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만발'···진해군항제 등 전국 축제도 꽃망울 활짝
입력 2023.03.25. 06:30 댓글 2개[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벚꽃이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올해는 평년보다 2~9일 빠르다. 제주 서귀포부터 시작된 연분홍 물결은 이달 말 남부지방을 거쳐 다음달 초 서울과 인천, 강원에 상륙한다. 진해군항제가 25일 4년만에 정상 개최되는 것을 시작으로 전국 벚꽃축제도 활짝 개화한다.
기상정보업체 '웨더아이'에 따르면 올해 벚꽃은 3월22일 서귀포를 시작으로, 26일 대구, 27일 부산 광주 전주, 29일 여수, 31일 대전 강릉에서 피어오른다. 서울은 오는 4월3일, 춘천은 4월7일, 인천은 4월8일 벚꽃이 핀다.
개화 후 일주일 가량이 지나면 벚꽃은 절정을 맞는다. 서귀포에서는 3월 29일 이후, 남부지방은 4월 2~7일, 중부지방은 7~14일께가 될 전망이다. 서울의 경우 4월10일께 절정의 벚꽃을 만날 수 있다.
◆진해 벚꽃 꽃망울...4년만의 군항제 개막
경남 창원시 진해구 중원로타리 일원에서 4년만에 진해군항제가 정상 개최된다. 축제는 25일 개막해 오는 4월3일까지 이어진다. 이 기간 동안 450만명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진해는 축제기간 36만 그루의 아름드리 벚나무로 온통 연분홍 세상이 된다. 도시 전체가 벚꽃 천국이지만 그중 '로망스다리'로 알려진 여좌천은 1.5㎞ 구간의 개천을 따라 늘어선 벚꽃나무가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려 절경을 이룬다.
경화역 철길 따라 늘어선 아름드리 벚나무에서 나풀나풀 흩날리는 새하얀 꽃비도 낭만 그 자체다.
수많은 인파를 피하고 싶다면 벚꽃 드라이브가 답이다. 푸른 바다와 벚꽃이 어우러지는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진해 해안도로 벚꽃길은 차를 타고 속천항에서 출발해 진해루, 소죽도공원, 행암철길마을, 수치마을, 진해해양공원을 지나 흰돌메공원과 황포돛대 노래비가 있는 영길만까지 20㎞ 구간의 벚꽃길을 감상할 수 있다.
탁 트인 바다를 끼고 달리다 바다 조망이 눈에 덜 띈다 싶을 때 그새 벚꽃 터널이 등장해 지루할 틈이 없다. 행암에서 삼포로 이르는 왕복 2차선 도로를 따라 줄줄이 피어오른 벚꽃 군락이 특히 장관이다.
◆황리단길·월지·첨성대…경주벚꽃축제도 활짝
경북 경주 대릉원 돌담길 일원에서도 4년 만의 대면 '경주벚꽃축제'가 열린다. 오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사흘간 황리단길, 동궁과 월지, 월정교, 첨성대 등을 찾는 관광객들이 벚꽃과 함께 한바탕 축제를 즐길 예정이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소개된 대릉원 돌담길은 축제 기간 차량을 전면 통제하고 벚꽃 흩날리는 도로 위 힐링을 선사한다. 황남빵 삼거리에서 첨성대 삼거리 구간에 예술로를 조성해 볼거리를 제공하고 푸드트럭, 프리마켓, 아트체험존도 마련된다. 젊은 층이 선호하는 팔레트 테이블과 하늘을 수놓는 불빛, 야간 포토존 등으로 발길을 사로잡는다.
단순한 축제가 아닌 친환경, 반려견, 봄 힐링 프로그램들도 준비된다. 역사유적지와 황리단길 등의 카페에서 사용한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가져가면 친환경 소재 컵으로 교환해준다. 벚꽃을 보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행사. 반려견을 동행하는 댕댕이 놀이터도 운영된다.
재단은 지난해 보문단지와 충효동 등 주요 벚꽃 명소를 제외한 경주의 숨은 벚꽃명당 8곳을 선정했다. 공모를 통해 암곡, 외동 영지공원, 감포정, 황룡사 마루길, 화랑의 언덕, 서출지, 용담정, 신라왕경 숲을 엄선했다.
◆서울도 벚꽃만개…여의도 봄꽃축제
서울에서도 벚꽃의 향연이 펼쳐진다. 오는 4월4~9일 '17회 영등포 여의도 봄꽃축제'가 열린다. 여의서로(서강대교 남단~여의2교 입구) 및 여의서로 하부 한강공원 국회 축구장에서 열리는 이번 축제에는 약 500만 명의 상춘객이 다녀갈 전망이다.
