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사설> 여순사건 75년 만 ´첫´ 발굴···국가 사죄 본격화 기대

입력 2023.11.22. 11:21 수정 2023.11.22. 19:24 댓글 0개
사설 현안이슈에 대한 논평

한국 근현대사의 가장 참혹했던 국가폭력 범죄 중 하나인 여순사건 피해 유해발굴이 시작됐다. 사건 발생 75년 만이다.

80년 가까이 사안 자체를 외면해온 국가가 진상규명을 위한 본격적인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늦었지만 반가운 일이다.

최근 담양에서 10·19여순사건 당시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가 발굴됐다. 75년 만에 여수와 순천 일대서 벌어진 참극의 진상이 규명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유가족 등이 집단 학살지로 지목한 지역만도 10여곳이 넘어 추가 유해 발굴이 기대된다.

전남도 여순사건지원단에 따르면 담양군 대덕면 옥천약수터 주변에서 여순사건 당시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희생자의 유해 2구가 발견됐다. 지난 10월부터 시작된 이번 유해 발굴은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시행 이후 첫 사례다.

현장에서는 사람 유골 뿐 아니라 고무신으로 추정되는 고무 일부와 칼빈 총탄 탄피 등이 발굴됐다. 이곳은 여순사건 발생 직후 경찰이 구례경찰서에 구금됐던 국민보도연맹 구례지부 일부를 트럭에 실어 담양군 야산에서 처형했다고 인정한 지역으로, 추가 유해 발굴이 예상된다.

지원단은 담양군 대덕면 뿐만 아니라 구례 산동면 이평리 횟골 등 총 3곳에서 유해 발굴을 진행 중이다. 이들 지역은 1949년 1월 군인들이 누에고치 판매소에 주민들을 수용하고 취조한 후 사살, 100여명을 2개 구덩이에 매장했던 곳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또 유가족들이 당시 유해를 수습했으나 외지인들 유해는 수습되지 않았다는 증언을 했고, 50여년 전에도 유해가 발견된 적이 있어 남은 유해가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원단은 그동안 구전 등으로 전해오던 집단 학살지와 암매장지를 조사하며 여순사건의 진상규명에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순사건 피해자 유해발굴이 가신분과 유족들의 한맺힌 원혼을 달래는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세월이 너무 흘러 진상을 기억하는 피해유족들마져 세상을 뜨고 있거나 고령으로 앞날을 기약할 수 없어 유해발굴을 비롯한 진상규명 노력에 보다 박차를 가해야한다.

여순사건은 그간 우리사회에서 철저하게 불온시, 금기시 돼왔다. 유족들은 유해발굴은 커녕 제사 하나 마음 놓고 지낼 수 없었다. 그들의 원통함을 생각건데 국가의 적극적 노력이 아무리 과해도 지나치지 않다.

유족의 한이 달래질때라야 과거와의 화해나 국민통합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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