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수능, 그리고 따듯한 포옹

입력 2023.11.16. 16:56 수정 2023.11.16. 19:34 댓글 0개
한경국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취재1본부

찬 바람이 불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되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한 교사가 수험장 앞에서 한명씩 아이들을 꼭 끌어안아주던 모습이다. 진심으로 학생들을 대면하는 그 교사의 태도는 지금도 생생하다.

여느 수능날이 그랬듯, 이날도 가족과 후배들, 스승과의 각양각색의 응원전 속에 수험장에 입성하던 학생들은 대부분 불안판 표정으로 입성했다. 멀리서 봐도 짐작이 될 정도로 얼굴은 딱딱히 굳었고, 날씨가 추운 탓인지, 긴장한 탓이지 모를 정도로 몸은 떨었다. 후배들은 선배들이 긴장을 풀 수 있게 높은 함성으로 응원을 해줬고, 이런 모습에 수험생은 기운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응원은 도움이 안됐는지 교문을 통과하는 길에 그만 울음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보이는 학생도 있었다.

이때 담임으로 보이던 교사가 학생들을 안아주기 시작했다. 교사가 팔을 벌리자 학생들은 품속으로 다가왔고, 짧은 인사를 나눴다. 울컥했던 학생은 진정된 표정을, 불안해 하던 학생은 평정심을 되찾았다.

놀라운 것은 다른 학교 학생도 눈물을 보이자 안아줬다는 점이다.

아무도 다른 교복을 입은 학생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지만, 그 교사는 홀로 눈물을 흘리는 학생을 발견하고 다가가 포옹해줬다.

어쩌면 귀찮은 일이기도 하고, 피곤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온유한 표정으로 위로하며 학생을 진정시켰다. 참 따듯해 보이는 포옹이었다.

이후에도 그 교사는 학생들을 안아줬다. 한명도 빼놓지 않고 다 안아주겠다는 자세로.

일면식도 없는 이에게도 위로를 건네는 그 교사의 성품에 지켜보던 나조차 존경심이 생겼다. 그와 함께 학창시절을 보낸 학생들은 얼마나 따듯한 추억을 나눴을지 짐작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교사의 포옹으로 울컥했던 마음을 가라 앉히고 기운을 차린 것은 어쩌면 온기 때문만은 아닌거 같다. 학생들도 이런 따듯한 교사가 안아줬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큰 위로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진심으로 학생들을 생각하는 스승이, 스승의 배려에 감사하는 학생이 넘치는 학교가 더욱 많아졌으면 한다. 학창시절에 경쟁보다 따듯한 포옹을 우선 배웠으면 한다. 그리고 사회에서도 그 온기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

한경국 취재1본부차장 hkk42@mdilbo.com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