올해 축제는 코로나 엔데믹 전환에 따라 2019년 수준으로 전면 대면 개최된다. '다시 봄'을 주제로 4년 만에 온전히 봄의 생동감을 시민들에게 선사할 계획이다.
여의도 봄꽃축제는 ▲오랜만에 봄꽃축제를 찾은 시민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시민 맞이 개막행사' ▲매일 저녁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는 '봄꽃나잇' ▲공예품과 친환경 제품을 만날 수 있는 '아트마켓' ▲다양한 먹거리가 준비된 '푸드마켓' ▲벚꽃길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버스킹' ▲직접 보고 생생하게 경험해 보는 '전시 및 체험' ▲서울마리나리조트와 함께하는 '요트투어' 등 다채로운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가 펼쳐진다.
봄꽃축제를 찾는 시민들을 위해 관내 음식점, 호텔 등 할인 프로모션 행사인 '영등포 봄꽃 세일 페스타'도 4월 1일부터 31일까지 진행한다.
이 외에 경남 하동군 화개면 십리벚꽃길(3월31일~4월2일), 고창 석원지구 일원(3월31일~4월2일), 제천 청풍호 벚꽃길(4월7~9일) 등 전국적으로 벚꽃축제가 펼쳐진다.
◎공감언론 뉴시스 pjy@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짱뚱어·칠게 시글시글··· 자연이 만든 '생태천국' 신안 증도 갯벌1004섬 신안 1섬1뮤지엄 ④증도갯벌에서 바라본 수평선은 가뭇없이 아득했다. 이곳 날씨란 것이 원래 시시각각 다르다고는 하지만 종잡을 수 없는 왜바람에 당장이라도 후두둑, 굵은 빗방울을 흩뿌릴 듯 잔뜩 찌푸린 하늘은 희미한 바다의 실루엣을 더욱 검고 어둡게 만들었다.갯벌은 오래전부터 그렇게 있었던 듯, 훤하게 속을 드러내놓고 있었다. 농게와 칠게는 불풍나게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흙장난을 치고, 멋모르는 낙지 한 마리, 물골에서 허우적댔다. 짱뚱어란 놈은 자기를 보아달라는 듯, 갯벌 위에서 펄쩍펄쩍 뛰기까지 하고 있었다.녀석들의 분주한 움직임을 보자 괜스레 마음이 조급해졌다. 비가 내리거나 성격 급한 바닷물이 들어오기 전 조금이라도 더 많은 놈들을 낚아야 할 것이었다. 서둘러 바구니를 등에 메고 갯벌로 걸음을 옮기니 미끄러지듯 펄 속으로 발이 박혀 들어갔다. 휘청-. 이제는 발이 박히는 것에 익숙할 때도 됐건만 매번 중심을 잃고 넘어질 지경이 되는 것을 보면, 아직도 더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생각을 한다.갯벌에서 몇 걸음 옮겨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는 낚싯대를 폈다. 최근에 새로 장만한 '신식 낚싯대'를 보자 마음부터 오달졌다.20대 초반이나 됐을까. 짱뚱어잡이를 위해 처음 사용한 낚싯대는 대나무였다. 벌교며 여수, 순천 등 외지 사람들이 와서 짱뚱어를 잡는 모습이 재미있어 보여 무턱대고 시작한 일이었다. 하지만 요령 없이 낚싯대를 던지다 보니 무겁기만 하고 낚싯줄이 원하는 만큼 나가지도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 썰물 때마다 갯벌에 나와 낚싯대를 던졌지만 허탕을 치기 일쑤였고, 이튿날도 맨손으로 돌아가는 날이 반복됐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조금씩 요령을 터득하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등에 멘 바구니의 무게도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그는 새로 구입한 낚싯대를 길게 편 다음 원하는 곳 멀리까지 바늘을 던졌다. 조심스럽게 낚싯대를 끄는 동안 손끝에 미세한 감각이 전해지자 재빨리 잡아챘다. 낚싯바늘에 짱뚱어의 몸이 걸려있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엷은 미소가 떠올랐다.신안 증도 갯벌도립공원◆"갯벌은 삶의 터전… 복받았죠""새로 낚싯대를 사서 한번 해보니까 역시 좋아요. 하루하루 잡는 양이 달라지더라고요. 거기에 요령까지 더해지니 하루에 500마리 이상은 거뜬하게 잡을 수 있었지요. 게다가 다른 사람들은 짱뚱어에 관심조차 없었거든요. 그냥 갯벌에는 시글시글 흔하니까…."신안 증도 장고리의 이남창(85)씨는 짱뚱어 낚시의 산증인이다. 청년시절부터 시작해 최근까지 증도에서 짱뚱어를 낚아 가정을 이끌었다.