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기고> 광주에도 세계적 미술관 하나쯤

입력 2024.02.04. 13:57 수정 2024.02.04. 18:29 댓글 0개
사설 현안이슈에 대한 논평


사람들은 광주를 문화도시라고 말한다. 현대문화와 전통이 어우러진 예향이라고 일컫는다. 외지인들은 그래서 광주의 솜씨와 맛이 밴 음식문화를 칭찬하고, 도시 곳곳에 숨어 있는 또 다른 전통문화를 찾아내 보려고 애쓴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피상적인 것이며 낯간지러운 칭찬인지는 우리 자신들은 잘 안다.

광주는 온통 아파트로 둘러싸인 도시다. 시멘트로 에워싼 아파트숲을 보면서 문화를 말한다는 것은 넌센스다. 그렇다고 그것을 싸잡아 비난할 수는 없다. 우리는 이제 대부분의 아파트에서 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돼버렸다. 어쩔 수 없이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도심 개발에 관해서는 아직 조금 시간이 남아 있다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70,80년대 산업화 시대에 지어진 낡은 집들은 지금 대부분 재개발을 기다리고 있다. 그것들을 싹 쓸어버리고 아파트 단지를 만들어야 할 것인지, 이렇게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내가 시장이라면, 혹은 재벌이라면 나는 광주 중심에 폼나는 미술관 하나를 짓고 싶다. 우리 호남이 배출한 거장들, 학포 앙팽손, 공재 윤두서, 소치 집안사람들, 그리고 오지호 김환기 천경자, 강용운 양수아 배동신 등 한국 미술계 불멸의 발자취를 남긴 화가들이 멀마나 많은가. 또 국내에서는 최초로 광주비엔날레가 창설돼 30년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광주가 미술의 도시로 인식되고 있다.

미술관만으로도 세계적 명소가 된 도시들이 많다. 프랑스의 퐁피두센터나 프랑크 게리가 디자인한 빌바오 구겐하임, 멕시코 시티의 페르디난도 로페로가 설계한 소야마미술관 등은 전시작품보다 미술관 자체로 더 유명하다. 건축물을 보려고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다. 이것이야말로 문화도시가 아니고 무엇인가. 지금 광주의 구도심은 갈수록 쇠락해가고 슬럼화 되어간다. 그곳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기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문화도시로서 광주를 세계에 알리는 유명한 미술관이 하나쯤 지어지기를 희망한다. 광주비엔날레 미술관이 그렇게 지어진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생각해보는 것이다.

광주비엔날레가 탄생한 지 30년이 되었다. 그동안 발전을 거듭하여 세계 유수의 비엔날레로 손꼽히게 되었다. 그런데 건물이 낡아서 비엔날레관을 새로 짓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때마침 예산이 확보되어 광주시에서는 설계공모를 진행하고 당선작을 결정해 새로운 비엔날레관을 짓는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공모를 통해 채택된 작품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세계 유수의 미술관들을 뛰어넘을 수 없을지라도, 문화도시로서의 광주를 대표하는 건물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문화는 사람들과 함께 있어야 하는데 장소도 너무 외지고 건축의 설계도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엔 너무도 부족하다. 또 하나의 아시아문화전당 같은 그런 건물을 지을 것인가. 우리에는 왜 광주에 세계적인 미술관을 가질 수 없는가.

문화도시라고 부르는 광주에 또 하나의 성냥갑 같은 건물이 변두리 비어있는 땅에 아무런 문화적 재고가 없이 뚝딱 세워진다면 우리는 다음 세대에 지울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

최근 광주지역 미술인들이 모여, 이 같은 뜻을 담은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개선될 전망이 보이지 않고 '절차상 하자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절차도 중요하지만 광주에 세계적 미술관 하나쯤 건립하여 세계적 문화도시로 나아가자고 하는 시민들이 뜻을 외면하는 이 현실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 강연균 화가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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