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1980년 시공간으로 이동하는 옛 전남도청, 세계시민 품으로

입력 2023.10.11. 12:01 수정 2023.10.11. 18:58 댓글 0개
조덕진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주필

옛 전남도청 복원 소식을 접할때 독일의 베를린 유대인박물관을 생각한다.

건축물과 공간구성 등으로 21세기 최고의 박물관으로 꼽히는 곳 중 하나다. 전문가는 물론 대중이 사랑해 마지 않는 공간이다.

강렬함은 '공백의 기억'과 '홀로코스트 타워'에 있다.

'공백의 기억'은 벽 사이, 바닥에 철제 가면 수천점을 깔아둬 관객이 밟을 때 내는 불편한 쇠소리와 폐쇄적 이질감이 비극을 추체험하게 한다.

'홀로코스트 타워'는 콘크리트로 사방이 차단된 비정형의 삼각형 형태의 칠흑의 공간이다. 빛도, 외부도 철저히 차단된 가운데 천장의 한 줄기 빛의 통로가 아득함과 어둠을 극대화한다.

무엇을 위한 복원, 박물관인가

이들이 불러일으키는 울컥하는, 비장한 감동. 더 이상 설명은 필요치 않다. 방문객의 가슴을 울리는 것은 방대한 자료도 자료들의 배열도 아니다. 가르침이나 조합된 플라스틱 감동은 설자리가 없다. 건축미학의 승리로 꼽히는 이곳은 기존 유대인박물관을 국제건축설계공모를 통해 증·개축했다. 무명의 건축가 리베스킨트는 이 건축물로 일약 세계 건축계 스타로 등극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옛 전남도청,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민주평화교류원을 1980년 5월 시공간으로 이동하는 대장정에 나섰다.

옛 전남도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1980년, 반헌법적인 군부에 맞서 목숨을 마다않고 인간의 존엄을 지켰던 광주시민들이 무정부상태에서 완벽한 자치를 구현했던 전설적인, 신화적 공간이다. 옛 도청을 품고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1980년 광주항쟁의 정신을 잇고 원도심 활성화를 꾀하자며 조성한 세계적 복합문화공간이다. 허나 1980년의 비장미, 저 베를린 유대인박물관의 감동은 말 그대로 남의나라 이야기다.

저 신화에 비견되는 압도적인 대체불가능성에도, ACC는 세상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차별성 없는 공간이라는 지적을 비켜나지 못했다. 도청원형복원은 그 절박감의 반향이다. 어떠한 정신적 유대의 흔적도 없이 공연·전시로나 소비되는 현실은 또 다른 폭력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옛전남도청 박물관 준비과정, 위태롭다.

"관람객은 서대문 형무소의 역사적 두께와 깊이를 느끼기보다는, 차라리 특수조명과 음향효과 속에서 밀납 인형들의 잔혹극을 즐기듯 바라보는 사도마조히즘적 관음증을 경험한다고나 할까. 그런 가운데 역사는 볼거리로 왜곡되고 축소되면서 아동적인 퇴행현상처럼 뒷걸음치게 된다."

서대문 형무소에 대한 한 비평가의 혹독한 비판이 남 일 같지 않다. 독립운동가와 민주인사의 혼이 어린 공간은 박제화의 추락을 면치 못하는 듯하다.

옛 전남도청, 박물관 추진과정이 너무 허술하다.

이 세계적 공간에 대한 논의가 국내서 극히 조용히, 일부 관계자 중심으로 진행되는 양상이다. 더 큰 문제는 이 박물관에서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논쟁도, 방향성도 없이 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전시 콘텐츠에 관한 공개 논의는 단 한차례 세미나가 전부였다. 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이 처음으로 공개 무대를 마련했다는 점 외엔 역설적으로 얼마나 위험한가를 반증한다. 논의기구가 없는 건 아니다. 문제는 전문성이 전혀없다는 점이다. 지역시민사회단체와 추진단, 문화전당, 광주시 등 소위 관계기관 협의회 성격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물관 공간 구성 준비가 그야말로 '사업'으로, '전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박물관 전시설계와 제작·설치 '업체'를 모집하는 공고가 지난달 나라장터에 올라갔다.

110억원대 예산이 집행되는 문화정책을 전문가가 아닌 '업체'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전문가들이 진행하는 광주비엔날레 전시 예산이 80억원대에 불과한걸 보면 도청 전시예산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업체'선정이 전격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소위 '카르텔'에 의해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고민해야한다. 혹여 작금의 일련의 형식적·절차적 과정이 정해진 결론으로 가는 길이라면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외연을 세계무대로, 국내 문화계 전반으로 확장해야한다.

세계가 주목하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상징공간인 옛 전남도청의 박물관 추진은 그 층위에서 논의돼야한다. 그 자체가 세계문화계와 학계의 관심사로 출발해야 마땅하다. 동네서 우물거릴 일이 아니다.

세계와 미래 향한 실질 논의 절실

내년 광주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은 니콜라 부리오는 '판소리-21세기 사우드스케이프(PANSORI-a soundscape of the 21st century'를 주제로 한국 전통 음악 형식인 판소리를 매개로 인류 보편적인 현안인 공간을 탐구해 보이겠다고 밝혔다.

당대 최고 큐레이터의 공연예술의 전시예술 치환은 벌써부터, 판소리에 대한 관심까지 불러일으킬 태세다. 비엔날레의 도시, 광주민중항쟁이라는 세계적 유산을 지닌 문화예술도시 광주에서 전개되는 세계사적 공간 구성, 좀 떠들썩해야, 시쳇말로 거창해야 하지 않겠는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옛 전남도청을 세계적 관심사로, 세계시민들이 다시 찾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어야한다. 다시 시작이다. 조덕진 주필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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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수다 시민 70% 원정쇼핑 이유는 무엇?
17시간전 명품재래시장 명품재래시장이 있는데 저런거 뭐하로 만듭니까? 값만 비싸고 살것도 없드만
16시간전 뭐 있겠나 걍 놀러 가는것이제 혹은 근처 가는김에 한 번 들러본다던가
15시간전 ㅎㅎ 값만 비싼것만 사러가는사람이 있고 명품재래시장만 가는 사람이 있음ㅎㅎ
14시간전 얼른 짓고 다른 고민하자 음악으로 비유해 보겠습니다 국악, 트로트, 클래식, 팝, 등 여러장르가 있습니다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전통시장, 복합쇼핑몰, 편의점, 마트 등 다양합니다 복합쇼핑몰 반대는 과거에 일본문화 들어오지 마라고 머리띠 두를 것과 다름없습니다 기존 상권 지키자고 트랜드를 막을 수는 없지요 기존 상권은 법적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 맞다 싶습니다
1시간전 광주는 광주사람은 쇼핑난민 코스트코 전국일주 중이다 천안 세종 대전 대구 부산 골고루 가보고 있다 덕분에 다른 지역 대도시보고와서 광주욕이 늘었다 보고오면 애들도 광주 살고 싶지 않다고 한다 이게 바로 인구유출이라는거다 주소 인구만 줄어드는게 아니라 타지역으로 쇼핑하고 놀러가는 유동인구도 줄고 있다는것이다
재밌수다 참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