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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에 휴일에 봉사 가당한가˝ 광주 공기업 사내 게시판 시끌

입력 2023.05.24. 16:05 수정 2023.05.26. 15:51 댓글 3개
광주도시철도공사, 전직원 환경정화 활동
내부 게시글에 "근무 외 시간에 참여 부당"
무등일보DB

"정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다고 말하지만 체력단련이든 환경정화 활동이든 공기업에서 휴일에 무언가를 강요하는 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광주도시철도공사가 이달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환경정화 활동을 추진 중인 가운데 근무 외 시간에 봉사활동을 강요하면서 내부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도시철도공사 측은 '봉사활동 참여가 의무 사항이 아니다'는 입장이지만, 부서별 활동에서 불참하는 것이 쉽지 않은 조직 내 분위기상 강제성을 띤다는 지적이다.

26일 광주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최근 익명의 직원이 작성한 '일방적으로 쉬는 날에 봉사활동을 진행하는 것은 후진적'이라는 내용의 글이 내부 게시판에 올라왔다. 이 직원은 게시글을 통해 "일요일에 부장님 눈치 보느라 등산 따라가는 부하직원들, 술을 싫어하고 시끄러운 분위기 싫어하는데 회식에 참석하는 부하직원들…"이라며 "그 부하직원들도 '강제는 아니다. 오기 싫으면 안와도 된다' 이런 얘기를 들었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요새는 거의 없어졌다. 이런 거 하면 욕먹는다. 2023년 조직문화를 보자면 회식 거의 안하고 굳이 하더라도 업무시간 내에 한다"며 "물론 우리 조직같이 꼰대조직에서 일하면 앞에 한 얘기는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같은 맥락으로 체력단련이든 환경정화활동이든 휴일에 무언가를 강요하면 안된다. 업무의 연장선이라면 업무시간 내에 하던가 휴일에 할 거면 업무 외 수당을 줘야 한다"며 "회사 주도로 이렇게 일방적으로, 그것도 쉬는 날에 진행하는 거 너무 후진적이지 않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정 하기 싫으면 너는 하지 마라' 이 말을 곧이 곧대로 듣고 '나는 하기 싫으니까 안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그 정도 지능을 가진 사람은 채용절차에서 걸러졌을 테니까"라며 "하지만 '정 하기 싫으면 너는 하지 마'라고 말하는 분들은 회사에 계신다"고 지적했다.

광주도시철도공사는 이달 8일부터 6월23일까지 7주간 전 임직원(912)명을 대상으로 '2023년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환경정화활동'을 실시한다.

부서(팀)들은 지난 8일까지 환경정화활동 계획을 수립해 릴레이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봉사활동 참여자만 1인당 2만원까지 법인카드 지출이 가능하다.

현재 통상근무자는 업무시간 내 환경정화 활동에 참여하고 있지만, 교대 근무자들은 자리를 비우기 어려워 별도로 진행한 뒤 인증을 하고 있다.

내부 게시판 글과 관련, 도시철도공사 측은 "교대 근무자들이 근무시간에 자리를 비우면 안전상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의무사항이 아니다. 교대 근무자들도 희망할 경우 자원봉사를 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는 것"이라며 "오해가 있었던 거 같다. 직원들이 속한 노동조합과 합의해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해당 게시글에 앞서 올라온 환경정화 활동 관련 게시글은 작성자에 의해 삭제된 상태이며 내부게시판에서는 좋은 취지라는 의견과 불만을 토로하는 의견 등의 게시글이 올라오며 내부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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