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기고> 지속가능성장을 디자인하는 작가가 되자

입력 2024.02.07. 11:09 수정 2024.02.18. 21:03 댓글 0개
사설 현안이슈에 대한 논평

어느 좋은 가을 날, 서해안을 따라 다섯 시간을 달려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에 첫 출근을 하였다. 지난 2020년 목포 고하도에 새롭게 문을 연 자원관은 우리나라 섬과 연안에 살고 있는 생물들을 찾아서 기록하고, 보전하기 위해 국가가 설립한 공공기관이다. 200여명의 임직원들은 오늘도 선배 학자 정약전처럼 우리 시대의 '자산어보'를 힘껏 써 내려가고 있다.

자원관 신규입사자 모두를 대상으로 진행된 2주간의 교육훈련은 '건강한 나다움'과 '지속가능한 우리다움'이라는 주제 아래 디지털시대 전환 대응 교육, 온라인 명사 특강, 1박 2일 워크숍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교육과정의 마지막 날인 워크숍 2일 차, 숙소에서 출발한 버스는 강진군 병영면에 정차했다. 평소라면 조용했을 거리가 한 무리의 젊은 직원들의 등장으로 떠들썩해지자, 노포 앞에서 담소를 나누시던 마을 어르신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셨다. 어르신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뒤로 한 채, 특강을 듣기 위해 준비된 장소로 이동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버려진 쌀 창고를 개조하여 많은 사람들이 생각을 나누는 '지식 곳간'으로 재탄생된 곳이었다. 잠깐의 휴식을 즐긴 뒤, '자신의 삶을 가꾸는 소소한 이야기'를 주제로 문학 작가님의 강연이 시작되었다. 작가님은 삶을 반추하며 삶을 어떻게 가꾸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우리 신입직원들과 공유하고자 하셨다. 그중 강의의 한 대목이 특히 가슴에 와닿았다.

"제가 작가가 될 수 있었던 건, 글을 좋아한다는 생각에만 머물지 말고 행동으로 옮기라는 지속적인 외부의 신호가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뒤이어, 지속가능성장(SDGs) 현장 탐방프로그램인 '마을해설가와 함께하는 ESG 골목길 투어'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유쾌한 에너지와 고향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셨던 마을해설가 두 분의 안내에 따라 마을 곳곳의 역사적 공간을 함께 답사 하였다. 유독 추웠던 날씨 속에서도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비단 마을해설가님의 재치 넘쳤던 입담 때문만은 아니었다.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지역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새롭게 발견된 마을의 숨겨진 가치를 목격한 덕분이었다. 문득, 교육 기간 중 받았던 질문이 떠올랐다.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자원관의 역할은 무엇일까?

지속가능성장은 환경 보호라는 미래세대의 가능성을 보전함과 동시에 경제 성장이란 현재세대의 필요를 충족하는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이는 국가적 거대 담론뿐 아니라 지역 현장에서의 소통과 실천 역시 지속가능성장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의 지속가능성장 모멘텀은 멀리 있지 않았다. 병영면 ESG 골목길 투어와 같이 지속가능성장의 시작은 일상의 작은 변화와 실천이면 충분하다. 다만, 그 작은 변화와 실천을 가능케 하는 지속적인 신호가 필요할 뿐이다. 그래서 골목길 투어를 나서기 전, 마을해설가님의 인사말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저희가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과 인연이 좀 있어요. 처음 시작할 때, 여러분들이 하시는 일이 참고도 되고, 공부도 많이 됐거든요."

입사 전 연구기관 중 하나로 보였던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이 전시와 교육 기능을 통해 일반 대중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의 특별함은 여기에서 기인한다.

'내' 삶의 주인공을 넘어 '우리' 삶을 디자인하는 작가가 되기를 늘 꿈꾸어왔다. 목포라는 낯설고 먼 이곳,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에 입사를 결심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원관은 관람객과 교육생, 나아가 대중들을 향해 생물다양성 보전에 대한 지속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병영면이 환경 보호와 경제 성장의 가치를 키워나가는 지역재생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분명 자원관이 보내는 신호의 반작용 중 하나일 테다.

이틀간의 신규직원 교육 워크숍은, '우리' 삶을 디자인하는 수습 작가로서의 비전이 뚜렷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미래세대와 현재세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지속가능성장을 디자인하고 싶다. 우리사회가 생물다양성에 관한 관심에 머물지 않고 구체적 아젠다를 상정하고 실천할 수 있는 발전적 변화를 선도하고 싶다. 푸른 용의 해를 맞이하며, 지속가능성장을 디자인하는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의 작가가 되기를 다짐한다. 박상민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 신입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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