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기고>MZ를 싫어하시나요?

입력 2023.01.24. 15:15 수정 2023.01.24. 19:15 댓글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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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꽃비 독립기획자

지난 몇 년 간 각종 미디어와 유통시장에서 항상 화제의 중심에 있는 것은 바로 'MZ세대'였다. 디지털 세계의 강자인 MZ세대는 다양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마음껏 넘나들며 메시지를 전파하기 때문에 소비 트렌드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고 주목해야 할 소비자로 독보적 존재감을 과시했다.

다만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통칭하는 단어인 MZ는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까지 출생한 사람들을 뜻하기 때문에 나이로 보면 많게는 40대부터 적게는 초등학생 10대까지 아우르게 된다. 사실 MZ라는 세대 구분은 꽤나 다른 문화적 토대를 가진 사람들을 한 곳에 묶는 애매한 용어가 된다는 뜻이다. 한국에서는 MZ라는 단어가 마케팅 전반에 활용되면서 널리 통용되고 있는데 실제로 사람들은 대략 18세~27세 정도를 MZ세대로 인식한다고 한다.

그동안 MZ세대라는 단어는 유통시장의 큰 손이자, 유행과 영감을 선도하는 어떤 '쿨하고 멋진 것'처럼 여기저기 쓰이더니 최근에는 세대 갈등을 만들어내고 있는 '문제적 신세대'의 의미로 자주 호명되기 시작했다. 각종 콘텐츠에서 자주 묘사되는 이들의 모습은 개인주의자를 가장한 이기주의자이며 문해력이 떨어져서 의사소통이 어려운 등 부정적인 모습이 주를 이룬다. 특히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20~30대 젊은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경험들이 '요즘MZ특'이라며 일방적으로 묘사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재미있는 것은 MZ세대를 비판하는 이들이 비단 기성세대뿐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새로운 세대는 출현할 때마다 언제나 지탄의 대상이 돼 왔다. 그만큼 새롭고 변화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MZ들 사이에서도 더 세세한 구분 짓기를 통해 서로를 비난한다.

지난해부터 유튜브에서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예능프로그램 SNL의 'MZ오피스'는 불과 몇 년 먼저 입사했다는 이유로 후배에게 꼰대짓을 하는 '젊꼰(젊은 꼰대)'선배와 업무 대화 중에도 무선이어폰을 꽂고 딴생각을 하는 '노답무개념' 신입의 미묘한 신경전을 다루며 각계각층의(?) MZ들에게 엄청난 호응을 얻었다. 90년생인 필자 역시 친구들과 "우린 위아래로 끼어서 더 피곤한 세대라고~!!" 자주 억울함을 표출하곤 하는데 말하자면 MZ들 사이에서도 서로에 대한 분류와 혐오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쯤 되면 살짝 궁금해진다. "우리 같은 세대 맞아?"

사실 비슷한 해에 태어나 공통된 사회문화적 경험을 토대로 자란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분류하는 '세대 구분'은 분명 편리한 점이 많다. MZ 분류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더욱더 다원화되고 파편화되는 현대사회에서 출생 연도만으로 특정 세대의 가치관이나 문화적 특성을 정의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이미 나이로 구분되지 않는 다양한 정체성(부캐)을 창조하며 살아가는 시대가 왔으니 우리도 세대 구분에서 좀 더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콘텐츠에서 비슷비슷하게 풍자되는 MZ세대 모습이 리얼해서 웃기지만 한편으로 염려되는 이유는 수많은 사회문제를 특정 세대 탓으로 돌리며 세대갈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지 MZ를 향한 시선만은 아니다. '틀딱충', '라떼들', '맘충', '잼민이' 등 특정 세대에 대한 혐오 표현이 날로 다양해지는 것처럼 우리 사회의 세대갈등도 극에 달했다. 그러나 그 이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단순히 삶의 경험이나 가치관 차이에서 비롯된 세대갈등이 아닌 경제침체, 고령화, 저출산, 주거, 육아, 교육, 취업률 등등 수많은 요인들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복합적 사회문제임을 알 수 있다. 특정 세대가 태도를 고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예의 없고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어느 세대에나 있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댓글이나 오락을 위해 만들어진 콘텐츠의 단편적인 정보만을 바탕으로 MZ세대를 편협하게 규정하고 분류하진 말자. (무선이어폰을 꽂고 일하는 동료와 후배들을 수없이 봤지만 다들 일도 잘하고 업무소통도 훌륭했다고 꼭 말하고 싶다.) 그보다는 눈을 마주치고 대화했던 이들에 대한 각자의 휴먼데이터를 믿어보자. 누군가를 탓하는 것은 쉬운 선택지이지만 결국 스스로에게 돌아올 부메랑이 될 뿐이다. 김꽃비 독립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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