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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경영권 분쟁' 법정에선···"경영 목적" vs "사적 목적"

입력 2024.02.22. 09:02 댓글 0개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 가처분 신청 심문
양측 주장 팽팽…내달 6일 추가 심문 진행
[서울=뉴시스] 한미약품 본사 전경. (사진=한미약품 제공) 2023.12.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황재희 기자 =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의 통합을 막기 위해 한미약품 장·차남이 제기한 가처분 심판 심문이 열린 가운데,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한미 측은 신주발행은 재무구조 개선과 R&D 재원확보 등 경영상 목적 달성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임종윤·종훈 형제 측은 이번 통합은 밀실 통합이며,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한 사적목적의 통합이라고 반박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가 OCI홀딩스에 2400억원 상당의 신주를 발행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고 임성기 창업주의 아들들인 임종윤·종훈 형제가 제기한 신주발행금지가처분신청 사건의 심문기일이 전날 오후 수원지방법원(제31민사부·재판장 조병구)에서 진행됐다.

이날 심문에서 임종윤 사장 측은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이 표면적으로는 경영상 목적을 내세우고 있으나, 실상은 모친인 송영숙 회장측이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하고 경영권 분쟁 중인 임종윤 사장측을 경영권에서 배제하기 위한 것이 신주발행의 진정한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미그룹은 “임종윤 사장측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이번 신주발행을 결의하기 전까지 송영숙 회장과 임종윤 사장 양측 간에 경영권 분쟁이 존재했다고 볼만한 사정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며 “아무런 대안 제시도 없이 그룹 성장과 도약을 방해하는 행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그룹은 이번 신주발행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부족한 유동성을 확보해 2024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1500억원 상당의 단기차입금 중 일부를 변제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안정적 R&D 재원 확보, 사업 다각화, OCI그룹과의 협업을 통한 해외사업망 구축 등의 경영상 과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미그룹 관계자는 “실제로 부족한 유동성 해결은 시급한 과제”라며 “한미사이언스 유동성 비율은 2023년 3분기 기준 약 24.9%, 한미약품도 50%에 불과해 유동성 비율이 100~300%에 이르는 경쟁사 대비 취약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R&D 명가라는 과거 위상과는 달리 2020년 매출액 대비 21%에 이르던 R&D 투자는 2022년 13.4%로 급감한 상황으로, 혁신신약 개발과 상용화를 위해서는 R&D 투자재원의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또 한미그룹은 이번 신주발행결정 이전에 이미 경영권 분쟁 상황이 존재했다는 임종윤 사장 측의 주장을 부인했다.

고 임성기 창업주가 타개한 직후 공동상속인들의 상속재산분할협의 과정에서 송영숙 회장이 임종윤 사장을 포함한 자녀들 대비 2배의 지분을 상속받기로 합의가 이뤄짐으로써 송 회장이 경영권을 갖기로 하는 합의가 이미 성립했다고 설명했다.

한미그룹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 장남이 회사 지분을 최대한 많이 상속받는 재계의 일반적 관행과는 상반된 모습으로, 이후 임종윤 사장은 2020년 8월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한미사이언스의 사내이사로 선임되도록 했고, 임기가 만료되는 2022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재선임을 요구하지 않음으로써 임종윤 사장은 한미사이언스의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다”고 했다.

2023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도 임기가 만료되는 송영숙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도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그룹 관계자는 “임종윤 사장이 사내이사 재선임을 포기하고, 모친의 재선임에 찬성했다는 것은 양측간에 경영권 분쟁이 존재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했다.

이어 “임종윤 사장 동생인 임주현 사장은 본인도 자금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은행 대출을 받아 임종윤 사장에게 수백억원대의 자금을 무담보로 대여했으나, 현재까지도 위 대여금을 회수하지 않고 있다”며 “경영권 분쟁 중인 상황이라면 과연 임주현 사장이 임종윤 사장에게 거액의 자금을 무담보로 대여했겠느냐”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임종윤 사장은 2021년 10월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현물출자방식으로 처분해 상장회사인 DX&VX의 최대주주가 됐고, 이후에도 한미사이언스 주식 매각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위 회사의 지분을 늘려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영권 분쟁 중이라면 다른 재산을 처분해 오히려 한미사이언스의 지분을 늘렸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종윤 사장 "사익목적 안돼"

임종윤 사장 측 변호인단은 이번 한미사이언스의 신주 발행은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의 사익을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두 회사의 통합이 사실상 합병인 만큼 주주총회에서 다뤄야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또 임종윤 사장은 이날 가처분 심문이 끝난 뒤 한미그룹 주주들을 대상으로 입장문을 발표하고,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 통합을 ‘을사늑약’에 비유하며 막아내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밝혔다.

임 사장은 “50년 전 작은 약국에서부터 시작해 대한민국 국민의 삶과 건강을 위해 한미약품그룹을 일궈온 선친의 뜻을 생각하면 한미약품그룹의 역사가 단절되고 폐기될 운명에 처해 있는 현 상황을 한시도 좌시할 수 없다”며 “50년 한미약품그룹의 역사는 은밀하고 음흉하게 밀실에서 거래될 수 있는 저잣거리의 값싼 매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와의 '밀약'은 1905년 일본이 대한제국과 체결한 을사늑약에 비유하고 싶다”며 “을사늑약으로 대한제국 외교권이 박탈당하고 통감부가 설치됨으로써 주권을 빼앗겼던 역사적 교훈과 마찬가지로 한미사이언스는 명실상부한 최상위 지주사에서 자율권을 빼앗긴 중간지주사로 전락함으로써 경영권을 상실하게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임 사장은 “한미약품그룹의 최상위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존재 이유는 한미사이언스의 정관 제2조 제1항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자회사의 주식 또는 지분을 취득, 소유함으로써 자회사의 사업내용을 지배, 경영지도, 정리, 육성하는 지주사업’이 기본적인 목적이고 지주사는 기업 집단의 지배 회사라는 것이 정의이고 존재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미사이언스를 다른 지주사의 중간지주사 내지 자회사로 전락, 편입시키는 결정은 곧 한미약품그룹의 지배권을 양도하는 경영권 상실을 의미한다”며 “이는 명백히 정관상 사업 목적에 위배되는 배임행위이자 직무유기”라고 설명했다.

임 사장은 “대주주로서, 창업주의 아들로서 한미약품그룹의 추락과 멸망을 방관하지 않겠다”며 “한미사이언스-OCI홀딩스의 부정하고 불법적인 계약에 따른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위법하고 주주와 임직원의 권리가 반드시 보호되어야 함을 드넓게 알리고, 호소하는 입장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했다.

한편 재판부는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되는 만큼 추가 심문을 열기로 결정했다. 다음 심문 기일은 오는 3월 6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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