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기고> ˝조국 독립에 피뿌린 선열, 마지막 한 분까지 찾아내겠습니다˝

입력 2024.02.25. 14:10 수정 2024.02.26. 08:33 댓글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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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3·1절 105주년이다. 2019년 광주·전남 3·1 운동사를 본보에 1년 동안 연재한 필자는, '판결문으로 본 광주 전남 3·1운동', '판결문으로 본 광주 전남 학생운동'까지 연이어 펴내 지역 독립운동사를 연구할 토대를 제공하였다. 이를 토대로 전라남도는 2021년 3·1운동 관련 미서훈 독립운동가를 120명 발굴, 80명을 서훈 신청하였다.

광역자치단체로서는 시도한 적이 없는 커다란 사건이었다. 이에 힘입어 1895년부터 해방에 이르는 전 시기의 미서훈 독립운동가를 발굴, 서훈 신청하는 일을 2022년 가을 추진하였다. '의향 전남'의 정체성 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인식한 김영록 지사님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거의 매일 일본군과 전투를 치렀던 전남 의병의 항전 의지가, 국권 피탈 직후 순절(殉節)한 황현·정재건 지사, 1929년 학생 운동하다 1930년대 항일 농민·노동운동을 이끌었던 전남의 청년·학생 등 전남은 곧 독립운동의 성지였다. 1929년 광주학생운동은 국내외 항일운동의 기폭제이자 원동력이었다. 쿠바 교민들은 광주학생을 돕기 위한 성금을 모으기까지 하였다.

하지만 서훈받은 전남 출신은 많지 않다. 호남의병 참여자 수가 전국 대비 60%라고 하지만, 전남 출신 서훈자는 13%를 넘지 않는다. 후손이 절멸되었거나 입증이 쉽지 않은 까닭이다. 미주지역에서 독립운동하다 서훈받은 전남 출신은 지금껏 5명에 불과하다.

판결문에 의존하다 보니 1개월 가까이 구속되었다 불기소 처분을 받은 많은 독립운동가의 흔적은 더욱 찾기 어렵다. 시위로 징계 처분을 받은 학생 역시 그들의 투쟁 역사가 드러나 있지 않았다. "마지막 한 분까지 꼭 찾아내겠습니다"라는 전라남도의 슬로건에는 이들의 역사를 밝히려는 비원(悲願)이 담겨 있다.

3·1운동·학생운동 판결문 번역, '독립운동가 의사 김범수 연구', '독립운동가 이경채 평전', '독립운동가 교사가 되다' 등을 저술한 필자가 이 일은 맡은 것은 운명이었다. "연구자로 인생을 살면서 큰 획을 그을 수 있는 일을 맡은 것"이라고 격려한 이상심 사회복지국장님의 말씀은 너무나 아름다운 칭찬이다.

2024년 2월 24일 현재 2,456명의 독립운동가를 발굴하였다. 한 분이라도 더, 몰랐던 새로운 자료를 발굴하자고 연구진을 용역 마지막 순간까지 독려하였다. 흩어져 있는 자료 대부분이 한문, 일본어, 영어, 심지어 러시아어로 되어 있는 데다 글자도 희미해 스캔한 자료를 되돌아보기를 반복하는 등 독립운동가를 찾고 공적을 입증하기란 정말 어려웠다.

그러나 광주고보 5년 동안 매일 일기를 쓴 조용표 선생의 일기에서 함께 수감 생활을 한 4인의 이름을 찾고, 학교 제적부에서 시위 사실을 확인하고, 판결문에 있는 '피고인(被告人)'이라는 단어에 착안하여 7명의 서훈자를 특정하고, 형집행원부에 있는 인물 4명을 새로 찾은 판결문(한문 원문)에서 발견하였을 때 눈물이 쏟아졌다. 전남 출신임이 한없이 자랑스러웠다.

연구팀은 2,456명 가운데 1,000명이 넘는 서훈 신청서를 작성하였다. 미주지역에서 독립운동에 참여한 전남 출신 37명도 포함되어 있다. 그동안 전남 출신은 5명에 불과였으니 얼마나 큰 성과인가! 8,000명이 넘는 이민자 명부와 50여 종의 미국, 일본 자료를 찾아 분석하여 얻은 결과이다. 800명 넘는 전남 의병을 발굴하고 150명 넘는 서훈 신청서를 작성한 의병연구팀은 일본군 자료를 샅샅이 찾아 번역 정리하였다. 14,00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용역은 끝나지만 새로운 시작이라고 여긴다. 독립운동 근거는 명백하지만, 국가보훈부가 요구하는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하여 작성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말 선열, 그리고 후손에게 미안하다. 용역 기간 상관없이 발굴된 이들 모두 서훈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고문 후유증으로 두 살 때 순국한 부친의 역사를 찾으려는 80 넘은 후손, 지난 광복절 때 필자가 찾은 판결문의 도움으로 서훈이 된 외손녀의 기뻐하는 모습, 특히 전라남도가 추진한 이 사업에 기대를 걸고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필자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은 후손. 무거운 책무감이 어깨를 짓누른다.

전남인이 한없이 자랑스럽게 느끼게 한 선열들의 애국심에 경의를 표한다. 특히 전남의 정체성을 찾는 일에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은 김영록 전남지사님과 이상심 국장님, 그리고 관계 공무원 모두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한다. 박해현(초당대 글로벌화학기계공학과 부교수)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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