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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부산이 촌동네면 광주는?

입력 2023.11.08. 09:36 수정 2023.11.08. 19:37 댓글 0개
양기생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부산 시골에서 왜 했습니까. 아무도 없는 촌 동네 이름 뭐야? 외국인이 어떻게 많이 와. 90% 서울에 있는데. 나머지 10%가 16개 시도로 가고…"

우리나라 관광을 책임지고 있는 공공기관의 부대표가 지난 8월 한국방문의 해와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홍보회의 자리에서 내뱉은 말이다. 한마디로 촌 동네 같은 부산을 왜 지원하냐며 실무진을 질타하면서다.

'부산이 촌 동네라면 광주는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을 촌 동네라고 부르면 인구수나 경제력에서 훨씬 적은 광주는 깡촌이라는 말인가?

광주 인구는 140만 명이다. 부산광역시 인구가 335만 명이고 부산 울산 경남을 합쳐 750만 명이다. 인구 940만 명의 수도 서울과 비슷한 도시 경쟁력을 갖추겠다며 부울경 메가시티를 추진했던 부산이다. 인구나 경제면에서 광주보다 2.5배가 더 큰 메가시티를 촌 동네라고 한마디로 정리해 버리는 배짱은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했다.

특정 자리에서 지역을 비하하는 듯한 말을 한 것은 의도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의도가 없다고 해도 잠재의식 속에 지역 비하에 대한 개념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어느 쪽이든 한 국가의 관광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사람의 언사는 아니다.임명 당시부터 잦은 설화로 구설수에 올랐던 관광공사 부대표는 최근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방과 낙후지역을 배려하는 지방분권과 국토 균형발전은 노무현 정부 이후 20년 이상 우리 시대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부산 촌 동네 발언은 이런 조류에 찬물을 끼얹는 망언에 다름 아니다.

국토 균형발전 정책에 따라 전국 10개 혁신도시가 세워졌고 공공기관이 이전했으며 나름대로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중앙 정부와 권한과 사무를 지자체에 넘겨주는 지방이양일괄법이 제정되면서 지방분권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

지방분권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고령화, 저출산, 수도권 인구 쏠림 현상으로 지방소멸은 가속화되고 있다. 지자체는 소멸해가는 지방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중앙에서 지역을 비하한 망언은 여러 차례 있었다. 압권은 이부망천이다. 이부망천은 '이혼하면 부천 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는 뜻이다.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TV 토론에서 당시 자유한국당 정태옥 의원이 한 말이다.

'멀쩡한 사람이 서울 살다가 이혼하면 부천(경기도 부천시) 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는 발언으로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정태옥 의원은 사과해야 했으며 자유한국당의 지방선거 참패에 큰 영향을 미쳤다.

요즘 지방분권에 역행하는 여당발 소식으로 전국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30일 김포를 서울로 편입하는 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이후 '뉴 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를 발족시키며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여당은 서울 부산 광주 3축으로 메가시티 전선을 확대하며 이슈몰이에 나서고 있다.

여당의 메가시티 추진에 대해 국민적 관심은 높다. 문제는 시기와 과정이다. 총선을 6개월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추진한다는 것과 정치권이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어쩐지 미덥지 않다. 지역마다 다양한 특성이 있는데 이런 것을 종합 검토해 보는 공론의 과정이 없다는 점도 아쉽다.

지방분권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하기까지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는 점을 보면 중앙 정부나 정치권의 지방에 대한 안이한 인식이 잠재적으로 내재 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이런 면에서 정치 공학적으로 접근하는 메가시티 프로젝트 방향성이 걱정된다. 벌써 여당 내에서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정책 추진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배가 산으로 올라갈까 두렵다.

다행스럽게 지난 9월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가 출범했다. 최근에는 국토 균형발전 계획과 지방분권을 통합해 제1차 지방시대 5개년 종합계획(2023-2027)을 확정 발표했다. 정부와 여당이 한팀이 되어 대통령 직속 기구인 지방시대위원회에서 메가시티 프로젝트에 대해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 야당의 협조도 얻어 내야 한다. 국민적 공감대가 이뤄져야 메가시티 구상이 성공할 수 있다. 정치권의 백가쟁명식 해법이 난무하다가 시간만 허비하고 말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양기생 경영관리미디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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