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내용 요약

국세청과 벌금없이 75억원 미납세금 합의…총리에 안 알려

신임 표시하고 늦게 대응한 수낵 곤경…2년 뒤 총선 더 불안해져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영국의 리시 수낵 총리는 29일 소속 보수당의 총회 의장인 나딤 자하위 의원을 고위직 수행지침 위반을 이유로 의장직에서 해임했다.

자하위 의원은 2022년 7월 보리스 존슨 총리 말기 때 잠시 재무장관을 맡았으며 이때 재무부 산하 국세청과 자신의 미납 세금 사안을 벌금없이 수백 만 파운드에 합의했다.

이런 사실을 수낵 신임 총리 예정자와 당에 알리지 않은 채 수낵 총리로부터 당의장 직과 무임소 장관직에 선임되었다. 재무장관 재임시 국세청과 합의하고 이 사실을 자신을 다시 장관직에 기용한 두 총리들에게 숨긴 의혹이 제기되자 수낵 총리는 12월에 특별조사관을 임명해 이를 조사하게 했으며 이 결과로 이날 해임을 통고한 것이다.

수낵 총리는 집권당 당 대표(리더)이며 자하위 의원은 총선을 실제적으로 총괄지휘하는 당 의장(체어맨)으로 총리가 소속당 하원의원들 중 발탁하는 핵심 정권 인사 중 재무, 내무, 외무 장관 다음가는 중책이다. 자하위는 무임소장관이지만 358명 보수당 하원의원 중 20명의 수낵 총리 캐비넷에 포함돼 총리관저 각료회의 및 하원 프런트 벤치에 앉는다.

자하위 의원(55)은 영국 최고권위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를 2000년 공동창업한 뒤 2005년 지분을 2800만 파운드(3500만 달러)에 넘겼는데 이때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아 2021년 4월부터 국세청의 조사를 받았다.

자하위 의원은 당시 존슨 총리의 핵심 사업인 코로나19 백신 총책을 맡고 있었으며 얼마 후 교육장관에 기용됐다. 2022년 7월 현 수낵 총리가 존슨의 사퇴를 요구하며 재무장관 직을 내던지자 존슨은 즉각 자하위를 재무장관에 앉혔다.

리즈 트러스 의원이 9월 초 새 총리가 되자 자하위는 다른 각료직으로 물러났는데 짧은 2개월 재무장관 재임 기간에 재무부 산하 국세청과 자신의 세금조사 문제를 합의본 것이다.

자하위가 500만 파운드(75억원) 정도의 세금을 내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장관 자리에 안 있었으면 이보다 훨씬 많은 합의금이나 합의 불가 벌금을 냈을 수도 있다고 추정할 만하다.

트러스 총리가 44일 만에 물러나고 보수당 하원의원들 투표에서는 1위였으나 일반 당원투표에서 트러스에게 뒤졌던 수낵 의원이 결국 10월 말 총리가 되었다. 수낵은 자하위에 대한 신임을 보이며 당의장에 발탁했고 그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었던 때도 그를 감싼 것으로 알려졌다.

자하위는 입지전의 인물이다.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사담 후세인의 압정을 피해 부모 따라 영국으로 이민왔을 때 영어를 한 마디도 못했는데 보수당 거물의 눈에 들고 2000년 유고브를 창업하며 큰 돈을 벌었다. 2010년 의회에 진출한 뒤 12년 후에 재무장관에 기용되었다.

자하위는 당의장 직에서 물러나지만 윌리엄 세익스피어의 출생지인 스트랫포드-어펀-에이븐 선거구 하원의원 직은 유지한다. 그러나 야당에서 의원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리시 수낵 총리(43)는 인도인 이민자를 부모로 영국서 태어났다. 수낵 총리와 함께 존슨 총리를 축출하는 데 앞장섰던 사지드 자비드 전재무장관, 노동당 소속의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파키스탄 이민자를 부모로 영국서 태어났다. 자하위 후임으로 트러스 정권 재무장관이었던 크와시 크와텅 의원 역시 가나 이민자 부모의 영국 출생이다.

이에 비해 자하위는 본인이 이라크에서 태어난 이민자다.

◎공감언론 뉴시스 kjy@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