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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은행권에 경쟁이 필요한 이유

입력 2024.02.21. 16:04 댓글 0개

[서울=뉴시스]이주혜 기자 = 해외로 여행을 떠날 때 은근히 아까운 지출로 여겨지던 환전 및 해외 결제 수수료가 최근 은행권에서 사라지고 있다. 인터넷은행에서 촉발된 외환 경쟁으로 환전 무료 대열에 합류하는 은행이 늘어나는 추세다.

토스뱅크가 올해 초 환전 수수료를 완전히 면제하고 해외 결제와 ATM 출금 수수료를 받지 않는 등 파격 조건을 내건 외화통장을 출시하자 업계의 경쟁이 심화했다. 이에 신한은행도 이달 중순 30종 통화에 대해 환전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체크카드를 내놓았다. KB국민은행도 4월 중 환전 수수료 면제를 포함하는 체크카드를 출시해 이같은 흐름에 동참할 계획이다. 우리은행도 관련 상품 출시를 검토 중이다.

앞서 하나금융만 '트래블로그'를 운영해오던 시장에 주요 은행이 모두 뛰어들 게 된 셈이다. 다양한 혜택을 담은 외환 상품의 등장은 그동안 수수료를 부담했던 금융 소비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대환대출 인프라가 주택담보대출로 확대되면서 대출 갈아타기 경쟁이 거세지자 타행 대출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낮춘 바 있다. 앞서 인터넷은행 3사가 출범 초기부터 시행해 온 이체 수수료, 자동입출금기(ATM) 수수료 면제는 지난해 초부터 5대 은행으로 확산했다. 시중은행들이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한 데도 인터넷은행의 등장이 영향을 줬다.

은행권의 경쟁이 치열한 환경이 조성되자 고객 혜택이 확대되고 있다. 기존 고객의 유출을 막는 '락 업'과 신규 고객 유입을 위해서다.

수수료가 면제되고 금리가 내려가는 일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동안 시중은행들이 혁신적인 상품을 개발하고 고객의 이익을 키우는 일에 소홀했다는, 경쟁 없이 평온한 환경에서 관행적 영업에 안주해왔다는 아쉬움이 커진다. 업계 관계자도 "다른 은행에서 먼저 새로운 상품을 시작하면 따라가고 있지만 이익을 포기하면서 혁신적인 상품이 먼저 나오기는 힘들다"며 "시중은행들의 노력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 불거진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등으로 은행권을 향한 금융 소비자들의 신뢰는 더 낮아진 상태다. ELS 사태는 고객의 이익과 특성을 외면하고 실적을 위한 수단으로 보면서 벌어진 일이다.

고인 물은 썩고 구르지 않는 돌에는 이끼가 끼는 법이다. 정부의 강압으로 인한 변화가 아니라 신규 은행 진입 등 규제 완화에 따른 자발적인 경쟁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적당한 경쟁은 은행의 자생력을 키우면서 국민에 대한 금융서비스도 좋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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