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사설> ´이재명 단식´ 논란은 있어도 조롱은 해선 안돼

입력 2023.09.18. 15:04 수정 2023.09.18. 20:17 댓글 0개
사설 현안이슈에 대한 논평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단식 19일 만에 건강 악화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출퇴근 단식, 방탄 단식, 명분이 없는 단식 등 이런저런 문제 제기나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이 대표의 단식은 본인의 생명, 정치적 생명을 걸고 감행한 최후의 수단이나 다름없었다는 생각이다. 일본 원전 오염수, 홍범도 장군 등 최근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정치권발 이슈와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가장 기본인 대화가 실종되면서 서로 간의 할 말만 하는 현 정치권에서 그나마 자신의 의견을 가장 명확하게, 가장 치명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목숨을 건 단식뿐이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이 대표의 단식이 무조건으로 지지를 받을 수 없는 건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시기적으로 검찰 수사를 앞두고 단식에 들어가면서 여러 의심의 눈길을 가중시켰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기도 한데다 단식 목표 자체가 불명확하다는 문제 제기 역시 충분히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이 달라도 목숨을 건 단식 자체를 두고 조롱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어떤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던 대통령실의 첫 반응 자체가 "누가 (단식 중단을) 막았나, 아니면 누가 (단식을) 하라고 했나"였다는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최소한 국정 파트너인 야당의 수장이 어떠한 이유로든 목숨을 걸고 시작한 단식을 두고 조롱해서는 안 된다.

이는 상대방을 대화의 상대로 보지 않고 그저 무시의 대상으로 삼을 뿐이라는 걸 명백히 보여주는 행위에 불과하다.

한동훈 장관 역시 이날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직후 "수사 받던 피의자가 단식한다고 사법 시스템이 정지되는 선례가 만들어져선 안 된다. 그럼 앞으로 잡범들도 다 이렇게 하지 않겠냐"고 했다.

비판도 좋지만 야당 지도자를 두고 '잡범' 운운한 건 역시나 옳지 않다.

서로 간의 무시와 비하로 일관해선 앞으로도 길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정치의 기본은 언제나 대화·협상임을 모르는 이는 없다.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은 세상살이 어디에나 필요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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