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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해선 안산온마음센터장 "아직도 참사그림자"[세월호10년⑦·끝]

입력 2024.04.12. 08:00 댓글 0개
정해선 안산온마음센터 센터장 인터뷰
세월호참사 피해자 트라우마 치유 센터
"지난 10년간 옆에서 있으면서 기다려"
"피해자들의 버팀목 돼 주고 싶은 마음뿐"
"센터 때문에 숨쉰다는 유가족 말에 구원"
[서울=뉴시스] 문채현 수습 기자 =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둔 지난 2일 오전 경기 안산시 '안산온마음센터'에서 정해선(55)센터장이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4.12. m01310n@newsis.com

[서울=뉴시스]박광온 문채현 수습 기자 = "유가족분들은 '우리가 환자도 아니고, 왜 아이들을 구해주지 않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무슨 치료를 받냐'는 거부감이 굉장히 강했었어요. 그래서 기다렸죠. 이분들이 가시는 곳마다 계속 같이했어요. 심지어 투쟁하러 가셔도 항상 옆에 있었습니다. 그분들 옆에 항상 같이 연대하고 공감한다는 게 느껴지도록…저희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었죠."

어두운 상가 계단을 지나 건물에 들어서자 은은한 조명이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복도 곳곳에는 식물이 비치돼 있었고, 벽마다 알록달록한 액자도 걸려 있었다. '따뜻할 온' '사랑 애' '고요할 담' 등의 이름을 가진 각 방에는 상담을 위한 편한 의자, 각종 치료 프로그램을 위한 미술 도구·책 등이 놓여있었다.

이곳은 경기 안산시 소재 '안산온마음센터'(온마음센터)로, 지난 2014년부터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유가족, 생존자 가족, 간접 피해자 등과 기타 유관 피해자 등에 대한 종합적인 정신건강 관리를 주관해 온 곳이다.

세월호 10주기를 앞둔 지난 2일 뉴시스는 온마음센터 센터장인 정해선(55)씨를 만났다. 10년 전 이맘때부터 먼발치에서 유가족·생존자들의 눈물을 지켜봐왔던 정 센터장은 이제 그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한 고된 사투에 직접 뛰어들었다.

◆"마음껏 와서 울 수 있는 공간 만들고 싶었다"

[서울=뉴시스] 문채현 수습 기자 =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둔 지난 2일 오전 경기 안산시 '안산온마음센터'에서 정해선(55)센터장이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은 온마음센터 안에 있는 방. 2024.04.12. m01310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2019년께 온마음센터에 합류해 2021년부터 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는 정 센터장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터진 이후 수년간 유가족·생존자들을 마음 한켠에 두고 살았다고 했다.

당시 안산시 내에서 정신건강 간호사로 일하고 있었던 그는 참사 이후 안산 지역 내 유가족 및 생존자들에 대한 심리 지원에 투입됐으나, 정부 차원의 재난 심리 지원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탓에 그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대형 참사가 발생했을 때 유가족·생존자들에 대한 심리지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며 "심지어 유가족들마저 자녀를 잃은 슬픔에 심리 지원을 거부해 도움을 주기에는 너무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참사 발생 이후 수년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지속됐다는 것이다. 정 센터장은 "마음의 상처가 치유될 시간조차 없이 유가족분들이 지쳐가는 게 눈에 밟혔다"며 "너무 마음이 아팠고 옆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유가족이 마음껏 와서 울고, 편하게 슬픔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가지고 센터에 오게 됐다"고도 했다.

◆1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아파하는 유가족·희생자들

[서울=뉴시스] 박광온 기자 =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둔 지난 2일 오전 경기 안산시 '안산온마음센터'에서 정해선(55)센터장이 뉴시스와 인터뷰를 했다. 사진은 온마음센터 안에 있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의 이름이 적힌 전등. 2024.04.12. lighton@newsis.com

