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설익은 교육정책, 좁아지는 교실

입력 2023.01.31. 12:35 수정 2023.01.31. 19:17 댓글 0개
백성동의 교단칼럼 극락초 교사

2023년 3월부터, 광주광역시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는 20명 이하의 학생들이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교육이 가능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 전교조를 비롯한 교원단체들의 꾸준한 요구가 있었고 세종시를 시작으로 많은 시·도에서 1학년부터 학급당 학생수를 20명에 맞춰나가기 시작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교육과 돌봄의 공백도 메울 수 있고, 학생들에게 보다 더 질 높은 교육을 추구할 수 있으며 공교육 회복 가능성을 열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정책이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세밀한 현장의 의견 청취와 분석 없이 물리적인 정책 도입으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먼저, 1학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하다 보니 다른 학년에 풍선 효과가 나타나 오히려 다른 학년의 학급당 학생 수가 늘어날 수 있다. 1학년에 교사가 더 필요해지는 상황인데, 교원의 수가 한정되어 있다 보니 다른 학년 담임교사나 수업 전담 교사가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교사들의 노동 강도 및 시간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이는 결국 수업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이 피해는 다른 학년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2학년에서 6학년까지의 학생들은 오히려 작년보다 학급당 학생수가 늘어난 반도 생기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피해는 2023년도에 2학년이 되는 학생들이다. 이 학생들이 3학년이 되면 2024년에는 2학년에게 올해와 같은 기준이 적용되게 된다. 결국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이 학생들은 학급당 20명 상한 제도의 혜택을 전혀 보지 못하고 간접적으로 피해만 입은 채 졸업하게 된다는 것이다.

콩을 기르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햇빛이 안 드는 응달에서 물만 주어 키울 때, 콩은 생명력이 죽어가면서 콩나물로 자란다. 그러나 땅에 심어 가꾼 콩은 땅속의 자양분을 흡수하며 자라 수백 개의 열매를 맺게 된다. 학교의 열악한 환경을 이야기하는 '콩나물 교실' 이라는 말이 있다. 교실이 콩나물 교실이 된다면 학생들의 생명력도 함께 죽어가지 않을까. 콩나물 교실이 되어서 빽빽하게 책상이 가득 차 있는 교실이 존재하고 있다. 이미 콩나물시루가 되어버린 교실에 아이들을 더 몰아넣어서는 안된다.

광주광역시교육청이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포용 교육을 지향한다면, 3월 2일 개학이 되기 전에 정확한 실태를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작년 9월부터 추진하겠다고 했고, 많은 이들이 환영했던 정책이다. 우려되는 문제점들은 충분히 예상 가능했을 것이고, 대책 수립 및 현장 의견을 들을 만한 시간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백성동 극락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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