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베드버그, 빈대의 재등장

입력 2023.10.23. 00:30 수정 2023.10.26. 19:19 댓글 0개
선정태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취재2본부

외국에서는 침대 깊숙한 곳에 숨어 있다 출몰한다고 해서 베드버그라고 불리는 빈대는 '후진국 해충'이다. 오랫동안 우리를 괴롭히던 빈대도 도시화된 1980년대 이후로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 선진국인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에서 아직도 빈대로 인해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 특히 내년 올림픽을 앞둔 프랑스는 빈대로 인해 '악몽' 같은 상황도 펼쳐지고 있다. 프랑스 언론들은 빈대로 인해 '국가적 정신병을 불러왔다'고 할 정도다. 프랑스 국민들이 빈대에 대한 피해와 공포가 심각해지자 프랑스 의회가 빈대 비상선언을 하기도 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체면을 깎이면 안 되기 때문이다.

1~6㎜로 아주 작은 크기의 빈대는 먹이를 먹지 않고도 침대 틈 속에서 1년을 버틸 수 있다. 암컷은 항상 임신해 있다고 봐야 할 정도로 다산하는 곤충이다. 최근 빈대는 오랫동안 살충제에 노출돼, 약으로도 죽지않는 데다 20년 전보다 외골격이 15% 두꺼워졌다. 박멸이 힘들 수 밖에 없는 요건을 갖추다보니 국가적 행사를 앞둔 프랑스가 빈대 비상사태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빈대에 많이 피를 빨린 사람들이 빈대 노이로제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 '불응성 망상성 기생충증'이라 일컫는 강박간념때문에 눕는 모든 곳에 빈대가 있을 것 같은 공포에 이르는 정신병이다. 선진국들이 아직도 빈대에 고통받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1960년대 새마을운동과 1970년대 DDT 등 살충제 방역이 보편화되면서 1980년대 들어 토종 빈대는 사실상 종적을 감췄다. 4050세대 이상에게 익숙한 소독차가 빈대 퇴치의 주역이었다.

그렇게 사라졌던 빈대가 박멸된 지 40여 년 만에 빈대가 또다시 출몰했다. 엔데믹이 되면서 해외여행을 많이 다니고, 외국인들도 우리나라를 많이 찾으면서, 빈대도 묻어온 것이다.

빈대가 나온 방이나 집을, 찜질방처럼 50도 이상 높은 온도 노출하면 죽일 수 있다고 한다. 인간에게도 발암물질인 DDT를 뿌릴 수 없는 지금, 방이나 집을 삶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빈대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큰 고통이었는지는 우리 속담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초가삼간 태워도 빈대 죽은 것만 속 시원하다'나 '빈대 미워 집에 불 놓는다'고 할 정도다. 빈대가 증오의 대상인 것이다. 빈대가 1억 1천만 년 전에 출현해 공룡시대부터 현재까지 동물에 붙어 흡혈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염치없게 보일 법도 하다.

선정태 취재1본부 부장 wordfl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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