정 센터장은 참사 피해자들은 여전히 '참사 그림자' 속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참사 이후 벌써 10년이 지났지만 제대로 된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정상적인 애도 및 트라우마 치료 과정을 겪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애도 과정은 '상실을 현실로 받아들이기-상실로 인한 고통을 충분히 경험하기-고인이 없는 환경에 적응하기-고인과의 관계를 재배치하고 자신의 삶을 이어나가기' 등 4단계로 이뤄진다"며 "참사 피해자분들은 왜 아이들이 죽었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고, 언론과 정치인들이 이분들을 이용하려고 하면서 계속 과거의 상처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참사가 발생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유가족·생존자들의 마음 상처는 아물지 못한 채 계속되고 있었다. 지난 2021년 온마음센터가 발행한 '4·16세월호 참사 피해자 건강 및 생활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참사 유가족들의 외상후스트레스(PTSD)는 32.8%(응답자 302명 중 99명)로 '위험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유가족이 평소 불안을 느끼는 지수(불안 지수)도 위험군에 속하는 10점 이상이 25.8%(78명)에 달했다. '자살 생각'도 일주일 이상이 7.3%(22명)이었고, 거의 매일이라고 답한 유가족은 5%(15명)나 됐다. 정 센터장은 "특히 작년에 센터 찾은 유가족 가운데 우울 증상을 보인 이들은 모두 66%다. 이는 일반인 평균보다 5배나 높은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매년 4월16일이나 자녀의 생일 같은 기념일 때는 그 슬픔이 반복적으로 올라와, 너무나 힘들어하는 피해자분들이 많았다"며 "어떤 분들은 남아있는 자녀들에게 화풀이를 하기도 했고, 심지어 극단적 선택까지도 하신 분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마음 문 열릴 때까지 함께하는 것밖에…"

[서울=뉴시스] 문채현 수습 기자 =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둔 지난 2일 오전 경기 안산시 '안산온마음센터'에서 정해선(55)센터장이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은 안산온마음센터 내부. 2024.04.12. m01310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정 센터장을 비롯한 온마음센터 직원들은 유가족·생존자들의 마음 문이 열릴 때까지 옆을 꿋꿋하게 지키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했다. 때로는 '우리가 왜 환자냐'라고 거부도 당하고, 정부의 한 기관으로 오해받아 욕을 듣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큰 상처를 입은 피해자분들의 치료 과정은 쉬운 길이 아니었지만 저도 저희 팀원들도 '제 아이가 그런 참사를 겪었다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마음으로 그분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고 싶었다"며 "여기에서만큼은 편안하게 숨을 쉬고, 슬플 때 다 함께 울고, 그리고 점점 그 상처를 받아들이면서 치유돼 가는 그런 과정을 겪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수년간의 기다림과 동시에 온마음센터는 유가족·생존자들에 대한 사례 관리를 통해 이들의 상태를 꾸준히 파악해 왔고 심리상담, 자조모임 등 소모임, 정신의학과 교수와의 연결, 전시 관람, 연극·합창단 등 다양한 활동도 지원해왔다.

정 센터장은 "그렇게 달려오길 10년…저희의 진심이 통한 것처럼 센터를 찾는 분들이 점점 많아졌고, 그분들이 울면서 웃으면서 그렇게 치유를 받아 가는 모습들을 보여주시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센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상담 등 치료 과정을 거치면서 어떤 유가족분이 '정신 차리고 보니 남아있는 애들을 살피지 못한 걸 깨닫게 됐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며 "'지금도 너무 힘들고 슬프지만 온마음센터 때문에 숨을 쉰다'는 어느 유가족분의 말씀에 저희는 구원을 받기도 한다. 그 눈물이 헛되지 않게 옆에서 동행하고 싶은 마음뿐이다"고 전했다.

◆10년간의 노력…"앞으로 할 일 더 많아"

[안산=뉴시스] 김종택기자 =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둔 지난 2일 오전 경기 안산시 '안산온마음센터'에서 정해선(55)센터장이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했다. 사진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일주일 앞둔 지난 9일 경기도 안산시 4.16 민주시민교육원에 마련된 단원고 4.16 기억교실에 희생자들의 추모품이 놓여 있는 모습. 2024.04.09. jtk@newsis.com

지난 10년간 유가족·생존자들 옆에서 트라우마 치유에 전념했던 온마음센터는 이제 새로운 센터에서 미래를 그린다고 한다. '안산마음건강센터'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건축 중인 센터는 오는 2025년부터 인천·경기 권역까지 관할하는 트라우마 치유 센터로 거듭난다고 정 센터장은 설명했다.

그는 "새로운 센터에서는 유가족 중 특히 형제자매, 또 민간잠수사 등 간접 피해자 등에 대한 지원도 더 많이 늘어날 예정"이라며 "특히 참사 피해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도 트라우마 치료 서비스가 더 확대된다"고 밝혔다.

다만 정 센터장은 "세월호 참사 생존자·피해자에게 지급하는 의료지원금의 법적 기한이 오는 15일까지인데, 이 기한을 늘리는 내용의 개정 시행령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라며 "10년이란 시간이 누구에게는 상처를 치유하기에 충분할지는 몰라도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겐 터무니없이 부족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마음의 문을 열고 치유 과정에 들어온 이들도 있고, 아직 할 일이 많은데 이렇게 지원이 끝나면 트라우마 치료에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이번 국회에서 참사 유가족·생존자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말아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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