짱뚱어가 식도락가들에게 인기를 끌 때는 '없어서 못 팔 지경'이었다. 신안의 식당마다 '짱뚱어'를 메뉴로 내걸었고, 물건을 대달라는 업주가 줄을 이을 정도였다. 이 씨가 사는 장고리에서만 5~6명이 함께 낚싯대를 던졌을 뿐, 많은 주민이 짱뚱어잡이에 나선 것도 아니었다.자신이 잡은 짱뚱어를 찾는 발길이 줄기 시작한 것은 수입산 짱뚱어가 들어오면서부터다. 평소 물건을 대달라고 사정하던 업주가 어느 순간 돌변해 "이제 당신과 거래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일이 있었다.하지만 이 씨는 개의치 않았다. 수입산 짱뚱어는 자신이 직접 잡은 것과 비교해 그 맛이 월등히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결국 수입산 짱뚱어탕을 팔던 가게는 손님이 눈에 띄게 줄면서 폐업 위기까지 닥쳤고, 다시 이 씨를 찾아와 짱뚱어를 달라고 하소연하기에 이르렀다. 이 씨는 업주의 행태가 괘씸했지만, "다시는 거래를 끊겠다는 말하지 않겠다"며 읍소하는 모습을 보고 다시 짱뚱어를 공급했다.짱뚱어는 봄에 보이기 시작하지만 낚시는 여름과 가을에 주로 이뤄진다. 짱뚱어가 살이 쪄서 맛이 가장 뛰어난 시기이기도 하다.신안 증도 짱뚱어가 유명해지면서 이를 겨냥한 외지인들이 발길이 이어졌다. 이웃 섬은 물론 무안이나 여수 등지에서도 짱뚱어를 잡기 위해 찾아오곤 했다. 이 씨는 "이 지역 것은 곧 내 것인데 왜 너희가 와서 잡느냐"며 쫓아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안타까운 점은 환경오염과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갈수록 짱뚱어의 수가 주는 데다 수요 역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이 씨는 신안 증도의 갯벌이 곧 삶의 터전이었다고 회고했다. "우리로서는 복받은 것이지요. 누구는 짱뚱어를 잡고, 누구는 낙지를 잡으며 힘든 시절 견디고 생계를 유지했으니까요. 농사를 함께 짓기도 했지만 수입은 비교가 안 됐어요.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좋은 갯벌이 지척에 있다는 것이요."갯벌박물관을 찾으면 갯마을 사람들의 다양한 어로활동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숭어에 농게·칠게·짱뚱어·갯강구까지…갯벌은 조수가 드나드는 바닷가의 모래나 펄로 된 넓고 평평한 땅이 밀물 때는 바다가 됐다가 썰물 때 드러난 곳이다. 육상과 해양이라는 두 개의 생태계가 접하는 곳으로 두 세계의 완충작용뿐만 아니라 연안 생태계의 모태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갯벌은 자연이 만든 천혜의 생명 보고(寶庫)다. 숭어와 농게, 칠게, 짱뚱어, 망둥어는 물론이고 총알고둥, 갯강구, 댕가리, 칠면초 등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여기에 노랑부리저어새 같은 희귀 조류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살아있는 자연박물관이 된다.바지락과 낙지, 꽃게, 굴, 백합 등 수집 종에 이르는 갯벌 속 청정자원은 갯벌에 터를 잡고 살아온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미래 자원이다.신안 갯벌은 가장 넓은 규모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대표 갯벌이다. 국내 전체 면적(2천482의㎢) 중 전남이 42.5%를 보유했는데, 신안에서만 14%(378㎢)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신안 갯벌은 대형 저서동물(底棲動物·산호나 성게, 조개, 새우 등 호수나 강, 바다의 바닥에 깔린 바위나 모래에 사는 동물)이 100종 이상 서식하는 곳으로 보전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09년 5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이어 2010년 1월 국토해양부 습지보호지역으로 선정됐고, 2011년 9월에는 우리나라에서 17번째로 람사르습지에 등록됐다.김만선기자 geosigi2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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