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영아살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

입력 2023.07.30. 12:57 수정 2023.07.30. 19:42 댓글 0개
김경례의 아침시평 광주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

최근 영아살해 유기 사건이 전국민적 관심과 공분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감사원이 보건복지부 정기 감사 과정에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태어난 출생기록은 있으나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2천여 명의 일명 '그림자 아기'를 발견했고 각 지자체는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이 중 경찰이 수사 중인 아기는 1천명에 달하며 34명은 이미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그림자 아기와 살해 및 유기된 아이들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나마 의료기관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신생아 번호라도 남아 있지만 의료기관 바깥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그 어떤 기록도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살해 및 유기된 아이들의 절반은 병원이 아닌 화장실(51%)에서 태어났다. 언론을 통해 '냉동고 보관', '쓰레기 봉투에 담아 쓰레기 수거함에 유기', '방치한 채 외출', '계획 살인 후 하천에 유기'등 영아살해 및 유기과정이 보도되면서 '어떻게 친모와 친부가 저럴 수 있나', '책임을 못질거면 낳지를 말지', '처벌이 너무 약한 거 아닌가'등 가해 부모에 대한 비난과 처벌 강화 요구가 이어졌다. 이에 영아살해?유기 시 최대 사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처벌을 강화하는 형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영아살해 부모에 대한 비난과 처벌강화만이 능사는 아니다. 영아살해 및 유기의 원인을 파악하여 그것을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사회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어떤 환경과 상황 속에서 태어난 아기이든 안전하고 건강하게 양육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최근 5년간 발생한 영아살해 및 유기사건의 판결문 58건을 분석한 MBC 탐사기획팀('스트레이트', 7월 16일 방영)에 따르면, '경제적인 이유(39%)'와 '출산사실이 주위와 가족에 알려질까 봐(29%)'가 가장 큰 범행 이유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여건이거나 가족에게조차도 알릴 수 없는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을 하였을 때 영아살해와 유기가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특히 결혼관계 내의 임신이 아닌 경우에는 사회적 낙인과 부정적 시선으로 인해 출산을 결정하기 어렵고 영아 유기 및 살해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때문에 영아 살해 및 유기로 내모는 사회경제적 여건을 고려해야만 그것을 예방할 수 있다.

2019년 4월11일 헌법재판소는 "사회경제적 이유로 인해 낙태 갈등 상황을 겪고 있는 경우까지도 예외없이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 및 출산을 강제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한다는 점에서 위헌이다"라는 취지로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2021년 1월1일부로 형법상 낙태죄 규정은 폐지됐지만 낙태허용 주수에 대한 논쟁만 벌이다가 현재까지도 대체 입법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대체입법 마련과 제도적 지원책을 통해 임신유지 및 중지에 대한 결정과 안전한 임신중지를 보장해야 한다.

어떤 이유로든 태어난 아기들은 안전하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이들이 매년 100여명에 이른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가장 많이 가는 곳은 보육원(65%)이다. 아동복지가 잘 되어 있는 북유럽 국가들은 보육원과 같은 장기 아동보호시설이 없고 다양한 아동복지정책을 통해 되도록 원가정에서 자라게 한다. 그것이 어렵다면 국내 다른 가정으로 입양하고 가장 마지막에 고려하는 것이 해외입양이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OECD국가 중 합계출산율은 최저이면서도 버려지는 아이들은 보육원에 밀어 넣고 국내 입양 활성화도, 아동복지 정책도 충분치 않으며 해외입양은 세계 상위권이다. 해외입양 상위 20개 나라 중 잘 사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한다. '아이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지울 수 없는 이유이다. 이제 세계 경제력에 걸맞는 아동복지정책과 입양제도 및 문화를 만들어가야 할 때이다.

영아범죄율이 낮고 출산율이 높은 나라들은 제도적, 사회적 노력을 통해 모든 부모들에게 자녀를 안전하고 행복하게 키울 수 있다는 확신을 준다. 덴마크의 비혼모는 가난하지 않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 기르더라도 사회적인 부정적 낙인이나 편견이 없고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 내 출산율 1위를 자랑하는 프랑스는 팍스(PACS, 시민연대계약)제도를 통해 동거중인 부부도 결혼한 부부에게 적용되는 각종 세금 및 사회보장제도, 육아지원제도, 입양 등 모든 지원정책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부모가정 지원정책이나 저출생지원정책, 육아지원정책, 일가정양립지원정책 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또한 프랑스의 팍스제도를 벤치마킹하여 생활동반자법이 국회에 발의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저소득층이거나 결혼관계 내에 있는 가족에 초점을 맞추어 선별적 복지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는 것들이 많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이 여성, 개별 파트너나 가정의 책임으로 전가되는 사회에서는 저출생과 영아범죄를 극복할 수 없다. 영아살해 및 유기범에게 면죄부를 주자는 것이 아니다. 이번 기회에 한국사회가 모든 부모가 부정적 시선과 편견 없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사회인지,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제도적·사회적 지원책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는지, 마을과 지역 및 국가가 함께 미래세대를 양육하고 돌볼 준비가 되어 있는지 점검해 보자는 것이다.

김경례(광주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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