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영상] ˝광주서 쇼맨십 아닌 한분 한분 뵙고 보듬어 드리고 싶다˝

입력 2023.05.18. 17:00 수정 2023.05.18. 20:00 댓글 1개
[전두환 손자 전우원 단독 인터뷰]
우원씨, 5·18 기념식 동시간 구묘역 찾아 추모
“오월 열사들 보면 가족들 죄 더 크다는 것 깨달아
5월 희생정신 이어받아 가족 관련 진상규명 돕겠다”
고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27)씨가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제2묘원(구 묘지)를 방문해 위르겐 힌츠페터에 묵념하고 있다.

[전두환 손자 전우원 단독 인터뷰]

"'오월 광주' 민주묘지에 오니 우리 가족들의 죄가 더 훤히 느껴져요. 광주에 계신 분들이 큰마음으로 여기에 올 수 있게 해주셨는데 한 분, 한 분 대화 나누고 보듬어드릴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18일 오전 10시30분께 5·18민주화운동 43주년 기념식이 한창 진행 중이던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 뒤편 민족민주열사묘역(구 묘역)에서 무등일보 취재진이 만난 전두환 손자 전우원(27)씨는 사실상 발포 명령자인 할아버지 고 전두환 대신 오월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있었다.

얼마 전 할아버지 전두환을 '5·18 학살의 주범'이라고 말했던 우원씨는 5·18 기념식이 열리고 윤석열 대통령이 기념사를 하고 있을 무렵, 더욱 엄숙한 표정으로 구묘역을 참배했다.

고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27)씨가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제2묘원(구 묘지)를 방문해 헌화·묵념하고 있다.

이한열 열사·백남기 농민 등 영령들의 묘역을 찾아 묵념한 뒤 구묘역을 나가려는 순간 무등일보 취재진과 만난 우원씨는 "5월 묘지에 오니까 가족의 죄가 더 크게 느껴진다"며 "열사의 사연들을 들었을 때는 괴로웠다"고 고개를 떨궜다.

전씨는 "저희 가족의 죄가 커서 제가 오는 것에 대해 다른 반응을 보여주셨을 수도 있는데 광주에 계신 분들이 큰마음으로 제가 여기에 올 수 있게 해주셨다"며 다시 한번 광주시민들에게 감사함을 표한 뒤 "이렇게 따뜻하게 환영해 주시고 믿어주시니 실망시켜 드리지 않고 계속해서 꾸준히 오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에 올 때마다 방송이나 인터뷰 등 쇼맨십 스타일로 보이기보다 한 분, 한 분 차분하게 대화를 나누고 보듬어 드릴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해선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광주에서 있었던 일이 오늘날의 저희가 누릴 수 있는 민주주의를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중요성을 지니는 일인데 타지역이나 세대가 넘어갈수록 광주에서 일어났던 일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다"면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되새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고 전두환 손자 전우원씨가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제2묘원(구 묘지)를 방문한 가운데 무등일보 취재진과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자신의 사과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시민들에 대해서는 "오히려 제 사과를 받아주시는 분들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광주에 왔다는 것 자체로 힘들어하고 고통받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당연히 그럴 수 있다. 워낙 상처가 크다 보니까 죄송하다는 말씀 밖에는 드릴 말씀이 없고 제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우원씨는 약속했다.

전씨를 본 시민들은 '전우원님 반갑습니다', '응원합니다' 등의 말을 건넸고 이에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한 시민은 전씨의 손을 마주 잡고 "얼마나 마음 아픈 일이냐. 할아버지가 이렇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편, 우원씨는 이날 일명 '전두환 비석'을 밟지 않았고 전날 열린 추모제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않고 두 손을 맞잡고 정면만을 응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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