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10년 전보다 일주일 빨라···벚꽃이 전하는 ´기후위기 경고´

입력 2023.04.02. 15:55 수정 2023.04.03. 15:26 댓글 0개
23일부터 피어나 4월되자 '우수수'
3월 기온 높아 개화시기도 빨라져
동물생태계까지 악영향…기후변화 늦춰야
지난 1일 오후 광주 북구 중외공원에서 시민들이 만개한 벚꽃을 구경하고 있다.

벚꽃 개화 시기가 매년 앞당겨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 광주지역 벚꽃도 평년보다 8일가량 일찍 피었다.

지역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벚꽃 개화시기가 빨라지면서 전문가들은 기후 위기에 따른 동·식물 생태계 교란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주말 오후 광주 북구 중외공원. 만개한 벚꽃을 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이날 낮 최고기온은 27도까지 치솟으면서 초여름 날씨를 보였다.

시민들 역시 겉옷을 벗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산책로를 거닐었다. 벌써 반소매나 반바지를 입은 시민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시민 구모(48·광주 서구 화정동)씨는 "지난해에는 4월까지도 겨울 외투를 챙겨 다녔을 정도로 봄이 쌀쌀했는데 올해는 봄도 아닌 여름이 벌써 시작된 것 같다"며 "예전 같으면 1주일 뒤에나 벚꽃 구경을 할 텐데 올해는 이미 벚꽃이 만개해 더 늦으면 늦어질 것 같아 꽃구경을 서둘렀다"고 말했다.

대학생 정우선(24)씨는 "새내기 때는 중간고사 직전에 벚꽃이 펴서 공부하느라 제대로 봄을 즐기지 못했다"며 "아직 시험 기간이 많이 남아서 여자친구와 함께 추억을 남기러 왔다"고 전했다.

지난 23일 광주 서구 양동초등학교 앞에서 어린이들이 활짝 핀 벚꽃을 살펴보고 있다.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민간기상업체인 케이웨더는 올해 벚꽃이 3월 27일부터 피기 시작해 4월 초 만개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운천저수지·비엔날레 등 벚꽃명소에서는 지난달 23일부터 이미 만개한 벚나무들이 관측됐고, 4월이 시작되자 꽃잎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광주지역의 평년 벚꽃 개화일이 3월31일인 것을 고려하면 1주일 이상 시기가 앞당겨졌다.

벚꽃 개화시기는 수년 전부터 꾸준히 빨라지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광주지역의 평균 벚꽃개화시기는 3월 31일이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는 이틀 앞당겨진 3월29일에 벚꽃이 개화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3월 30일, 3월27일에 벚꽃이 개화했고, 지난해에는 개화가 급격히 빨라져 3월22일께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개화시기는 기온 상승의 영향을 받아 빨라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광주지역의 올해 3월 평균 기온은 11.2도로 평년(7.3도)보다 4도가량 높았다.

기상청은 기온변화가 계속된다면 2100년에는 2월 말에 봄꽃이 필 것이라고 경고한다. 기상청의 '미래 우리나라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온실가스가 감축되지 않는 경우 2041년~2060년에는 봄꽃 개화시기가 현재보다 5~13일 앞당겨지고, 2081~2100년에는 개화시기가 10~27일 앞당겨질 전망이다.

광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식물 개화시기의 급격한 변화는 꿀벌이나 조류, 양서류 등 동물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며 "탄소중립 등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한 고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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