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가을의 추억

입력 2023.10.30. 16:31 수정 2023.10.30. 19:44 댓글 0개
도철원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취재1본부

아주 어렸을 적, 이맘때쯤이면 항상 어떤 한 팀을 응원해 왔다.

부모님이 동네 체육사에서 사주신 빨간 상의와 검은색 하의로 된 야구복을 입으면서 처음 알게 된 해태 타이거즈가 그 주인공이다.

기억 속에 해태는 언제나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었기에 당시 TV 또는 라디오 중계를 들으면서 해태가 승리하길 바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렇게 성인이 된 후 출입기자로 기아타이거즈에 출입하면서 기아의 첫 우승을 잠실구장에서 경험했다.

3승 3패의 팽팽한 대결 속에 치러진 7차전에서 나지완이 친 끝내기 홈런을 보면서 기자가 아닌 팬으로서 환호를 질렸던 기억이 지금도 강렬하다.

끝내기 홈런 이후 곧바로 치러진 MVP투표에서 당연히 나지완의 이름을 적었고, 현장에서 본 '가을의 추억'은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이후 출입처가 바뀌면서 '가을의 추억'은 온전히 TV를 통해 느낄 수 있게 됐지만 예전만큼 뚜렷하게 남지는 않은 것 같다.

관심사가 다른 데로 분산된 것도 있겠지만 항상 응원해 온 기아 타이거즈가 예전만큼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한 것도 한 원인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길어질 대로 길어진 야구 일정 탓인지도 모른다.

기록을 찾아보니 그토록 현장에서 '가을의 추억'을 즐긴 한국시리즈 7차전 날짜는 10월 24일이었다. 올해 프로야구는 아직 플레이오프도 치르지 못한 데다 한국시리즈 7차전 날짜가 11월 13일로 예정된 걸 보면 한 달가량 길어졌다.

지금까지 야구를 보면서 항상 '가을의 추억'을 떠올렸는데 어느샌가 '초겨울의 추억'로 변모한 셈이다.

내년부터 KBO가 일정 단축을 위해 금·토 경기가 우천 순연될 경우 더블헤더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리그 첫 경기 시작도 현재보다 일주일가량 앞당기기로 했다. 그만큼 길어지고 있는 리그에 대한 부담이 커진 탓일 듯싶다.

내년에는 올해 같은 '초겨울의 추억'이 아닌 '가을의 추억'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선선한 가을 저녁에 온 가족 또는 가까운 친구·지인들과 함께 가을밤을 만끽할 수 있기 바란다. 당연히 기아가 12번째 우승에 도전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거 같다.

도철원 취재1본부 부장대우 repo333@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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