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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블러 빌려드립니다"···환경 지키는 '회수로봇'
입력 2023.02.06. 16:54 수정 2023.02.09. 12:31 댓글 0개세척 후 대신 반납하는 우체통 역할
반년만에 2만2천개 컵 회수
"다회용컵을 빌려드릴 수 있고 설거지도 해드릴 수 있어요. 항상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는 게 누구에게나 쉽지는 않으니까요.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쉽게 환경보호를 시작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환경보호를 위해 실내·공공행사 등에서 일회용품이 사라져가는 추세 속에 광주·전남 곳곳에 다회용컵(텀블러) 회수로봇이 설치, 운영돼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광주 동구청 로비. 20대로 보이는 한 공무원이 다회용컵에 부착된 바코드를 회수로봇에 인식시키자 수거함 뚜껑이 열렸다. 점심시간에 동구청 부근 카페에서 다회용컵으로 포장해 온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다 마신 이 공무원은 빈 텀블러를 회수로봇에 집어넣으니 뚜껑이 닫히면서 모니터에 '지금까지 줄인 일회용컵 1천690개'라는 문구가 표시됐다.
이날 점심시간 1시간 동안 10명의 공무원이 다회용컵을 들고 로봇을 이용했다. 오후 1시께에는 로봇 앞으로 짧게 줄이 서기도 했다.
다회용컵을 들고 줄을 서있던 30대 공무원은 "날씨가 너무 추웠던 날 빼고는 매일 1번씩 회수로봇을 이용했다"며 "늘 가던 카페에서 쉽게 텀블러를 빌릴 수 있어 회수로봇을 자연스럽게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회용컵 회수로봇인 '컵버스'를 개발·운영중인 광주지역 청년기업 '디투리소스'는 광주·전남 4곳에서 로봇을 운영 중이다.
이 로봇은 지난해 9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본사와 광주 동구 동명동 스타트업빌에 설치된 것을 시작으로 10월에는 광주 동구청에 자리잡았다. 올해 1월부터는 광주 서구청에도 회수로봇이 운영되고 있다. 프린지 페스티벌, 비어페스트 광주 등 행사장에서도 간이설치돼 높은 관심과 함께 좋은 반응을 얻었다. 회수로봇 1대당 가격은 1천600만여원인데, 각 기관은 월 100만원의 대여 서비스로 이를 설치했다.
디투리소스는 회수로봇 설치장소 인근 협업카페 19곳에 바코드가 부착된 다회용컵 7천여개를 배부했다. 협업카페에서는 손님이 요청할 경우 일회용 컵 대신 다회용컵에 커피나 음료를 담아 제공한다. 음료를 다 마신 손님이 회수로봇에 다회용컵을 반납하면 다투리소스 측이 세척을 마친 후 다시 카페에 전달한다,
현재까지 회수로봇을 통한 다회용컵 회수건수는 2만2천여 건으로 파악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의 회수건수가 8천131개로 가장 많았다. 스타트업빌과 동구청에서도 각각 5천61건, 1천700건이 컵이 회수됐다. 서구청에서는 설치 한 달여만에 반납 건수가 6천818건으로 나타났다.
일회용컵 43개를 줄여야 1kg의 탄소배출량 절감효과를 볼 수 있는데 이를 단순 계산하면 회수로봇이 반년 새 탄소배출 510㎏를 막은 셈이다.
동구청 인근 협업카페 업주 김모씨는 "다회용컵을 주문하는 손님이 갈수록 늘고 있다"면서 "항상 정해진 시간에 컵을 씻어 돌려주시니 카페 입장에서도 일손을 덜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디투리소스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만 일년에 33억 개의 일회용 컵이 버려지지만 재활용률은 30%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장소와 여건에 관계없이 누구나 '컵버스'를 통해 보다 쉽게 자원순환을 실천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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