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물리학자 김상욱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삶은 과학의 향연"[문화人터뷰]
입력 2023.06.10. 07:00 댓글 0개[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이해라는 건 한 사람의 뇌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에요. 총체적인 이해라는 건 그래서 결국 개개인마다 다를 수밖에 없죠. 그래서 저도 우리 주변의 모든 것에 대해서 물리학으로 볼 수 있는 이야기를 제 나름의 시각으로 써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김상욱(53)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가 '떨림과 울림' 이후 5년 만에 신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을 펴냈다.
윤동주 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서 영감 받아 '시'를 빼고 '인간'을 넣은 에세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싶었던 그의 마음을 담고 있다. 그에게 하늘은 우주와 법칙을, 바람은 시간과 공간을, 별은 물질과 에너지로 다가온다고 한다. 여기에 인간을 더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은 물리학자로서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모든 대상들을 포괄한다. 물리학의 경계를 뛰어넘어 원자에서 인간까지 세상 모든 존재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물리학자로 드물게 인기를 누리고 있다. tvN 예능 '알쓸신잡', '알쓸범잡', '유 퀴즈 온 더 블럭' 등에 출연하면서다. 어렵게만 생각했던 물리학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해 대중들의 과학적 사고를 넓히고 있다.
삶과 과학의 향연을 담은 이번 책은 김 교수가 써낸 '빅히스토리'다. '하늘'에는 우주와 법칙을, '바람'에는 시간과 공간을, '별'에는 물질과 에너지를 담았고, 마지막으로 '인간'을 다루며 세상을 이해하고자 했다.
"이 책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경계를 넘은 좌충우돌 여행기이자, 세상 모든 것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을 위한 지도책입니다.”
자신이 전공하지 않은 생물학, 지구과학 등의 분야까지 공부했다고 한다. 이렇게까지 책을 쓴 이유는 "한 사람의 관점에서 전체를 다루는 것이 갖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원자와 지구, 생명과 인간에 대한 자신의 시각이 평가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건 틀렸다"라거나 "물리학자 아니랄까 봐"라는 비판을 듣고 싶다고 했다. "저는 다른 분야의 전문가가 들려주는 세상 모든 것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이렇게 서로가 다른 분야로 한 발짝씩 내딛다 보면 건젠가 모두가 모든 것을 이해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김 교수는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건 누가 말했는지가 아니라 증거가 무엇인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대중들이 '과학적 사고방식'을 하길 바란다. "과학적 지식이 아닌 과학적 태도를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면서 "과학적 사고방식을 "의심에서 시작해 증거를 찾아내는 자세"라고 정의했다.
"의심하는 것 자체는 과학이 아니라 철학이죠. 과학은 물질적 증거에만 기반을 둔 학문이고 그래서 모르는 것에 대해선 모른다고 말하는 게 과학이기도 해요. 다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모르는지 그 경계가 분명해야 하는 거죠."
김상욱이 말하는 과학적 시선은 다양한 사안에 머문다. 원전이나 오염수 방출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과학적 사고방식이 있으면 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를테면 원전이 100% 안전하다거나 위험하다고 과학적으로는 얘기할 수 없어요. 90% 확률로 안전하고 10% 확률로 안전하지 않다면 있는 그대로 얘기하는 게 과학자의 영역이죠. 그러니 과학자는 안전하다, 위험하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 결정은 사회 구성원의 의견을 모아 결정권자가 내려야죠."
"죽음은 생명의 반대말로 정의되지 않는다. 생명이야말로 그 자체로 특별한 상태다. (...) 생명은 우주에서 가장 흔한 원자로 되어 있지만, 우주는 죽음으로 충만하다. 생명은 지구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것이니 우주 전체를 통해 보면 죽음이 자연스러운 것이고 생명이야말로 부자연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본문 194쪽 중)
김 교수는 자신이 알 수 없는 것에 대해 단호하게 모른다고 말하는 편이다. 하지만 대중들은 그가 모르는 것에 관해 이야기할 때 오히려 열광한다. 책에 수록된 에세이 '물리학자에게 죽음이란'을 비롯해 사랑, 신 등의 주제에 대한 그의 글은 자주 회자된다.
이런 글에 대한 인기에 자신도 의아하다는 김 교수는 "아마도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방식의 설명이라서 그럴 것"이라며 "기존에 있는 팩트지만 우리가 너무나 인간중심적으로 세상을 봐왔기 때문에 새롭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과학은 사실 낭만적(?)이다. "우리는 죽으면 흙으로, 즉 지구로 돌아간다. 이것은 시적인 표현이 아니라 과학적 사실이다. 이렇게 만물은 원자로 되어 있다"(144쪽)는 말처럼 그는 우주에서 피어난 다양한 존재들의 가치를 긍정하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건낸다.
"과학은 있는 그대로 다루는 학문이지만 거기에 낭만도 부여할 수 있고 두려움도 부여할 수 있어요. 그런 것들을 많이 보여주고 싶어요. 과학이 삶 속에서 춤을 추듯 이런 표현들이 단지 수사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shin2ro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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