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아침시평] 세상에 왜 전쟁이 끊이지 않을까?

입력 2024.04.04. 13:30 수정 2024.04.07. 17:39 댓글 0개

만우절 4월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이란 혁명수비대 여러 지휘관 등 10여 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터지자 이란은 강력한 보복을 천명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지난 2023년 10월 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 간에 발발한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본격적으로 중동전으로 확전될지도 모른다는 심각한 우려와 함께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1973년 제 4차 중동전쟁 이후 50년만에 최대 규모의 충돌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 할 수 있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양측 간 교전 6개월이 지나자 분노한 10만이 넘는 이스라엘 시민들은 오히려 벤야민 네타냐후 총리 책임을 묻고 퇴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외교 잡지 포린 어페어(Foreign Affairs) 최근 호(2024년 3-4월)에 따르면 개전 초 100일 만에 이스라엘은 가자(Gaza) 지구에 3개의 핵폭탄에 맞먹는 킬로톤(1000톤)급 무차별 폭격으로 무려 24,000명의 팔레스타인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이 중 어린이들이 1만명에 달했으며, 가자 지구 주택의 70%가 부서지는 피해를 보았고 이 지역 거주자의 85%에 달하는 190만명이 삶의 터전을 떠났으며 40만명이 기근과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한다. 최근 연합뉴스에 따르면 사망자는 3만2천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고개를 돌려 2년이 벌써 지난 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떤가? 사망자 기준으로 볼 때 러시아-우크라이나 양국 간 피해 규모는 2023년 8월 뉴욕타임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7만명, 러시아 12만명이라고 한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서방측의 지원 기피와 지체로 전황은 러시아에 유리한 국면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애초 전쟁을 도발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함정'에 빠져 경제파탄과 내부분열 그리고 푸틴 정권의 몰락을 앞당길지 모른다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있다. 오히려 푸틴 대통령은 5선에 성공하며 러시아의 전쟁 승리를 장담하고 있는 반면 젤린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초조감 속에 전세계에 지원을 호소하고 있지만 메아리로 다가올 뿐이다.

냉전 이래 특히 1953년 한국전 이래 강대국 간 전쟁이 없는 역사상 전례 없는 70여년에 걸친 장기평화(the Long Peace)가 지속되어왔다. 특히 탈냉전 이후, 무엇보다 21세기 초반 무렵에 이르러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진영이 대세로 승리하면서 세계는 이제 바야흐로 '역사의 종언'이니 '전쟁의 종식'을 거론하는 학자들의 책들과 담론이 횡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2년 사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보여주듯 이같은 낙관적 이성주의자들의 비전과 전망이 얼마나 허망한지 깨닫게 된다. 지구촌 인류와 역사가 과연 진보하고 있는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고 장기적 평화마저 이제 끝나고 있다는 비관적 생각을 갖게 한다. 우크라이나 출신 미국의 양심이자 석학인 MIT 대학의 노암 촘스키(N.Chomsky) 교수는 우크라이나전쟁을 미국을 필두로 한 자유주의 세력과 러시아와 중국을 중심으로 한 권위주의 세력 간의 '대리전'이라고 명명하면서 세계는 신냉전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왜 전쟁과 폭력은 끊이질 않을까? 이 문제와 관련하여 이성적 낙관주의자인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는 전세계의 찬사를 받은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TheBetter Angels of Our Nature'(2011)에서 주목할 만한 주장을 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인류 역사는 평화화·문명화와 인도주의적 권리 혁명 등을 통해 전쟁과 폭력으로부터 점차 해방되어 왔다고 한다. 하지만 동시에 키메라(chimera) 같은 인간의 '내면의 악마들' 가운데 특히 '지배욕'과 '이데올로기' 때문에 폭력과 전쟁으로부터 벗어나기 힘들다는 지적은 더 크게 다가온다. 물론 심리학자의 주장이기는 하지만 두 전쟁을 보면서 이런 시각이 상당히 일리있다고 느껴진다. 요컨대 한편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은 맹목적인 자유주의와 배타적 민족주의 간의 이데올로기 전쟁으로 해석할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은 유대교 시온이즘과 이슬람 근본주의간의 격돌이자 문명충돌이라는 점에서 두 전쟁 모두 지배욕과 이데올로기 전쟁으로 환원해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서로를 피아간으로 구분하고 대립 분열시키는 범주화·도덕화·본질화하는 확증편향의 경향 속에 세계가 선악으로, 정의와 불의의 세력으로 양분되는 한 전쟁은 끊이질 않을 것이다. 지배욕에 불타는 배타적 이데올로기는 한층 더 세계를 갈등과 대립으로 치닫게 하며 전쟁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을 것이다.

냉전 시기 완고하고 철저한 반공주의자였던 리차드 닉슨과 공산주의자 마오쩌둥이 적대적 이념의 장벽을 뚫고 1972년 역사적인 베이징 정상회담을 통해 미중 수교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 벌써 반 세기가 지났건만 미국은 트럼프 집권 이래 때 아닌 시대착오적인 미국 주도의 반공 이념 논쟁, 자유민주주의와 권위주의 간 이데올로기 전쟁으로 급선회해 세계를 두 쪽으로 진영화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의 패권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반증이자 신냉전 개시를 알리는 것이기도 하다. 유네스코의 모토인 "전쟁은 사람들의 마음에서 시작되므로, 평화의 방어는 사람들의 마음에서부터 구축해야한다" 는 문구처럼 배타적 이데올로기 사슬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다양한 문명권으로 존재하고 다극화하는 요즘 세상에 평화를 회복하고 장기화하려면 '영구평화론'(1795년) 주창자인 임마뉴엘 칸트(I. Kant)의 삼각형, 즉 자유민주체제, 자유무역, 각 정부의 국제기구 가입 만으로는 불충분하다. 핵 공포와 억지에 의한 핵평화도 그 장기 평화의 답은 아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다른 체제, 문명, 문화를 상호 존중해주는 열린 평화공존, 문명공존을 위한 똘레랑스(관용)의 태도가 절실하다. 김재관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겸 교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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