다. 총선 다음 날 바로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당장 김건희 여사를 소환조사하라고 요구하는 것을 보면, 정말 속도감 있게 약속을 이행하려는 것 같다. '더 빠르게'라는 구호가 민주주의의 느린 속도에 답답해하는 국민을 상대로 포퓰리스트 정당들이 쉽게 내뱉는 헛된 약속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무엇이든지 '더 빠르게' 하겠다면서 국민 다수의 동의를 얻지 못한 일들을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실패하는 과거 진보세력의 오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공진성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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