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옛 전남도청, 세계 시민들의 '기억의 미술관'으로

입력 2023.01.11. 15:58 수정 2023.01.11. 19:00 댓글 0개
조덕진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주필

옛 전남도청 복원이 올부터 본격화한다.

1980년 5월의 전승, 미래로 날아오르는 대장정이다. 옛 도청을 세계최고의 기념공간으로, 세계적 명소로 거듭나게하는 전환점이 될 것인가. 이는 오롯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철학, 이를 추동할 지역사회 역량에 달려있다.

비엔날레 도시의 상상력으로 세계시민과

설렘과 우려가 교차한다.

옛 전남도청이 세계적 기념공간으로 재탄생해야 한다는 바람과, 자칫 '광주'에 갇혀버리면 어쩌나하는 기우가 요동친다.

기우의 갈림길에서 거대한 역사 전시장 베를린을 소환한다. 독일은 홀로코스트라는 인류사의 과오를 뻬어난 예술작품으로, 반성과 성찰의 전시장으로 만들어 세계인과 교감하고 있다. 사족이지만 이 공간들, 오늘날 독일의 주요 관광자원이다.

가해자의 치욕적인 과오도 도시경쟁력, 도시관광으로 살아오르는 현장이다. 하물며 세계시민사회가 소중해 마지않는, 인간존엄을 향한 광주시민들의 숭고함이 깃들어있는 옛 도청, 5·18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베를린의 기억의 방식은 옛 전남도청 복원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베를린 관광 1번지 브란덴부르크문 근처 광장에가면 2천711개의 서로 다른 크기의 거대한 콘크리트 블록 숲을 만날 수 있다. 관광객들이 걸터 앉아 망중한을 즐기거나 블록 숲을 산책한다. 관광객이 만만히 즐기는 이 블록 숲, 기실 아주 무겁고 어두운 주제를 안고 있다. 독일의 과오를 '경고'하는 기념비, '학살된 유대인을 위한 추모비'다.

강렬함은 강요되지 않는 엄숙주의에 있다.

그저 무심히 즐기면 그만이다. 걷다보면 깊어지고 좁아지는, 위압적인 콘크리트 블록 사이에서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지하 정보관에는 역사적 사료들이 비치돼 있다. 또 근처 나치 중앙본부 자리에 세워진 '토포그래피 박물관'(공포의 지형학)에서도 나치의 만행과 참상을 만날 수 있다.

이 추모비 제작을 위해 헬무트 콜 독일 총리는 1955년 전세계 조각가와 건축가 25명에게 작품 제안을 요청했다. 세계적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은 물론이다. 건축가 피터 아이젠먼과 조각가 리처드 세라의 합작품이 오늘 세계인들이 찾는, 관광상품이다.

옛 전남도청 복원의 핵심도 대중이 5·18을 호흡하는 방식, '전시'구성에 있다. 복원 사업비가 당초 255억원에서 두배 가까운 498억원으로 증액됐는데 여기에는 콘텐츠 비용 111억원이 담겼다. 문체부가 전시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점에서 일견 안도가 된다. 허나 들여다보면 아찔하다.

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은 전시구성을 '고증과 서사를 바탕'으로, '시민사회 합의'를 거쳐 콘텐츠를 결정, '대행업체'를 선정해 진행할 계획이다.

뉴욕, 런던과 함께 현대미술을 선도하는 베를린이, 베를린 시민들이 역량이 안돼서, '당사자'주의를 버리고 세계 문화계에 작품을 의뢰 했을까. 광주비엔날레를 '광주시민들이 콘텐츠를 결정'하고 '업체'를 선정해 전시를 진행했다면 어찌됐을까.

추진단, 전시구성(콘텐츠) 논의에 참여하는 지역사회 관계자들이 되새길 질문이다.

1980년 광주는 그 자체로 세계적 상징공간이다. 예술계와 문화계, 연구자를 막론하고 세계인들의 탐구 대상이다. 세계 국가폭력 저항무대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불리는 현상 등을 굳이 거론할 필요도 없다.

그뿐인가. 역대 수많은 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들은 자발적으로 광주를 연구, 5·18에 관한 작품을 선보였다. 이미 세계의 예술인, 문화인들이 5·18을 만나고 재해석하며 기꺼이 '전승'의 무대에 함께 해오고 있다.

광주는 더 이상 광주만이 아니라 세계시민들의 공유 무대다. 광주시민사회가 과감히 '당사자주의'를 버려야하는 이유다. 단 한 점의 삿됨도 있어선 안된다. '박제화' 함정을 과감히 털기 위해 무대를 세계로 확장해야한다.

자원도 넘쳐난다. 2009 광주 비엔날레 총감독 마시밀리아노 지오니가 2013년 베니스 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았던걸 비롯해 광주비엔날레 출신 기획자, 작가들이 세계 예술계를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복원될 옛 전남도청 전시는 세계 문화예술계의 참여와 관심, 화제로 출발해야한다. 그 자체로 세계적 홍보이고 향후 '방문'으로 이어질강력한 지름길이다.

'광주' 벗어나 세계로 날아올라야

옛 전남도청 복원의 궁극적 목적을 잊지 말아야한다. 왜, 무엇을 위해 복원 하는가.

하여, 5·18을 알지도 못하고 심지어 불편해하기도 하는 미래세대들도, 세계시민도 너나없이 5·18을, 광주를 호흡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체부 추진단의 책무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5·18의 미래, 지속가능성을 향한 광주시민, 광주시민사회의 성찰과 미래비전이 절실하다.

조덕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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