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어른과자

입력 2023.10.24. 02:03 수정 2023.10.24. 20:15 댓글 0개
이윤주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사회·지역사회에디터

과자는 어린이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에 변화가 생겼다. 일명 '어른과자' 열풍 때문이다.

지난 6월 출시된 농심 '먹태깡 청양마요맛'이 시작이었다. 대표적인 맥주 안주인 먹태를 과자로 만들어 어른입맛을 공략하더니 입소문을 타고 언제부턴가 품귀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먹태깡'은 숱한 이야기만 전해질뿐 동네마트나 편의점에서는 그 실체를 보기가 힘든 '귀한 몸'이 됐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웃돈까지 얹어 거래된지 오래다. 일부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는 1인당 구매제한이 생겨났고, 오픈런까지 벌어지고 있다.

과자 2봉지를 사러 아침부터 오픈런이라니. 대박이 난 셈이다.

'먹태깡'이 출시 12주만에 600만봉 이상 팔리자 '미투상품'도 등장했다.

지난달 롯데가 선보인 '오잉 노가리칩 청양마요맛'은 '먹태깡'의 유명세에 편승했다는 지적에도 출시 직후부터 구매가 쉽지 않을 정도로 인기다. 유명 먹방 콘텐츠가 아니어도 '먹태깡'과 '노가리칩' 시식 후기를 공유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편의점 업계도 유사한 자체브랜드 상품을 내놓으며 특수잡기에 나섰다.

이쯤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풍경이 있다. 지난 2014년 '허니버터칩' 대란이다.

과자를 손에 넣기 위해 소비자부터 도매상까지 치열한 시절이었다. 심지어 물품사기까지 등장하며 범죄에 악용되기도 했다. 당시에는 다소 생경한 모습이었지만, 이제는 사회현상으로 자리잡았다.

명품이 아니어도 '희소성'을 지니는 순간 구매경쟁은 치열해진다. 오픈런을 위해 밤을 꼬박 세우고 웃돈을 얹어서라도 물건을 쟁취하는 것이 트렌드가 됐다.

MZ세대의 호기심과 재미추구 성향을 제대로 저격한 '먹태깡'에 힘입어 '깡'시리즈 원조인 '새우깡'을 비롯해 '양파깡' '고구마깡' '감자깡' '옥수수깡' 등 기존 시리즈까지 역주행하고 있다.

아이들이 주류인 업계에 어른들이 등장한 것처럼 비치지만 사실 우리나라 과자시장은 장수 과자들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1971년 출시돼 반세기를 넘어선 '새우깡'도 여전하지만 '맛동산' '오징어땅콩' '꼬깔콘' '초코파이' 등 장수 과자들은 세대와 연령을 넘어 사랑받고 있다.

줄어드는 인구에 가뜩이나 위축됐던 제과업계는 새롭게 공략할 대상이 등장했다는 분석을 내놓으며 고무적인 모습이다. '먹태깡' 열풍이 반짝 인기일지, 스테디셀러가 될 지 두고볼 일이지만 어른들을 위한 과자에 공을 들이겠다니 자못 흥미진진하다.

이윤주 지역사회에디터 storyboard@mdilbo.com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