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기고>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민주당이 앞장서라

입력 2023.10.16. 13:12 수정 2023.10.18. 19:10 댓글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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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위한 국민동의 청원이 지난 9월28일 목표치인 5만 명을 달성했다. 이제 해당 법안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다.

생명안전기본법은 우리 모두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법이다. 단순히 사고를 예방하는 차원을 넘어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고 수습 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동시에 사고의 원인과 대응의 문제점을 조사하고 개선하여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다시 말해 시민의 생명권과 안전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정부가 어떤 의무를 다해야 하는지, 시민들에게 어떠한 권리가 있는지를 규정하고 있는 법안이다.

우리 사회의 재난과 참사는 계속되어 왔다.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대구 지하철 참사,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 그리고 오송 지하차도 참사까지 세대를 막론하고 참사의 기억을 갖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이러한 참사가 운이 나쁜 개인들의 사건·사고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생명안전기본법을 제정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그런데 이 법안은 이미 지난 2020년 11월 발의되었다. 이듬해 2021년 2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되었지만 3년 가까이 심의조차 받지 못한 채 계류되어 있다. 지금은 야당이지만 2020년 당시 집권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었으며, 22명의 행안위원 중 다수인 12명이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었음을 감안하면 이해가 되지 않는 문제다.

물론 민주당은 각종 사회적 참사에 대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 발생 이후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주도했으며,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위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지난 6월30일 국민의힘의 반대를 무릅쓰고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만약 2020년 11월에 발의된 생명안전기본법이 당시 제정되었다면 어땠을까. 문재인 정부 집권 여당으로서 180석이라는 막강한 의석수를 가졌던 민주당이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주도했다면 어땠을까.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땅바닥을 기어가며 진상규명을 호소하고, 극우 유튜버들로부터 온갖 모욕을 받아가며 국회의원들을 찾아다녔던 지난 1년의 고통의 시간을 보내지 않았어도 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이태원 참사와 오송 지하차도참사와 같은 참사들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참사의 가장 큰 책임이 윤석열 정권에게 있지만, 민주당 역시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법적 토대가 될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추진하지 않았다. 보다 못한 재난·참사 피해자들, 어린이 교통사고 피해자 가족, 시민들이 모여 지난 5월 31일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위한 시민동행'을 발족시켰다. 국회의원들을 믿을 수 없으니 직접 입법청원을 시작한 것이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국회의원의 책무를 져버린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반성해야 한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했다고 면피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위원들은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고,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민주당은 법안 제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앞장서야 한다. 조현환 광주·전남정치개혁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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