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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강제징용 30년 외길 투쟁' 故 이금주 회장 평전 발간
입력 2023.03.23. 12:30 댓글 0개기사내용 요약
'日 강제징용' 남편 잃고 태평양전쟁희생자 광주유족회 결성
대일 소송투쟁·피해자 권리 회복에 앞장…"처절한 투쟁 기록"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문제 공론화와 소송 투쟁에 평생 헌신한 고(故) 이금주 태평양전쟁희생자 광주유족회장의 평전이 출간됐다.
사단법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고 이금주 회장의 일대기를 담은 평전 '어디에도 없는 나라'(송경자 지음·시민모임 엮음)가 출간됐다고 23일 밝혔다.
고 이 회장은 일제강점기였던 1942년 11월 일본 해군 군무원으로 징용된 남편을 남태평양으로 보내야 했다. 결혼 2년 만에 남편을 전쟁터로 보낸 뒤에는 생후 8개월 된 아들을 홀로 돌봐야 했다.
이듬해 11월 25일에는 남태평양 타라와섬에서 벌어진 전투에 참여한 남편의 전사 소식을 접했다.
해방 이후 군부독재 치하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권리 요구가 봉쇄됐으나, 고 이 회장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고 이 회장은 69세 되던 1988년에야 태평양전쟁희생자 광주유족회를 결성, 30여 년 여생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인권 회복을 위해 힘썼다.
1992년에는 원고 1273명이 참여한 '광주 천인 소송'을 이끌며 본격적으로 대일(對日) 투쟁을 벌였다.
이후에도 '귀국선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 소송', 위안부·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등이 원고로 참여한 '관부재판'을 시작으로 'B·C급 포로감시원 소송',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소송', '후지코시 근로정신대 소송', '일본 외무성 한일 회담 문서 공개 소송' 등을 이끌었다.
또 일본 정부, 전범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 7건을 일본 법원에 제기해 일제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관심을 일으키기도 했다.
고 이 회장은 고령에도 법정 진술·재판 방청부터 일본 현지 지원단체와의 연대 활동 등에 적극 나서며 일본을 80여 차례 오갔다.
나아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일제 피해 진상규명 피해자 조사에도 앞장섰다.
고 이 회장의 무모하지만 끈질긴 소송 투쟁은 지난 2018년 한국 대법원의 전범기업 대상 손해배상 확정 판결로까지 이어지며 결실을 맺었다. 2019년엔 일제 피해자 인권을 위해 헌신한 공로로 대한민국 인권상과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그러나 고 이 회장은 끝내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끝내 받지 못했다. 지난 2021년 12월 향년 102세 일기로 별세했다.
평전에는 고 이 회장의 대일 투쟁 과정에서의 고뇌와 서사가 담겨 있다. 특히 아들·며느리, 손녀까지 고 이 회장의 3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인권 회복을 위해 맞서 싸웠던 숨은 사연도 소개된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발간사를 통해 "온갖 고난·좌절 속에서도 역사적 소명을 위해 온 생을 던진 이금주 개인의 기록이면서 광복 후에도 풍찬노숙해야 했던 일제 피해자들의 처절한 투쟁의 기록"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일 관계 개선을 구실로 또다시 일제 피해자들을 그 제물로 삼으려는 역사의 아이러니 앞에 '이금주 평전'이 시대 성찰의 작은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일본에서의 소송을 도왔던 야마모토 세이타(山本晴太) 변호사는 "피해자는 단지 돈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고 이 회장의 인생을 알고 그 심정을 이해하면 '가해자도 아닌 자가 대신 돈을 내는 식'의 해결 방안은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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