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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남북기금 '줄줄'···허탕친 이순신 유적 발굴에 10억
입력 2023.06.08. 21:44 댓글 0개박원순 전 시장 재임 시절 추진 사업 집중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서울시가 조성한 남북교류협력기금이 지난 5년간 제대로 된 관리·감독없이 부적절하게 사용됐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이순신 장군 유적 발굴에 10억원의 기금이 집행됐지만 엉뚱한 곳만 조사가 이뤄져 결국 허탕을 친 것으로 나타났다. 20억원 규모의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 보조금은 서울시의 지원 결정 이전에 사업자에게 집행되기도 했다.
8일 서울시 감사위원회의 '남북교류협력사업 추진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올해 초까지 약 5년간 서울시의 남북교류협력기금 운용 과정에서 운영 부적절, 예산 낭비, 보조금 정산 부적정 등 총 15건의 지적 사항이 적발됐다. 이는 감사위가 지난해 10월 남북교류협력사업 추진실태 조사를 개시한 이후 올 2월부터 특정감사로 전환해 감사를 실시한 결과다.
감사위는 기금 집행·정산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사업 내용에 문제가 없는지, 보조사업 공모·사업자 선정이 적정했는지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감사 대상은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시절에 추진된 사업에 집중됐다.
감사 결과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집행된 남북교류협력기금에서 민간경상보조사업 중 공모절차를 거친 사업의 지원액은 26%에 불과했다. 나머지 74%는 공모절차를 거치지 않은 보조사업에 지원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04년 남북기금 설치부터 현재까지 기본경비를 제외하고 집행된 총 사업비 332억원 중 약 232억원이 최근 5년간 집중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160억원(69%)은 민간단체 보조금 예산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최근 5년간 공모절차 없는 일반사업 방식으로 총 58개 사업, 40개 단체에 102억원의 보조금이 집행됐다. 이 가운데 절반 수준인 53억5700만원을 상위 5개 단체가 받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모절차를 통한 사업 추진으로 기금 운영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남북협력사업에 대한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기금이 낭비된 사례도 적발됐다. 2019년 추진된 '나선-녹둔도 이순신 장군유적 남·북·러 공동 발굴조사 사업'에는 3년간 기금 9억9700만원이 지원됐다. 그러나 당초 합의한 조사 지역이 아닌 다른 곳에서 3년간 발굴 조사를 시행했고, 결과적으로 유적이 나오지 않아 불필요하게 기금을 낭비했다.
그해 추진된 '2020 세계 노벨평화상 수상자 정상회의' 사업에도 7억여원의 기금이 부적절하게 집행됐다. 사업 적정성 심의를 위한 남북위원회가 열리기도 전에 사업 양해각서를 체결해 기금 집행을 먼저 결정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사업 적정성 논란이 불거졌음에도 7억원의 기금이 집행되는 결과가 초래됐다. 당초 28억원의 기금을 집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행사가 취소되면서 7억원만 집행됐다.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20억원 규모로 집행된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 보조금도 서울시의 지원 결정·약정 체결 이전에 보조 사업자에게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조사업자는 서울시와 약정을 체결하기 전 밀가루 등 대북 지원 물품 구입에 사용한 비용을 보조금 정산에 포함시켰다. 당시 미국의 대북 제재로 국내외 은행들의 해외 송금이 거절되자 서울시와 협의없이 물품 구입비를 현금으로 집행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감사위는 이번 감사 결과를 토대로 대북사업이 특정 집단에 대한 수혜적인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가급적 공모 방식으로 추진할 것을 서울시에 제시했다. 합리적인 계획으로 기금 편성.운용의 불용률을 최소화하고, 내국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성 사업에 대한 방만한 지출을 통제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 등을 제안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ach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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